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학교 50년전 원생 2명 암매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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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의 무대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50여 년 전 학대를 못 견뎌 숨진 어린 장애인 원생 2명을 학교 측이 암매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와 이 학교 동문 등 150여 명은 17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폭로했다. 청각장애인으로 1959년부터 1968년까지 이 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김영일 씨(71)는 “1964년 10월경 고아였던 남자아이(당시 7세 추정)를 교감이 오랫동안 굶기고 때려 숨지게 했다”며 “(시신이) 가마니에 싸여 있는 것을 봤고 묻으러 갔을 때 내가 직접 땅을 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숨지기 전 방에 가두고 밥을 거의 주지 않아 굶주린 나머지 벽지를 뜯어 먹기도 했다”며 “교감, 다른 교사 1명이 함께 당시 학교 소재지였던 광주 동구 학동에서 7∼8km 떨어진 무등산 기슭에 시체를 묻었다”고도 했다. 또 김 씨는 “1965년 4월경에는 다른 여자아이(6세 추정)에게 밥을 거의 주지 않아 굶주려 숨졌다”며 “그 아이의 시체도 나를 포함한 4명이 함께 땅을 파고 묻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2건의 암매장 사건 주범으로 당시 설립자 겸 교장 김모 씨와 그 동생인 교감을 지목할 수 있지만 이들은 모두 사망했다”며 “당시 학생이던 1, 2회 졸업생들이 이 같은 일을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당시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내가 직접 광주경찰서(현 광주동부서)에 신고했지만 무시당했다”며 “1968년 학교를 그만두고 나가 2년여 동안 투쟁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50년 넘게 죄책감을 벗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제야 비로소 털어놓게 돼 다소나마 죄를 덜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가해자로 지목한 당사자가 이미 사망했고 공소시효도 지나 법적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화학교 고효숙 교장(56)은 “당시 일을 학교 관계자 누구도 알지 못한다”며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언급할 처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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