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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억양 걱정 말고 독창적 시각으로 또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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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억양 걱정 말고 독창적 시각으로 또렷하게”

동아일보입력 2012-01-18 03:00수정 2012-01-18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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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학생 영어토론대회 우승한 이화여대 강지숙-김효천 팀의 공부비법
세계대학생토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화여대 강지숙(왼쪽) 김효천 씨. 이들은 토론 대회를 준비하며 영어실력을 키웠는데 ‘확실한 목표’를 세워야 영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영어는 어렵다.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토론은 더더욱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이 겁부터 먹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화여대 강지숙 김효천 씨는 토론이 영어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22세 동갑인 이들은 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32차 세계대학생토론대회(WUDC·World Universities Debating Championship)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뉴스나 연설을 반복해서 듣고 자신의 생각을 짧게 정리하는 연습만으로도 토론이 가능한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 토론이 영어공부 수준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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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영어영문학 전공이지만 시험을 위해 영어를 공부한 게 전부였다. 외국인을 만나면 주눅이 드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2학년이던 지난해 3월 영어토론 동아리(Debate association of Ewha)에 가입하면서 조금씩 변했다.

영어로 토론한다는 분명한 목표가 생기자 영어로 듣고 읽고 말하는 법을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역대 영어토론대회 수상 팀의 스피치, 토론 주제와 논점을 모아둔 책, 기사를 주로 활용했다.

또 국제 시사 이슈에 관한 주제를 공부하기 위해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일간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을 구독했다.

심도 깊은 토론과 반박을 위해 ‘왜 도덕인가(Why Morality)’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같은 원서를 읽고 토론에 필요한 페이지는 발췌해서 파일로 만들었다. 토론대회를 준비하면서는 ‘찬성과 반대(Pros and Cons-a debater's handbook)’라는 토론 책을 챙겨 읽었다.

실전처럼 진행되는 영어토론 시간도 도움이 됐다. 생각처럼 빨리 늘지 않아 첫 학기에는 제한시간 7분에 2∼3분밖에 말을 못했지만 토론을 반복하면서 용감하게 말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

○ 발음 걱정 버리고 자신 있게 말해야

가까운 곳에 자료를 두고 틈이 날 때마다 공부하는 자세가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강 씨는 40분 걸리는 등하굣 길에 수상 팀의 스피치를 들었다.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7분 스피치를 5번이나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스피치 동영상은 스마트폰에 담아 다녔다. 가디언, BBC,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의 기사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봤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김 씨 역시 1시간씩 걸리는 등하굣 길에 이코노미스트를 읽으면서 토론에 활용할 내용을 추렸다. 동아리에서 토론하는 날에는 그날의 스피치를 다시 중얼거리며 집에 돌아갔다.

이들은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수없이 반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씨는 “좋아하는 팀의 스피치는 100번가량씩은 들은 것 같다”며 “긴 내용을 한 차례 듣기보다는 반복을 통해 충분히 익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내용을 파악하면 핵심 단어, 주제, 근거, 글의 흐름을 노트에 정리했다. 두 사람은 짧으면서 내용이 명확한 TV 뉴스가 훌륭한 교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음에 대한 걱정을 버리라는 조언도 했다. 전 세계 대학생이 참가한 토론대회를 다녀온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이다.

김 씨는 “토론대회에 나가보면 모두 각자의 모국어 억양이 남아 있는 영어를 구사한다”며 “완전한 영어를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이제는 겁먹지 않고 말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토론대회에서 원어민 같은 유창한 발음을 구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어는 세계 공용어이므로 상대방의 다양한 발음을 알아 들어야 할 의무도 있다며 또렷하고 느리게 말해 주면 충분히 알아듣는다고 강 씨는 얘기했다.

○ 토론에서는 자신만의 시각을

이화여대 강지숙 씨가 만든 토론 노트. ‘술 취한 운전자와 같이 탑승하고 있던 술 취하지 않은 동승객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내용이다. 먼저 ‘술에 취하지 않은 탑승자(sober passenger)’처럼 중요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정의하고 표를 통해 정부 측과 반대 쪽 의견과 근거를 정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밑에서 ‘동승자가 음주운전자처럼 죄를 지은 것인가’나 ‘정책의 효과성’ 같은 논쟁점(clash)을 제시했다. 강지숙 씨 제공
한국어 토론도 마찬가지지만 영어 토론 역시 남과 차별되는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두 사람은 강조했다.

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대회 결선. ‘공립학교가 가난한 학생들에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주제가 나왔다.

찬성 의견인 중국 팀과 크로아티아 팀은 다양한 동기를 주는 것이 학교의 소명이고 계층 간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의 세르비아 팀은 학생들을 따로 격려하는 정책 자체가 경제력에 바탕을 둔 특별 관리여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팀은 다르게 접근했다. 공교육의 기본적인 역할을 이야기하며 주제가 직업의 귀천에 관한 고정관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생이 의사를 꿈꾸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부도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사위원 9명 중 7명이 표를 던졌다.

대회를 앞두고 두 학생은 매일 4∼5시간씩 토론했다. 주제를 10개 정도 놓고 시간을 재가며 실전처럼 연습했다. 말문이 막히거나 실수를 하면 처음부터 다시 했다. 강 씨는 “무엇보다 세계 대회에서 꼭 우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목표가 분명했기에 혹독한 공부가 가능했다.

결국 영어공부의 핵심은 확실한 목표, 그리고 성실한 준비였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지영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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