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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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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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판정받은 아들, 4년뒤 ‘허리디스크’로 공익근무 변경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부부가 대구에서 교수로 있던 1985년 구입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985년은 최 후보자가 서울의 고려대로 직장을 옮기기 10년 전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부부가 대구에서 교수로 있던 1985년 구입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985년은 최 후보자가 서울의 고려대로 직장을 옮기기 10년 전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 고대사 분야의 전문가로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를 거쳐 고려대 교수로 재직(현재는 휴직 중)해온 학자 출신이다. 고구려재단(현 동북아역사재단) 상임이사와 차관급인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을 지내 공직 경험도 풍부하다. 두 번에 걸쳐 3년 반 동안 차관급으로 있다가 바로 장관에 지명돼 정통 관료들도 부러워할 만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최 후보자가 문화·대학행정과 폭넓은 사회활동에도 관심이 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후보자의 도덕성을 점검했다.

○ 아들 4년 만에 1급 현역→4급 보충역

최 후보자는 고려대 재학시절 학군단(ROTC)에 지원해 육군 소위로 임관한 뒤 2년 4개월을 복무하고 중위로 전역했다. 최 후보자의 아들(29)은 보충역 판정을 받아 공익요원으로 26개월간 근무했다.

아들 최모 씨의 각종 병적기록 자료를 분석했다. 최 씨가 처음 신체검사를 받은 것은 2001년 9월. 근시를 제외하곤 모든 부분에서 정상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 대상에 해당하는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대학 재학 중이었던 최 씨는 입영연기를 했고 2005년 3월 다시 검사를 받았다. 이때 최 씨는 아버지가 재직 중인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를 제출했다. 이 진단서에 따르면 최 씨는 ‘요추 4-5간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진단서에서 최 씨의 상태는 ‘호전이 없을 경우 수술이 필요하고, 무리한 운동과 격무, 훈련을 받으면 증상이 악화되거나 신경이 손상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진단서에 따라 최 씨는 보충역(4급) 판정을 받았다. 그해 8월 입대한 최 씨는 한 달여간의 훈련을 거쳐 서울 용산구의 한 고교에서 공익(행정보조)요원으로 근무했다.

검증팀은 최 씨의 허리 질환이 생긴 경위부터 추적했다. 2005년 당시 최 씨는 병무청에 제출한 경위서에서 “중고교 시절 친구의 장난으로 허리를 삐끗한 적이 있었고, 고3 때 체중이 25kg 늘면서 몸에 무리가 왔다. 중국에서 유학할 때 혼자 이사하고 청소하는 과정에서 허리에 무리가 많이 왔는데, 무거운 짐을 지다가 허리에 갑자기 경련이 오면서 쓰러져 일주일 동안 침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원래 허리에 이상이 있었는데 결정적인 사고로 군 복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최 씨가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했다는 기록이 없다는 점, 공익근무지 중 ‘가장 편한’ 곳으로 꼽히는 학교에서 근무했다는 점 등이 추가로 제기된 의혹이었다. 최 후보자 측은 “수술을 받을 경우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는 의견에 따라 수술을 보류했다. 체중감량, 슬링운동치료와 함께 가벼운 운동을 해 오고 있으며 현재도 과격하고 힘든 운동을 삼가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아버지가 재직 중인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진단을 받게 된 것은 ‘교직원 자녀에게 진료비가 할인(40%)됐기 때문’이라는 것. 공익근무지는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컴퓨터 무작위 배정 방식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으로 지정됐으며 당시 최 후보자 가족이 종로구 동숭동에 살고 있어 출퇴근 거리가 가까운 용산구의 학교에서 근무하게 됐다는 것이다.

○ 대구에 살면서 은마아파트 매입

최 후보자는 부인 박혜인 씨(60·계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및 아들 딸 등 가족 4명의 재산을 16억8600만 원으로 신고했다. 부부가 20년 이상 교수를 지낸 점을 감안하면 특별히 많다고 보기 힘든 규모다. 최 후보자 가족은 예금 외에는 주식(증권)이 없었고 부동산은 서울과 대구에 각각 아파트와 주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 등 토지나 건물, 오피스텔은 없었고 1970년 이후 최 후보자 부부의 부동산 거래는 단 4건밖에 없었다. 적극적인 재산 증식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주민등록 이전은 온 가족이 함께 했다.

다만 최 후보자 부부가 대구에서 교수로 있던 1985년 최 후보자의 부인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구입했다. 최 후보자가 고려대로 직장을 옮긴 1995년까지 10년간 전세를 줬다. 1985년 무렵은 서울 강남지역에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최 후보자 측은 “이 아파트는 당초 최 후보자의 누나 소유였으나 당시 누나가 급히 이사하게 돼 내놓은 것을 최 후보자가 서울로 직장을 옮길 경우를 예상하고 미리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 공직 재직 중 외부 강연으로 4400만 원 수입

최 후보자는 공직 재직 중인 3년 반 동안 외부 강의로 모두 4486만 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강의 횟수는 모두 67회로 한 달 평균 1.6회였고 하루에 두 번씩 강의를 나간 적도 네 차례였다. 외부강의 10번 중 네 번은 모교이며 ‘친정’인 고려대에서 강의를 했다.

최 후보자의 부인도 2008∼2010년 고려대 대학원에 출강해 매해 242만4000원의 강의료를 받았다. 이 대학 국제대학원 석사과정에 다녔던 최 후보자의 아들도 2009년 12월부터 1년 동안 국제대학원에서 행정조교를 하면서 모두 598만8000원을 받았다.

최 후보자의 자녀는 아직 직업이 없지만 2006년 이후 신용카드 명세를 보면 딸(30)은 모두 5161만3000원을, 아들은 4791만7000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딸은 2931만5000원, 아들은 1034만1000원의 예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 측은 자녀들이 용돈을 모으고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이라고 설명했다.
▼ 高大 재직중 학부 강의평가 ‘평균 이하’ 5회 ▼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2008년 논문 ‘동북공정 이후 중국 연구서에 보이는 고구려 발해 인식’(오른쪽)의 일부가 2004년 논문 ‘동북공정의 배경과 내용 및 대응방안’(왼쪽)을 인용표시나 출처 없이 발췌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2008년 논문 ‘동북공정 이후 중국 연구서에 보이는 고구려 발해 인식’(오른쪽)의 일부가 2004년 논문 ‘동북공정의 배경과 내용 및 대응방안’(왼쪽)을 인용표시나 출처 없이 발췌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며 가장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 항목은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여부였다. 이를 위해 2000년 이후 최 후보자가 주요 학술지 등에 게재한 논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최 후보자의 2004년 논문 ‘동북공정의 배경과 내용 및 대응 방안’과 2008년 논문 ‘동북공정 이후 중국 연구서에 보이는 고구려 발해 인식’의 두 부분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2008년 논문 124, 125쪽에서 이 후보자는 삼국지의 내용을 토대로 고구려의 역사적 정체성 문제를 거론했다. 이 내용은 2004년 논문 12, 13쪽 내용과 거의 일치했다. 한 예로 2004년 논문에서 최 후보자는 “진수는 ‘삼국지’에서 오환과 선비 및 동이를 삼국사(위, 오, 촉)가 아닌 다른 민족의 역사로 인식하고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록을 가지고 만약 고구려가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한다면 오환과 선비 및 동이뿐만 아니라 남만과 북적 및 서융이 모두 중국사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 부분은 2008년 논문에서 그대로 인용됐다.

또 2008년 논문의 ‘서론’에선 2004년 논문 ‘머리말’의 문장을 옮겨다 적은 부분이 여러 군데 발견됐다. 2008년 논문의 도입부 ‘동북공정의 배경과 진행과정’도 2004년 논문에서 인용표시 없이 따온 부분이 많았다.

교육인적자원부 ‘인문·사회과학 분야 표절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기초연구’를 주도한 L 교수에게 검토를 요청했다. 2004년 논문과 2008년 논문을 비교해 본 L 교수는 “(논문에) 문제가 있다”며 “높아진 윤리기준을 감안하면 (자기 논문일 경우에도)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재 도중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협의회가 2005년 국제고려학회 논문집 6호에 실린 최 후보자의 논문 ‘고구려의 역사적 정체성’의 40%가 2004년 논문과 동일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 후보자 측은 고려대의 ‘교원 연구 윤리 지침’(2007년 9월 1일 제정)을 들며 적극 해명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표절은 ‘타인의 저작, 연구, 아이디어 등 연구결과를 정당한 승인 또는 인용 없이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며 중복게재는 ‘편집인이나 독자에게 이미 출간된 본인 논문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이미 출간된 본인 논문과 완전히 동일하거나 거의 동일한 텍스트의 본인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다시 제출하여 출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일부 인용표시가 빠진 게 있지만 남의 연구결과를 훔친 표절이나 연구업적 부풀리기를 위한 고의적인 중복게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재직 당시 학부 강의평가 결과’도 검토했다. 최 후보자의 점수는 2005년 1학기∼2007년 2학기(국립중앙박물관장에 2008년 3월 취임하며 휴직)의 6학기 동안 한 학기를 제외하고는 학과 평균 점수를 넘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후보자는 학부에서 해마다 1학기에는 ‘한국 문화의 기원’을, 2학기에는 ‘삼국·남북국 시대사’를 강의했다.

2005년 1학기 최 후보자의 강의평가 점수는 3.19점(5점 만점)으로 한국사학과 학부 강의평가 평균 점수인 3.77점보다 낮았고 같은 해 2학기에는 3.33점으로 역시 학과 평균인 3.74점에 못 미쳤다. 2006년 1학기에는 3.93점을, 2학기에는 3.71점을 받았지만 학과 평균 점수는 각각 4.01점, 3.93점으로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평균 점수보다 낮았다. 2007년 1학기에는 유일하게 평균보다 높은 4.01점(평균 3.83점)을 받았지만 같은 해 2학기 강의평가에서는 3.89점을 받아 다시 학과 평균(4.14점)보다 낮았다.

최 후보자는 이 기간에 고려대 박물관장을 지냈으며 고려대 총장에 출마(2007년)하기도 했다.

한편 학계에선 최 후보자에 대해 “추진력이 강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국립중앙박물관장 재직 당시 관람객 수를 늘리기 위해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는 면이 강했다”는 평이 나왔다.

:: 인사검증팀 ::

▽정치부 장택동 조숭호 황장석 동정민 홍수영
▽사회부 박진우 김재홍 유성열
▽교육복지부 우경임
▽문화부 민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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