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지 구두쇠 기질은 타고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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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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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대 허윤미 교수팀 “유전확률 28%”

스크루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유령을 만난 뒤 그동안 구두쇠로 살아온 삶을 반성하고 베푸는 삶을 살게 된다. 오른쪽에 웃고 있는 사람이 스크루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제공
스크루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유령을 만난 뒤 그동안 구두쇠로 살아온 삶을 반성하고 베푸는 삶을 살게 된다. 오른쪽에 웃고 있는 사람이 스크루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제공
“난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특별히 즐겁지도 않고, 게으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지도 않소.”

불우이웃을 위해 모금하라는 자원봉사자의 방문을 받은 구두쇠 ‘스크루지’가 차갑게 내뱉은 말이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영화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져 선보이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주인공 스크루지는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과 함께 구두쇠의 대표선수로 꼽힌다.

독자들은 영화나 책을 접하고 과연 스크루지같이 돈만을 사랑하는 구두쇠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구두쇠는 결혼하기도 어렵지만, 결혼을 하면 자식들도 구두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스크루지가 결혼 못한 이유는 ‘부부·관계 치료’ 10월호에 발표됐다. 미국 브리검영대 제이슨 캐럴 교수팀은 구두쇠 성향이 강한 사람은 결혼생활이 불행하고 애정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734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결혼생활 만족도, 부부싸움 경향, 커뮤니케이션 형태, 안정감 등에 대한 평가 등을 온라인 설문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지나치게 돈을 아끼는 성향의 부부는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결혼생활 만족도가 10∼15%포인트 떨어졌다. 이 같은 경향은 재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물질주의적 성향이 강한 커플에게 모두 나타났다. 캐럴 교수는 “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 불안하고 우울하며 안정감을 느끼지 못해 가정불화로 연결되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스크루지는 원래 가난했지만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정도로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다. 그런 그가 갑자기 구두쇠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크루지의 부모가 구두쇠였을 가능성이 높다. 구두쇠 성향이 유전됐다는 것이다.

목포대 심리학과 허윤미 교수팀은 구두쇠 성향이 유전될 확률은 28% 정도에 이른다는 논문을 ‘성격과 개인차’ 12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국인 쌍둥이 1110쌍을 전화조사해 구두쇠 성향을 알아봤다. 일란성 쌍둥이의 구두쇠 성향이 비슷했고 이란성 쌍둥이는 별로 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가정환경을 가지는 쌍둥이에게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100% 일치하지만 이란성 쌍둥이는 50%만 같다. 이를 근거로 허 교수팀은 구두쇠 성향에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형제자매의 구두쇠 성향이 다른 이유도 유전적인 요인에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허 교수는 “그동안 구두쇠 성향은 유아기에 잘못된 배변 훈련 때문에 나타난다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해석이 지배적이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엄마의 엄격한 훈육 태도와는 상관없이 구두쇠 성향이 나타날 수 있으며 유전적 요소도 주요 영향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두쇠 성향에 영향을 준 나머지 72%는 환경적 요소다. 이는 개인이 살면서 겪은 독특한 인생경험 등을 말하는 것으로 가족의 분위기나 재산 정도와는 관계가 없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전중환 교수는 “지능이나 정치성향, 종교성향 등도 유전성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며 “유전성이 있다고 해서 꼭 그렇게 된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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