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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다국적기업이 뜬다]<上>국경 없는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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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다국적기업이 뜬다]<上>국경 없는 고용

동아일보입력 2012-05-07 03:00수정 2012-05-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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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없다, 공장 없다, 나는 글로벌기업이다
《 2년 전 당시 28세였던 미국인 조슈아 워런 씨는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동갑내기 폴란드인 빅토르 자르카 씨와 크리에이튜이티라는 회사를 차렸다. 두 사람이 실제로 얼굴을 본 건 올해 1월이 처음이었다. 그전에는 e메일과 국제우편, 화상회의가 둘을 이어주는 전부였다. 》
지난달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레드우드시티 오데스크 본사에서 오데스크 직원들이 고객 기업에 최고의 인재를 고용하는 방법과 미래의 노동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데스크 제공
이 회사의 월 매출액은 약 10만 달러(약 1억1400만 원) 수준이다. 고객 회사는 북미와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 대륙에 걸쳐 있다. 직원 13명의 아주 작은 기업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다국적기업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지만 인터넷과 기술 발전에 힘입어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벌이는 ‘마이크로 다국적기업’이다.

○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


워런 씨와 자르카 씨의 회사는 온라인쇼핑몰을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워런 씨의 집이 있는 미국 텍사스 주에서 7명이 일하고 자르카 씨가 있는 폴란드 코닌에서 6명이 일한다. 고객을 찾기 위한 영업은 안 한다. 광고나 마케팅 인력은 물론이고 경리직원조차 없다. 웹사이트 개발자가 직원의 전부다.

크리에이튜이티는 전형적인 마이크로 다국적기업이다. 자신의 핵심역량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모든 기능은 적극 외부에 맡기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튜이티는 웹사이트 개발 외의 일은 모두 ‘오데스크’라는 회사에 맡겼다.

오데스크는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온라인 인력중개 회사다. 구직자가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오데스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리면 기업들은 이를 보고 일을 맡긴다. 단기간 일거리를 거래하는 것이다. 기업은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부담을 덜고 일자리를 구하는 프리랜서는 원하는 시간만큼만 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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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튜이티는 오데스크를 활용해 고객을 찾고, 광고를 하며, 돈을 정산 받는다. 글로벌 사업이지만 큰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크리에이튜이티의 창업자 워런 씨 자신도 2009년 10월까지만 해도 오데스크를 통해 일을 구하던 프리랜서였다. 고용한 기업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시작할 때 15달러이던 시급이 10개월 만에 95달러까지 올라갔다. 그렇게 받고도 고객이 줄을 섰지만 워런 씨는 과감하게 프리랜서 일을 포기하고 당시 오데스크에서 자신만큼 잘나가던 개발자 자르카 씨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 오데스크가 만드는 ‘국경 없는 일자리’


다양한 기업이 오데스크를 통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섬택은 정원사나 배관공이 필요한 집에 출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전역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직원은 고작 19명뿐이다. 실제로 일을 하는 배관공이나 정원사는 오데스크에서 구한다. 섬택의 핵심역량은 직접 손으로 하는 기술이 아니라 빠르고 정확하게 사람을 보내주는 능력이다.

페이스북과 구글, NBC, HP 같은 대기업도 오데스크를 통해 단기간 고객 상담원이나 프로그래머를 고용한다.

오데스크는 2007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매년 사업 규모가 두 배로 성장했다. 지난해 오데스크가 기업고객으로부터 받아 프리랜서들에게 전해 준 임금은 3억 달러(약 3420억 원)를 넘었다. 매월 거래되는 일의 종류만 12만 가지이며 최근에는 마케팅, 회계, 글쓰기 등으로 업무 영역이 넓어졌다. 하지만 직원은 80여 명에 불과하다. 오데스크 자신도 인력중개 외의 다른 업무는 230명의 프리랜서를 고용해 해결한다.

오데스크 같은 기업의 등장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력을 자유롭게 구할 수 있게 되자 정부의 정책이 바뀐 사례도 나왔다. 기자와 만난 게리 스와트 오데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프리랜서들이 인터넷으로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을 예로 들었다.

스와트 CEO는 “지금까지 방글라데시에서 외화 획득을 위해 고등교육까지 마친 노동자를 해외로 내보냈는데 이들은 벌어들인 돈의 상당액을 해외에서 썼다”며 “이보다는 차라리 이들을 방글라데시에 두고 돈만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들로부터 벌게 하는 게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이크로 다국적기업(micro multinationals) ::

핵심 역량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두고 나머지 업무는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는 다국적기업을 뜻하는 말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이자 구글의 수석경제학자인 할 바리언 교수가 이름 붙였다. 기존 다국적기업들은 각국에 지사를 두는 등 규모가 컸지만 기술 발전에 힘입어 아주 작은 다국적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레드우드시티=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기업#고용#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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