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명건]경기만 간척해 매각한 비용으로 제2국민연금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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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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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
1969년 북해 유전이 처음 발견됐을 때 노르웨이 국민들은 환호작약했으나 실제로 거친 바다에서 기름을 생산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10년이 넘는 세월과 수많은 인명 손실, 인간을 달에 보내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입한 뒤에야 생산이 이뤄졌다. 북해 유전의 매장량은 총 290억 배럴로, 당시 가격으로 환산해 1044억 달러였다. 그러나 이미 80% 이상 채굴했으므로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데 노르웨이 국민은 현명하게도 석유 판매 수입을 후손들과 나누어 쓰기 위해 제2 국민연금기금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이 기금은 이제 5500억 달러(약 633조 원)에 이를 뿐 아니라 다른 산유국과는 달리 노르웨이는 인플레이션 없이 실업률을 낮추고 성장을 지속해 세계 최고의 소득수준을 달성했다. 만일 그렇지 않았으면 노르웨이는 복지예산으로 엄청나게 커진 정부부문과 경쟁력을 상실한 민간부문, 이에 실망한 고급인력의 해외 탈출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2012년 한국의 현황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정치적 혼란기에 걷잡을 수 없이 남발되는 복지 약속과 급증하는 청년실업으로 인한 분노가 소용돌이 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경제는 금융위기로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은 내수 창출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중국에 수출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그 대신 이제는 대중 수출비중이 총수출의 31%나 돼 만사에 중국의 눈치를 살피게 됐다.

그러므로 국난에 처한 한국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오직 노르웨이처럼 서해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것뿐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서해에 비록 석유는 없지만 그 이상 가는 자원이 잠자고 있다. 그것은 바로 경기만이다. 그 주변에는 3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경기만의 평균 수심은 10여 m밖에 안 돼 새만금에 비해 매립비용은 절반이 안 되고 매립지의 시세는 10배가 넘는다. 따라서 경기만 일대의 15억 평을 3단계로 나눠 간척해 매각하면 1350조 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해 제2 국민연금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은 공산당이 집권한 이래 경기도와 서울, 인천을 합한 면적보다 넓은 1만2000km²를 간척해 국토를 넓혔다.

이것은 하늘이 주신 선물인 만큼 기존 국민연금이나 복지예산과는 달리 전 국민을 위한 생산적 복지와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재원으로 써야 한다. 즉,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노약자와 장애인의 삶의 질을 총체적으로 향상하고 육아를 포기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보육비를 지원하는 데 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호전적인 북한에 대비해 이 지역에 가능한 모든 국제기구를 유치하면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지정학적 위치를 역설적으로 활용해 세계평화 수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 격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데다 북한의 행태는 예측할 수 없으므로 국제분쟁의 뇌관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득세와 법인세를 싱가포르와 홍콩 수준으로 낮춰 중국 기업들과 중국에 진출하고는 싶지만 두려워서 못하는 전 세계의 기업들을 다함께 유치해 상호 공영하는 첨단산업기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 사실 경기만은 중국의 어떠한 도시보다 중국의 인구중심에 가까운 위치이므로 4500만 TEU 규모의 항만을 건설해 중국 화북지방의 환적 물동량을 취급하면 북태평양항로의 특성상 상하이보다도 경쟁력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동북아의 세계경제 비중은 급증하였으나 중-일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힘을 규합하지 못해 경제비중에 걸맞은 금융거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하면 중-일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의 공동이익을 도모하는 금융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양면의 날을 가진 우리의 지정학적 악조건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경기만개발사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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