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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씨 수필집 ‘백남준…’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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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씨 수필집 ‘백남준…’ 발간

동아일보입력 2011-09-22 03:00수정 2011-09-2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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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이 그리던 첫사랑, 바로 저였죠”
21일 오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경희 씨는 “내 책이 백남준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백남준과 1984년 신문 인터뷰를 앞두고 두 번째로 만났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디자인하우스 제공
“남준이는 ‘내 이름, 내 이야기를 글로 써 줘’라고 항상 제게 말했어요. 이 책은 남준이에게 주는 저의 마지막 선물입니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고 백남준은 한국을 떠난 지 35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 순간 기자들에게 “나의 유치원 친구, 이경희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백남준이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이경희 씨(79)가 여섯 살 동갑내기로 만난 백남준과의 어릴 적 추억과 재회 이후 나눈 우정을 오롯이 담은 수필집 ‘백남준, 나의 유치원 친구’(디자인하우스)를 펴냈다. 이 씨를 21일 서울의 카페에서 만났다.

“상고머리 남준이는 말이 없고 조용한 아이였어요. 그래서 좋았어요. 저만 남준이를 기억하는 줄 알았는데 고맙게도 남준이는 저를 더 많이 기억해줬죠. 방송에 나가서도 ‘내 첫 사랑은 이경희’라고 말했고요. 재회 후 착하고 순수하고 늘 긍정적인 남준이를 바라보는 게 저는 참 좋았어요.”

책에는 백남준과 이경희 씨의 끈끈한 우정이, 때로는 맺어지지 못한 아련한 사랑이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두 사람은 서로를 ‘왕자와 공주’로 기억했고 44년 만의 재회를 ‘견우와 직녀의 칠월칠석 재회’로 여겼다. 평소에 만나지 못하는 특별한 재회는 어떤 의미에선 어긋난 만남이자 때늦은 만남이라는 것. 백남준은 이 씨에게 “우린 너무 늦게 만났어”라는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 씨는 “우리의 관계는 사랑이었지만 남녀 간 사랑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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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이에게 저는 엄마의 품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아마 전생에 모자 관계였을 겁니다. 재회 후 우리는 꾸준히 만났죠. 그가 전시를 하거나 상을 받을 때, 심지어 언론과 인터뷰할 때도 제가 항상 옆에 있었어요.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남준이가 제 옆에 있다면 꼭 한 번 안아주고 싶어요.”

이 씨는 “이 책이 백남준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인간 백남준에 대한 솔직한 기록을 읽다 보면 백남준 예술세계의 근원도 유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바람에서다. 책에 실린 백남준의 어릴 적 사진과 그가 이 씨에게 보낸 엽서나 메모지 등에 남긴 글과 낙서, 드로잉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제 유치원 친구 백남준을 다시 바라보게 됐어요. 천재지만 어린애 같았던 이 친구와의 우정을 이해해준, 이젠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도 감사하고요. 전 참 행복한 여자죠. 남준이와의 좋은 기억, 그 행복한 마음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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