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페이스북 평판이 곧 인격… ‘사생활의 종말’은 진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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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사생활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8억 명이 사용하는 엄청난 규모의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내뱉자 곧바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최근에는 구글도 개인정보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여론의 반발에 부닥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와 구글플러스, 구글 검색과 지메일 등 구글이 제공하는 수많은 서비스에서 개별적으로 수집하던 개인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관리한다는 것이었죠. 많은 이들이 이를 ‘빅브러더의 출현’으로 받아들여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쉬운 해석입니다. 거대 기업이 돈벌이를 위해 내 사생활을 마구잡이로 수집한다는 비난 말입니다. 이런 해석은 뻔한 결론을 불러옵니다. “기업들은 더는 사생활을 수집하지 말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게 사생활을 꽁꽁 싸매둔다면 그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요?

뉴욕대 제프 자비스 교수(언론학)는 최근 펴낸 신간 ‘퍼블릭 파츠(Public Parts)’에서 다른 해석을 들려줍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사생활에 대한 태도가 너무 한 극단만 바라본다고 주장합니다. 자비스 교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커버그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인간 본성을 더 강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생활의 종말은 사생활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사생활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란 겁니다.

그동안 현대문명과 도시화는 인간 본성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과거의 마을 공동체에서는 개인의 평판이 곧 사회적 지위였고 생존의 조건이었습니다. 품앗이로 노동을 했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봉사를 해야 도움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반면 도시 생활은 이를 붕괴시켰습니다. 마을 단위의 평판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강력 범죄가 급증했고 품앗이와 물물교환은 인력시장과 대형마트로 대체됐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런 시대에 과거의 방식을 되살립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을 드러내도록 한 뒤 이를 평판 시스템으로 바꿨으니까요.

이제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내 집, 내 차를 낯선 이에게 빌려주는 에어비앤비나 릴레이라이즈 같은 공유경제 기업이 나타나게 된 거죠. 이들은 모두 페이스북을 통해 평판을 조회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입사 전형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을 요구합니다. 지원자의 종합적 평판을 보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지원자들은 이미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관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이웃사촌끼리 모여 살던 작은 마을에서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인사를 잘 하고 골목길을 쓰는 행동과 마찬가지입니다.

사생활의 시대가 끝났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기술의 발전 덕분에 잊고 있던 공동체 생활을 현대사회에 불러올 수 있게 됐습니다. 선한 행위가 장려되고, 평판 관리에 신경 쓰는 사회 말입니다. 그러니 이젠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했던 것처럼 페이스북 교육도 시켜야 할 때가 아닐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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