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 여성 작가 6명, 섹스를 정면으로 다룬 단편 모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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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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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결국, ‘바다’라는 양수를 떠올리며자궁으로의 회귀를 꿈꾼다

테마소설집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문학사상)가 출간됐다. ‘여성 작가들의 아주 은밀한 섹스 판타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도발적인 주제 탓에 세상에 나오기까지 ‘고초’를 겪었다. 여성 작가들이 섹스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을 쓰기가 개인적, 사회적으로 아직 힘든 걸까.

우선 필자 섭외가 쉽지 않았다. 문학사상은 지난해 여름 여성 작가 10명에게 원고 청탁을 해 승낙을 얻었다. 마감은 지난해 10월까지였지만 작가 4명이 원고 마감을 여러 번 연기하더니 개인적 사정을 들어 중도에 포기했다. 결국 해를 넘기면서 구경미, 김이설, 김이은, 은미희, 이평재, 한유주 등 6명의 단편을 모아 책을 냈다.

출간을 맞아 준비한 기자간담회 과정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서울 중구 정동의 천주교단체 카페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했지만 카페 측은 책의 제목을 듣고는 대관을 취소했다. 출판사 관계자가 담당 신부를 찾아 책의 줄거리까지 설명해 가며 설득했지만 ‘구설수에 휘말리기 싫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30일 오후 서울 세종로의 카페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신승철 문학사상 기획위원은 “개방된 섹스나 성문화를 소설적으로 탐색하자는 취지였지만 출간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었다”며 웃었다.

책은 ‘아주 은밀한 섹스 판타지’라는 부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보통 소설에 비해서는 ‘노출’ 수위가 높다. 그나마 수위가 낮은 편인 대목을 옮겨보면 이렇다. ‘나는 거칠게 혀를 움직이며 유선의 블라우스 단추를 잡아당겼다. 그럼 뜯어지잖아. 유선이 제 손으로 가운데 단추 두 개를 풀었다’(김이설의 ‘세트 플레이’에서) ‘마침 바이올린의 선율이 세 번 반복하여 가녀린 소녀의 비명처럼 흐르자 女子의 입이 그 선율에 맞춰 뻐금거렸다. 男子는 침을 삼켰다’(이평재의 ‘크로이처 소나타’에서).

‘색(色)스러운’ 소설집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팔월의 눈’을 쓴 구경미는 “솔직히 참여가 부담스러웠다. 현재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까마득한 옛날 얘기여서…”라고 했다. 김이설은 “지난해 출간한 ‘환영’ 이후 노(no)폭력, 노섹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며 웃었다. ‘환영’엔 돈을 벌려고 무분별하게 성을 파는 여성이 나온다.

‘통증’을 쓴 은미희는 “첫 섹스의 기억이 좋거나 황홀하지 않았다. 고3 때 선생님으로부터 당해서 (섹스로부터) 도망가는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며 “고발적으로 써볼까 하다가 결국 비겁하게 쓴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여성 작가들이 생각하는 섹스란 무엇일까.

“섹스는 본능이다. 본능은 자연이다.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섹스를 죄의식과 억압으로 볼 필요는 없다.”(이평재) “성은 근원적인 자궁에 대한 회귀다.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이 나온다지만 끊임없이 자궁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 같다. ‘바다’라는 여성의 양수를 떠올리며.”(은미희)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학#출판#이브들의 아찔한 수다#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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