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뿌리고… 알몸 얼차려… 이런 졸업식, 이젠 졸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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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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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경찰 ‘졸업빵=학교폭력’ 규정해 엄단하기로

《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졸업빵’(졸업식 뒤풀이)도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
졸업식 뒤 학생들이 밀가루를 뿌리거나 알몸으로 얼차려 시키기, 물에 빠뜨리기 등 폭력적인 뒤풀이를 하지 않도록 지도하자는 취지다. 졸업빵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처음 졸업식 때 전국 학교에 경찰이 배치됐다.

시교육청은 이달 말부터 2월 중순까지 열릴 졸업식을 앞두고 모든 일탈행위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서울지역 중고교 생활지도부장 연수를 갖고 이 같은 방침을 전달하면서 졸업식 때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게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졸업식 뒤풀이 재료 준비 등의 이유로 돈을 빼앗는 행위는 금품갈취 △밀가루를 뿌리거나 달걀을 던지는 행위는 폭행 △옷을 벗게 하거나 알몸으로 단체기합을 주는 행위는 강제추행과 강요 △알몸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배포하는 행위는 성폭력 혐의로 규정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학교마다 졸업식 전에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교육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또 가정통신문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졸업식 뒤풀이를 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학부모가 졸업식에 참석해서 학생이 안전히 귀가하도록 안내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졸업식 기간에 경찰과 함께 학교 주변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시 교육청은 최근 학교별 졸업식 일정을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경찰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졸업식 날 경찰과 생활지도교사, 민간 경비원이 학교 주변을 순찰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학교의 졸업식 추진 계획서도 받았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두 참여해 졸업식의 참된 의미를 알고 즐기도록 함으로써 폭력적인 뒤풀이를 막겠다는 것.

예를 들어 은평구 동명여자정보산업고는 졸업식 날 모든 학생이 한복을 입고 성인례를 치른다. 송파구 방산중은 졸업생들이 만든 영화 발표회를 열고 후배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행사를 한다. 중랑구 원묵고는 재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축하 공연을 하고 교사들이 모든 졸업생을 포옹해주기로 했다.

교육당국과 경찰은 지난해 ‘막장 졸업식 뒤풀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졸업식 뒤 옷을 강제로 벗기고 머리에 케첩을 뿌리거나, 옷을 벗게 한 뒤 인간 피라미드를 쌓게 하는 등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린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학교폭력 사태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졸업빵’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졸업식 때는 외부 학생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폭력을 저질러도 단속이 어려웠다. 올해는 단속을 더 강화하고 졸업식 문화를 바꾸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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