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 전공 내가 설계 3년만에…” 자유전공 1호 졸업생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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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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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생물공학 내년 2월 조기졸업 20세 김민석 씨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첫 졸업자가 될 김민석 씨가 5일 오후 자신이 진학할 대학원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이 만든 ‘생물공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첫 졸업자가 될 김민석 씨가 5일 오후 자신이 진학할 대학원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이 만든 ‘생물공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09년 법대 폐지와 함께 설립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가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주인공은 생물공학 전공 김민석 씨(20).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5일 “김 씨가 6학기(3년) 만에 졸업요건을 충족해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9일로 예정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대학원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의 전공은 생물공학이지만 서울대에는 생물공학과가 없다. 생물공학은 김 씨가 1학년을 마친 뒤 공대 화학생물공학부 학사과정을 바탕으로 자연대 생명과학부 수업을 접목해 만든 ‘학생설계전공’이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재학생 402명 중 23명은 인문소통학 음악미학 예술경영학 등 21개 전공을 스스로 만들어 학부의 심사를 거친 후 자신의 전공으로 삼고 있다.

5일 서울대에서 만난 김 씨는 “인문학 자연과학 예체능까지 넘나드는 다른 학생설계전공에 비해 내 전공은 평범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남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한 김 씨는 물리 화학 생물 수학 등 자연과학 전 분야에 관심이 있어 쉽게 전공을 택하지 못하고 일단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한 뒤 학과를 정했다. 1학년을 마친 후 화학과 생물학에 마음이 기울어 화학생물공학부 진학을 생각했지만 생물학과 수학 수업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전공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기존 학과로 진학했으면 끝까지 공부에 대한 흥미가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생물학 하나로는 세계 최고가 될 자신이 없지만 여러 지식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데는 자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공대생이었다면 듣지 못했을 인문학 지식과 시사현안 등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전공인 사람이 없어 공부할 때는 외로웠다”며 “학부 기간 내내 학과에 대한 소속감이 부족해 일반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4.3 만점에 4점대 학점을 유지하고 있는 김 씨는 자신이 진학할 화학생물공학부 분자생물공학 및 신소재개발연구실에서 졸업논문을 준비 중이다. 그가 처음 연구실에 왔을 때 대여섯 살 많은 선배들은 그를 신기하게 바라봤다고 한다. 김 씨는 “순수학문도 좋지만 내가 개발한 기술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 공대에 오게 됐다”며 “살아있는 동안 신약 개발 등으로 인류사회에 기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타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395명. 그중 253명은 경영대와 경제학부가 있는 사회대에 몰려 있다. 김 씨처럼 학생설계전공을 택한 학생은 전체의 5.82%에 불과하다. 서경호 자유전공학부장은 “상경계 학과 쏠림 현상은 서서히 개선돼 가고 있다”며 “앞으로 융합형 인재 양성에 더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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