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 기자의 메디 Talk Talk]줄기세포 연구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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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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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난 타이어 때우는 수준인데 한국선 새 타이어 재생으로 착각

하나의 세포가 심장 간 신장과 같은 여러 가지 장기로 분화한다는 줄기세포. 흔히 질환 부위에 줄기세포를 찌르기만 하면 손상된 세포가 저절로 정상적인 세포로 재생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줄기세포 임상과 연구를 하는 전문가들은 최근의 줄기세포 발전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까. 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와 서울대병원 심장내과 김효수 교수와 함께 줄기세포에 대해 알아봤다.

▽이진한 기자=줄기세포는 주로 우리 몸 어디에 분포하는 것인가요.

▽오일환 교수=우리 온몸에 다 있습니다. 다쳐도 조직이 재생되는 게 다 우리 몸 구석구석에 있는 줄기세포 덕분이죠. 줄기세포에는 크게 모든 장기로 분화가 가능한 전분화능 줄기세포와 특정 장기로 분화하는 성체 줄기세포가 있습니다. 성체 줄기세포엔 다양한 혈액으로 분화하는 조혈모 줄기세포, 골 연골 근육 등으로 분화하는 중간엽 줄기세포 등이 있죠.

▽김효수 교수=국내 바이오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줄기세포는 ‘중간엽줄기세포’입니다. 비교적 쉽게 많은 양을 얻을 수 있고 키우기도 좋고 이식 뒤 면역 거부반응이 적기 때문이죠.

▽이=치료법을 보면 몸에서 줄기세포를 뽑은 뒤 이를 키워 양을 늘리고(배양) 다시 우리 몸에 주입하는 단순한 과정입니다. 주입하면 정말 심장이 만들어지고 연골이 만들어지나요.

▽김=주입된 성체 줄기세포가 실제로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로 직접 분화할 확률은 낮습니다. 대신 주입된 줄기세포가 주변의 손상된 조직을 재생 또는 성장을 도와주는 간접적인 역할을 합니다. 단,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직접 특정세포로 분화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지만, 현재 사람에게 사용하지 못하는 단계죠.

▽이=성체 줄기세포가 실제로 장기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군요. 그렇다면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때 효과가 궁금합니다. 어느 정도인가요.

▽김=심근경색 환자의 줄기세포 치료효과의 경우엔 주입하는 시기와 환자의 상태에 좌우됩니다. 심근경색 부위가 크고 제때 치료해야 되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면(발생 뒤 12시간 이후) 경색 발생 뒤 4∼10일엔 줄기세포를 손상 부위에 주사기로 주입해야 효과가 가장 좋습니다. 그 이후에 맞으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오=세계적으로 500여 건의 임상시험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중 미국이 40%로 가장 많습니다. 뇌질환, 근골격계질환, 심장질환, 소화기질환 등에서 골고루 임상을 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치료 성과를 거두는 단계는 아닙니다. 여전히 연구단계에 머무는 정도입니다.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비교하면 이제 절반 정도 건넜다고 할까요.

▽이=네. 아직 타이어에 펑크 난 것을 때우는 정도인데 많은 사람이 헌 타이어를 새 타이어로 재생시키는 것으로 착각하는군요. 이 정도 효과인데도 최근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줄기세포 법안들을 보면 희귀질환의 경우엔 임상을 최소화하자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오=효과가 있는지, 장기적으로 정말 안전한지는 수백 명, 수천 명의 환자에게 확인하는 임상 3상을 통과해야 국가가 공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느슨한 임상허가를 한다면 업체는 이를 근거로 환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치료를 하려 할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효과가 미미하다면 효과를 못 본 환자는 되레 임상을 허가한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폐암 치료제 이레사에 대해 국가가 충분한 부작용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결국 피해자가 이겼습니다. 또 해외 진출 시 우리가 개발한 줄기세포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경제적인 이득보다 국민 전체의 건강권과 재산권이 더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줄기세포 임상과 관련해선 국제적 기준에 맞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김=하지만 너무 엄격하게 규제하면 열악한 줄기세포 바이오 벤처들은 금방 몰락할 수 있습니다. 안전성 증명 이후 기존 치료법과의 효능을 비교하는 임상 연구를 엄격하게 요구하면 됩니다. 지나친 규제로 바이오벤처 등의 산업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보다 안전성을 전제로 해 여러 개의 세포치료제를 허가한다면 치료 효과가 높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간의 경쟁을 거쳐 검증이 될 수 있습니다.

▽오=투자 대비 효능이 적다면 치료제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미국도 치열한 검증을 통해 허가를 받는 나라입니다. 미국에서 줄기세포로 유명한 오시리스사의 경우도 통계학적으로 치료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적다고 나왔습니다. 이런 치료제에 대해서는 임상 2상 단계에서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고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오일환 교수 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 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이=최근 줄기세포의 세계적 치료 트렌드는 어떻게 변하고 있습니까.

▽오=기존엔 몸에 있는 성체 줄기세포를 활용했지만 최근엔 줄기세포와 상관없는 피부세포를 떼어내 여기에 특수 조작을 가한 뒤 전분화능 줄기세포로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까지 나와 있습니다. 또 피부세포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아예 원하는 장기로 바로 변화시키는 기술까지 시도되는 단계입니다. 이게 실용화되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배아줄기세포 단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밖에 줄기세포를 주입할 때 사람의 몸속에 주입된 줄기세포가 보금자리에서 잘 자라도록 인위적으로 미세 환경을 조성해주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최근에는 암 치료에도 줄기세포가 사용되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합니까.

김효수 교수 서울대병원 심장내과
김효수 교수 서울대병원 심장내과
▽오=중간엽 줄기세포를 암덩어리에 집어넣었더니 몇몇 암의 크기가 줄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 논문들을 분석하면 대개 30%의 논문은 효과가 있고 70%가량은 오히려 암세포가 자랄 수 있는 토양과 영양을 공급해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부정적인 보고입니다. 따라서 중간엽 줄기세포로 암을 치료한다는 것은 아직 현실성이 적은 주장입니다.

▽김=암 치료에서의 세포치료는 줄기세포를 이용하기보다는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것이 주류입니다.

▽이=한국사회에서 보이는 줄기세포에 대한 기대에는 과학적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분명 과장되거나 앞서 가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응급을 다투지 않는 난치 불치성 질환에 대해서는 일반 중소병원에서 남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입니다. 환자들은 국내 기술 수준과 부작용에 대해 따져봐야 할 듯합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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