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사범 신고 방송 양심자유 침해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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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국정원상대 진정 기각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서울지하철에서 방송되는 국가정보원 신고전화 홍보방송 문구에 ‘좌익사범’을 신고 대상으로 포함한 것이 개인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진정에 대해 지난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S 씨 등은 “좌익사범을 신고하라는 ‘111콜센터’ 홍보방송을 들을 때마다 자기검열을 강요당하는 느낌이 들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 같다”며 2010년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5월 30일 전원위원회 11명 중 7명의 다수의견을 통해 “‘좌익사범 신고’라는 용어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결정 내용은 최근 정보공개 청구에 따라 이날 공개됐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에서 ‘좌익’이라는 단어는 ‘북한과 연결되거나 체제전복을 꾀하는 세력’의 뜻으로 널리 쓰이며 ‘좌파’라는 단어와는 다른 뉘앙스로 쓰이고 있다”며 “국정원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도 주로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대상으로 좌익사범이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해서도 “사회구성원들은 지난 20년간 사상·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좌파사상 표현이 범죄가 아님을 경험적으로 알게 됐다”며 “홍보방송이 좌파사상 표현을 위축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장향숙 전 위원 등 4명의 위원은 “‘좌익사범’ 용어 사용이 특정 정치적 경향을 보이는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좌익과 좌파라는 용어가 구분돼 사용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은 간첩 좌익사범 국제범죄 테러 산업스파이 사이버안보위협 신고·상담을 위한 111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홍보방송은 국정원의 요청으로 2010년 2월부터 수도권 일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하루 평균 6000여 회 방송되고 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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