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국물에 반하고, 카톡으로 수다 떨고, 잡스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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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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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매운 라면은 늘 빨간색이어야 할까? 왜 메신저는 컴퓨터에서만 써야 하는 걸까? 왜 벽걸이 TV 가격은 100만 원에 육박할까? 왜? 왜? 왜?

끝까지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 결국 성공했다. 2011년 한국 소비자는 하얀 국물의 매운 라면 ‘꼬꼬면’에 반했고,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보냈다. 100만 원이 넘는 벽걸이 TV는 중소기업과 대형 유통업체의 협력을 통해 ‘반값 TV’로 재탄생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2011년 한 해를 관통했던 히트상품의 성공 법칙이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삼성경제연구소가 해마다 선정하는 10대 히트상품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의 추천을 종합해 2011년 히트상품을 선정했다.

○ 다른 생각, 다른 제품


올해 8월 꼬꼬면이 출시되자 소비자는 “꼬꼬면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생산시설을 풀가동해도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경쟁사들도 ‘나가사끼 짬뽕’ ‘기스면’ 등 하얀 국물 라면을 앞다퉈 선보였다. 하얀 국물 라면도 맵고 얼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성공을 불렀다.

올해 1월 판매를 시작한 현대자동차의 신형 그랜저는 11월까지 모두 9만9767대가 팔렸다. 지난해와 비교해 2.2배 많이 팔린 것이다. 한 등급 아래인 ‘쏘나타’를 처음으로 판매량에서 앞서는 기록도 세웠다. 수입차를 사려는 소비자나 중형차를 고민하던 소비자 모두에게서 버림받으리라는 예상은 정반대로 빗나갔다. 신형 그랜저는 수입차 고객과 쏘나타 고객 모두를 그랜저 소비자로 흡수했다.

카카오의 ‘카카오톡’은 올해 4월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카카오톡을 쓴다”는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11월에는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섰다. 키보드로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던 컴퓨터의 메신저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면서 ‘무료 문자메시지’로 새롭게 해석한 전략이 먹힌 것이다.

이른바 ‘반값 TV’로 통했던 이마트의 ‘드림뷰 TV’는 값비싼 평면 발광다이오드(LED) TV를 49만9000원에 팔면서 고정관념을 깼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대형마트가 판매량을 보장하면서 값을 깎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는 같은 크기(32인치)의 TV를 80만 원대에 판다.

○ 올해의 화제 상품


이 외에도 화제가 됐던 제품들이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2’는 세계적으로 1500만 대가 팔려 나가면서 올해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스마트폰 시장 세계 1위 업체로 만들었다. 발간 한 달 만에 40만 부가 팔리면서 평소 책을 읽지 않던 30대 남성 직장인들까지 독서 열풍에 들게 했던 스티브 잡스의 전기도 올해 히트상품이었다. 이와 더불어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2’까지 인기를 끌었다.

7월부터 시작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서비스도 가입자 100만 명을 모으면서 스마트폰 시대에 어울리는 빠른 통신 속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는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은 크리머를 써서 커피믹스 시장의 새 강자가 됐다. 대한항공이 운항을 시작한 ‘A380’은 현존하는 가장 큰 여객기로 화제를 모았다.

10대 상품에는 들지 못했지만 화제를 모았던 상품들도 있다. 예를 들어 기름값 인하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알뜰주유소’는 관심은 히트상품 수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정유업체의 반발로 한 해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전력 소비가 많은 전열기구는 겨울철 전력난을 생각하면 많이 팔리면 안 되는 상품이지만 값싼 전기료 때문에 히트상품 대열에 올랐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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