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지상파 송출중단 현실로…시청자들 ‘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6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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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지상파 케이블 재송신 중단…1천500만 가구 피해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16일 KBS 2TV의 SD(표준화질)와 HD(고화질) 방송신호 송출을 전면 중단하고 나서 우려되던 지상파 재송신 중단사태가 현실화됐다.

이에 따라 전체 가구수인 2000만 가구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1500만 케이블 TV가입자가 공영방송인 KBS 2TV의 정상적인 시청에 곤란을 겪는 초유의 방송 대란이 발생했다.

시청자들은 TV를 보다가 갑자기 화면이 암전상태로 바뀌자 당황해 하고 있으며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사 간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이 중단되자 긴급히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사태해결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SO들은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MBC와 SBS에 대한 재송신 전면 중단 방침을 밝히며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갑자기 검정 화면…"시청권 피해 누가 배상하나" = 갑작스런 방송 중단을 겪게 된 케이블TV 가입자들이 당황해 했다

주부 황재은 씨(36)는 "집에서 애들과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화면으로 바뀌어 깜짝 놀랐다"며 "지상파 수신 안테나를 연결해 TV를 계속 보려고 해도 지직거리는 화면만 나와 TV를 껐다"고 말했다.

황씨는 "전에 HD 방송이 끊겼을 때 이미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 예상됐을 법도 한데 그동안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는 게 화가 난다"며 "TV 수신료도 내고 유료방송 수신료도 내고 있는데 당연히 봐야 할 공영방송을 못 보는 상황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SO들과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2007년 이후 장기간 재송신 대가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SO들은 갈등이 심해질 때마다 지상파 방송의 송신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실제로 SD와 HD 방송 모두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성동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 씨(33)는 "아무리 협상이 잘 안 된다고 해도 방송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매달 수신료를 꼬박꼬박 내는데도 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뉴스게시판에 'move****'라는 ID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업체들 이해관계 때문에 좋아하는 드라마 '브레인'의 마지막회를 못보게 생겼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KBS 2TV 어떻게 보나…'난시청' 문제 수면 위로 = SO들의 송출 중단은 케이블TV에 한정된 것으로,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던 가구나 위성방송, IPTV의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SO들은 일단 송출 중단의 대상을 KBS 2TV로 한정하고 있어서 케이블TV 가입자도 MBC나 SBS는 문제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케이블TV 가입자들도 TV를 케이블TV 셋톱박스 대신 VHF나 UHF 안테나에 연결하면 직접 수신 방식으로 KBS 2TV를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가구는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 때문에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없는 상태다.

아파트의 경우 방송 공동수신 설비(공시청 안테나)가 있다면 직접 수신이 가능하지만 최근 수년간 지어진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동주택은 이를 갖추지 않고 있다.

상황은 일반 주택의 경우 더 심각해 TV를 안테나 잭과 연결해도 상당수는 정상적인 화면으로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이번 송출 중단 사태로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 상황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SO들은 보고 있다.

그동안 SO들은 지상파 방송사와의 재송신 대가 협상에서 케이블TV가 난시청 해소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피해는 시청자 개개인과 KBS 2TV의 송출에 대한 계약을 맺고 있는 SO들에게 부메랑이 돼 날라올 수 있다.

인터넷 뉴스게시판의 ID 'meta****'씨는 "협상이 안됐다고 일방적으로 채널을 끊는 것은 계약위반이다. 케이블 업체는 이번달 요금을 내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구 없는 케이블-지상파 갈등 = SO와 지상파 방송사는 지상파 방송의 송출에 SO가 얼마를 지불해야 할지, 즉 재송신 대가의 산정을 놓고 장기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저작물을 재송신한 대가를 달라는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가 지상파의 광고 커버리지 확대에 기여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SO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양측간 갈등이 고조된 것은 작년 10월 서울고등법원이 CJ헬로비전에게 신규 가입자에 대한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중단하라고 결정하면서 부터다.

법원의 결정으로 CJ헬로비전은 재송신을 계속하면 지상파방송사 한 곳에 하루 5000만원씩, 모두 1억5000만원씩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가 됐고 지불해야 할 돈은 이미 100억원대로 불어났다.

SO와 지상파는 계속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재송신 대가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입자당 요금(CPS)으로 280원을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SO들은 100원 이상으로는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며 평행선을 긋고 있다.

방통위는 그동안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타결을 독려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자간의 갈등이라는 원칙을 고수해 적극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SO와 지상파 양측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만약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들 사업자에게 허가유효기간 3개월 단축(지상파)·업무정지 3개월(SO) 혹은 5000만원의 과징금을 물 수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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