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형마트 노는 날 시장 오면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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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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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방촌시장 등 파격 판촉… 당일 세일품목 산지가 판매
마트 의무휴무 틈새 공략

22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동 방촌시장 세일 행사장에서 한 주부가 통영멸치를 구입하
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2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동 방촌시장 세일 행사장에서 한 주부가 통영멸치를 구입하 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당장 효과가 나타나고 하는 건 아니겠지만 좋은 기회잖아요. 동료 상인들과 정성껏 마음을 모아 알뜰 손님들을 한 명이라도 더 모셔야죠.”

이충길 대구방촌시장 상인회장(66)은 22일 대형마트 의무휴무에 맞춰 처음 마련한 ‘노마진’(세일) 행사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윤을 남기지 않고 판다는 뜻에서 ‘노마진’이라고 했다. 그는 “상인들 사이에 ‘열심해 해보자’는 변화의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 같다”며 “손님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행사가 되도록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방촌시장이 이날 노마진 행사에 내놓은 상품은 통영멸치였다. 이곳 수산물 판매 상인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일 품목을 이해하고 양보했다. 상인들은 시장 입구에 행사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을 거는 한편 따로 행사장을 마련해 손님맞이에 나섰다. 상인회 간부들은 어깨띠를 두르고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싱싱한 멸치 맛보고 가이소∼”라고 외쳤다.

대형마트처럼 세일 날짜와 품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A4용지 크기의 홍보물도 나눠줬다. 최상품 멸치도 거의 산지 가격과 비슷하게 판매했다. 이날 준비한 850g들이 100박스가 모두 팔렸을 정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부 김미순 씨(47)는 “전통시장은 원래 값이 싼 품목이 많은데 이번에는 괜찮은 세일 행사까지 하니까 관심이 생겼다”며 “믿을 수 있는 품질에다 포장도 세련돼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최근 결성한 여성상인회도 행사 준비에 꼼꼼한 솜씨를 보탰다. 신미자 상인회 총무(52)는 “조만간 전국 유명 전통시장을 벤치마킹해 우리 시장에 맞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대형마트의 휴무 틈새를 잘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상인회는 친절하고 깨끗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자체 교육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대구지역 전통시장들이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의무휴무를 시장 활성화의 계기로 삼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의무휴무인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은 세일 행사부터 마련한다.

22일에는 방촌시장과 대명신시장, 경명시장, 서변중앙시장, 동대구신시장, 서남신시장 등 6개 전통시장이 참여했다. 오이와 호박 배추 계란 현미 같은 일부 품목을 평소보다 20%가량 싸게 팔았다.

칠성시장은 다음 달부터 할인 행사를 시작하며 둘째 넷째 일요일을 쉬었던 서문시장을 비롯한 10여 개 전통시장들은 휴무일을 첫째 셋째 일요일로 바꿀 예정이다. 일부 시장 상인회는 주말 음악회 같은 문화행사도 준비 중이다.

대구시는 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을 100억 원으로 늘리고 지역 기업과 기관들을 대상으로 활용 분위기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성웅경 대구시 경제정책과장은 “대형마트 규제 효과를 높이려면 상인들 스스로 친절한 고객 응대와 적정 가격 유지 같은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방촌시장#대형마트 의무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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