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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릿한 1인극,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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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릿한 1인극,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에게…”

동아일보입력 2012-02-09 03:00수정 2012-02-09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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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렌트’의 스타 앤서니 랩, 내일부터 ‘위드아웃 유’ 한국 재공연
뮤지컬 ‘위드아웃 유’ 재공연차 14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배우 앤서니 랩을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2010년 공연 때 홍익대 앞의 한 클럽을 찾아가 라디오헤드의 ‘크립’을 불러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던 그는 “뮤지컬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것도 연기의 일부”라며 “단 그 연기엔 항상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당신은 완벽주의자인가?”

뮤지컬 ‘렌트’로 스타가 된 앤서니 랩(41)을 만났을 때 꼭 하고 싶은 질문이었다. ‘렌트’ 초연 멤버이자 동명 영화에서도 비디오 아티스트 마크 역을 맡았던 그의 이미지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뜬금없는 질문처럼 들릴 수 있다. 양성애자 여자친구에게 차이고도 미련을 끊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방값을 못 내 난방도 안 되는 방에서 벌벌 떠는 그는 우유부단한 ‘헛똑똑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로서 그의 진가는 2010년 미국 밖 첫 해외공연으로 서울에서 공연된 뮤지컬 ‘위드아웃 유’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위드아웃 유’는 그가 2006년 발표해 베스트셀러가 됐던 자전적 논픽션의 내용을 토대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의 배우는 딱 한 명. 바로 랩 자신이다.

생각해 보라.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는 것을.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 아래 애드리브(즉흥연기)를 섞어가며 자유분방하게 연기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쉬는 시간 없이 94분의 공연시간 동안 자신을 포함해 스무 명에 가까운 인물로 변신하고 16곡의 넘버를 소화하면서도 새로 각색된 대본과 연출의 지시에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대사나 가사 한번 씹는 법 없었고 음 이탈 한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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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여서가 아닙니다. 스태프들을 진심으로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쓴 책이긴 하지만 뮤지컬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연출가인 스티븐 멀러가 제안할 때까지 제 머리에 없었습니다. 그걸 관객들에게 전달할 때 뭘 넣고 뭘 뺄 것인지는 작가와 연출가의 몫이고 전 배우로서 그걸 충실하게 이행할 뿐입니다.”

‘당신 없이’라는 뜻의 ‘위드아웃 유’는 감동적이다. 여기서 ‘당신’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무명배우였던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해준 ‘렌트’의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 전날 급사한 작가 조너선 라슨과, 항암 투병하면서 그의 브로드웨이 데뷔무대를 지켜보고 세상을 뜬 그의 어머니다. 어머니가 그에게 육체적 생명을 준 존재라면 라슨은 예술적 생명을 부여한 사람이다.

“31년 된 배우로서 제 연기관은 관객에게 최대한 정직한 배우가 되자는 것입니다. ‘위드아웃 유’는 이야기 자체에 제 진심이 담겼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생생하게 전달하느냐가 더 큰 과제였습니다. 14∼20명가량 되는 실존 인물들을 연기할 때도 그들 자신이 되는 게 아니라 그들 고유의 풍미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09년 ‘렌트’, 2010년 ‘위드아웃 유’에 이어 10일 개막할 ‘위드아웃 유’ 앙코르 공연까지 그는 벌써 세 차례나 한국을 찾았다.

“기획사인 뉴벤처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과의 인간적 유대와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때문에 언제든 불러준다면 오고 또 올 겁니다. 미국인 친구들에게 서울을 소개할 때도 로스앤젤레스의 광대함과 뉴욕의 모던함을 함께 갖춘 도시라고 자랑할 정도인 걸요.”

채식주의자인 그는 “북한산을 하이킹하면서 먹었던 절밥의 맛을 잊을 수 없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분들이 제 공연을 통해 마음속의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게 우리 인생이라는 깨달음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i: 3월 4일까지 서울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 4만4000∼6만6000원. 1544-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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