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순환출자 고리 15년만에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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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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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에버랜드 지분 25.6%중 20.6% 매각기로

삼성이 15년 만에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는다. 그룹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삼성카드는 보유주식을 대량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삼성이 3세들을 위한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 가운데 20.64%를 팔기로 하고 지난달 말 외국계 투자은행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구체적인 매각 시기와 방식은 매각 주간사회사를 선정하는 대로 결정하기로 했다.

삼성카드가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금융회사가 계열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한 ‘금융 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삼성에버랜드 보유 지분을 5% 밑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15년 전인 1996년 순환출자 구조를 구축했다.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3%를,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 46.85%를 보유하고, 삼성카드가 다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25.64% 보유하는 형태로 ‘돌고 도는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가 그룹 전체의 5%도 안 되는 적은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순환출자를 통해 엄청난 지배력을 행사한다. 특히 순환출자 중간에 금융회사가 끼어 있는 것은 사실상 고객의 돈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이 때문에 삼성은 2008년 발표한 10대 그룹 쇄신안에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카드가 내놓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의 가치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규모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대량 매각(블록 딜), 기업공개(IPO), 삼성그룹 내 비(非)금융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3세 경영인들이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사들여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삼성의 한 임원은 “순환출자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다른 계열사나 3세 경영인에게 지분을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제3자 매각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이 어디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삼성 오너 일가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삼성카드가 20.64%를 팔더라도 이재용 사장(25.1%)을 포함한 삼성 오너 일가와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합계가 65%에 육박하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순환출자 해소를 계기로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3세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을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둬 계열분리를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은 2008년에 검토해 봤는데 20조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포기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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