[임수경, 탈북자에 막말 파문]“허상 드러난 주사파, 탈북자들 향한 적개심에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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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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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반역한 더러운 변절자’北표현과 林의 막말 비슷 대북 전문가 “말실수 아니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탈북자 출신들을 싸잡아 “변절자”라는 막말을 쏟아낸 것은 탈북자에 대한 주체사상파(주사파)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뿌리 깊은 적개심과 피해의식의 발로라는 관측이 많다. “변절자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을 가리킨 것”이라는 임 의원의 해명과 달리 탈북자에 대한 속내가 취중진담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정체성(주사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탈북자에 대한 적개심과 두려움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북한의 참혹한 실체를 증언하면서 북한을 추앙해온 주사파들의 주장이 북한의 선전에 놀아난 허구라는 사실이 국민에게 드러나자 탈북자에 대한 적개심이 커졌을 것”이라는 게 유 교수의 분석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는 극심한 기근을 겪으면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고 이는 대량 탈북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이 북한 권력집단의 부도덕성, 인권탄압 등 독재 체제의 실상을 전한 일이 주사파 운동권이 쇠퇴하기 시작한 본격적 계기 중 하나라고 말한다. ‘주사파의 대부’로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만든 김영환 씨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등 수많은 주사파 운동권 인사들이 전향해 북한인권운동에 뛰어들게 된 것도 북한에서 직접 목격하거나 탈북자의 증언으로 북한의 실상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임 의원의 ‘변절자 막말’은 탈북자를 힐난해온 북한 당국의 표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말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 체제를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과거 이념에서 임 의원이 벗어나지 못한 증거가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997년 2월 고 황장엽 노동당 비서가 망명한 뒤 “변절자는 갈 테면 가라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탈북자를 “더러운 변절자” “민족을 반역한 변절자” “배신자” “인간쓰레기” “범죄자” 등으로 폄훼해 왔다.

북한 함흥공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출신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임 의원이 1989년 북한에서 성대한 환영을 받은 뒤 생긴 프라이드(자존심)를 허무는 위험한 대상으로 탈북자들을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사파는 남한이 아니라 북한에 정통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북한을 버리고 남한에 온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탈북자 강제북송 등 인권문제를 제기해온 ‘탈북자의 대모’ 박선영 전 의원은 “최근 탈북자 인권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에 불만을 가졌음에도 여론에 밀려 침묵하던 종북 세력의 탈북자에 대한 분풀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 등 진보단체 아무도 탈북자 인권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며 “북한 정부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내세웠지만 본질적으로 북한 체제에 반발한 사람들은 변절자, 인간쓰레기라는 생각이 내면화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임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드러난 탈북자에 대한 적개심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1989년 임 의원이 방북했을 때 하루 종일 꽃을 흔들었다는 한 탈북자는 3일 박 전 의원에게 “임 의원의 막말을 듣고 치가 떨린다”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고 한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탈북자#임수경#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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