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태촌, 서울대병원에 한달째 숨어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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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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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협박’ 수사받자 입원… 가명쓰고 의무기록 비공개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 출신인 김태촌 씨(63·사진)가 ‘최양석’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경찰은 김 씨가 기업인을 협박한 혐의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을 처지가 되자 소환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입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서울대병원 및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2월 11일경 휠체어를 타고 부하로 보이는 한 남성과 함께 병원에 나타나 검사를 받은 뒤 이 병원 12층 특실에 입원했다. 갑상샘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김 씨는 병원 측에 스스로 입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영상] “찍지 마세요 김태촌 병실 앞에는 경호원 둘이…

동아일보 취재 결과 통상 병실 앞에는 이름이나 이름 중 한 글자를 빼고 적은 이름표가 붙어 있지만 김 씨가 입원한 병실 앞에는 이름표가 아예 없었다. 이 병원에는 환자가 원하면 병실 문 앞에 붙은 이름표나 침대 머리에 붙은 이름표 등을 가명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있다. 병원 측은 입원 여부 등 병원 내부 전산망에 기록된 김 씨에 관한 환자 정보에 주치의 등 극소수의 의료진만이 접근할 수 있게끔 보안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로 올려놓았다. 김 씨가 입원해 있는 병실도 병원 전산망에는 비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 이름 묻자 “나는 최양석”… 특실서 조직원 2명이 경호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전산망에 올라온 환자 정보에 주치의 등 의료진 극소수만이 접근할 수 있는 단계까지 보안등급을 강화하는 데는 환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게 반영된다. 그러나 환자가 최고 등급의 보안등급을 요구하더라도 주치의 등 병원 측의 동의가 없으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진료기록 등 의무기록이 주치의 등 극소수에게만 공개되는 일이 남발되면 의료진 간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진료에도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병원은 전직 대통령 등 최고의 예우가 필요한 극소수의 인사에게만 최고 보안등급을 적용한다. 병원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 입원해도 이 정도까지 높은 수준으로 보안을 걸어 놓지는 않는데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병원 등에 따르면 김 씨는 병실에서 보통 부하 조직원으로 보이는 남성 두 명과 함께 있다. 또 김 씨가 누워 있는 침대 머리에는 ‘최양석·남·63’이라고 적힌 종이가 꽂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병실에서도 신분을 숨기려는 듯 병실을 찾는 사람들에게 침대 머리에 있는 이름을 가리키며 “내 이름은 최양석”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를 직접 봤다는 한 목격자는 “김 씨는 한 달 가까이 입원한 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겉으로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 보였다”며 “가명을 댔지만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한 김태촌이 분명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대구의 한 중견기업 이사 김모 씨(49)로부터 “투자했던 업체가 어려워져 돈을 못 받게 됐다. 투자금 25억 원을 받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옛 조직원 2명과 함께 김 씨가 투자한 기업 대표 한모 씨(58)를 찾아가 6차례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 폭력계는 최근 공범과 피해자를 불러 조사를 마친 뒤 김 씨를 소환해 조사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8일 김 씨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김 씨는 곧바로 자취를 감춘 뒤 입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환 통보도 하기 전에 김 씨가 언론 보도를 보고 병원에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피해자와 공범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강제구인을 해서라도 김 씨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서방파는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1980년대 전국 3대 폭력조직으로 꼽혔다. 김 씨는 2006년 영화배우 권상우 씨에게 일본 팬 사인회를 강요하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진주교도소 복역 시절 전화 사용과 흡연 등의 편의를 봐달라며 교도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같은 해 징역 1년형이 확정돼 2009년 11월 만기 출소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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