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안 통과 이후]“민심 자극할라” 납작 엎드린 與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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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2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표결 처리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며 자세를 낮췄다.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나섰지만 당분간 냉각기를 유지하며 여론 흐름을 살핀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최고중진회의 일정을 취소했다. 한미 FTA 반대 여론을 자극하는 발언이 나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음주 자제령도 내렸다. 민주노동당 등 야당에 대한 비난도 최대한 자제하며 언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그 대신 홍준표 대표는 이날 국회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홍 대표는 “국익을 위해 더 이상 (표결 처리를) 미룰 수가 없었다”면서 “매끄럽게 합의처리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FTA 후속 대책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고 민주당이 요구한 방안을 100% 시행할 것”이라며 “대통령도 추가로 내놓을 대책을 고심 중이고 지금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는 민주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지식경제위 등 5개 상임위 전체회의와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 등 8개 소위원회가 열리지 못했고,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와 행정안전위는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반쪽 회의로 진행됐다.

여야 관계 경색으로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 2일) 내 처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다소 냉각기간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예산안은 법정기한을 지키는 것이 좋지만 여야가 합의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도 되는 문제이며 자체적으로 24일부터 민생예산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 시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한 한나라당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 21명의 의원 중 일부는 향후 거취에 대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국회의원 간 몸싸움은 전혀 없었고 자유롭게 찬반 의사를 표시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분들이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출마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도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 협상파 의원들도 국회 평화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만큼 내년 총선에 출마해 떳떳하게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 21명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의견과는 배치되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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