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키피디아 한국어판 엉터리 정보는 知的 수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인터넷 무료백과사전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에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주장들이 실려 있다. “1960년대 말부터 추진하던 박정희의 핵개발에 자극받은 김일성이 핵미사일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김정일이 옛 소련의 붕괴를 목격하고 개방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누가 봐도 북한을 편들고 남한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묻어난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편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결점이다. 개방성 때문에 누군가 악의적으로 정보를 입력할 수 있어 정확성과 공정성이 종종 논란이 된다. 그럼에도 위키피디아는 단순 나열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지성을 통해 정보를 한 차원 높은 지식으로 전환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브리태니커 등 전통 사전에 비해 시사 항목을 풍부히 담고 있어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위키피디아 영어판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은 사정이 다르다. 항목 수가 영어판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어판에 비해서도 5분의 1 수준이다. 일본 인구가 우리보다 2.5배 정도 많은 점을 고려해도 한국어판의 항목은 적은 편이다. 한국의 누리꾼들은 짧은 댓글을 다는 데만 익숙하고, 정보를 가공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지식의 축적보다는 단순 정보 전달이나 유희를 위주로 발달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식검색을 자처하지만 거기서 파편적인 정보 외에 체계화한 지식을 얻기 어렵다.

위키피디아에 글을 올리는 누리꾼의 정치적 편향도 문제다. 386세대에 의해 기초가 닦인 한국 인터넷 문화는 정치적 편향이 특히 심하다. 2008년 광우병 시위 때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가 홍위병처럼 누리꾼 선동에 앞장선 것은 ‘디지털 마오이즘(Maoism)’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었다. 당시 누리꾼들이 위키피디아 영어판의 ‘mad cow disease(광우병)’ 항목에 나오는 미국 소에 대한 설명만 참고했어도 그런 시위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항목 수가 2005년 1만 개를 돌파한 이후 6년 만인 2011년 16만 개를 넘어섰다. 포털사이트 지식검색의 저열한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위키피디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식인들은 잘못된 정보와 정치적 편향에 의한 왜곡이 판치는 위키피디아의 오류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지식인이 우리 사회에 할 수 있는 값진 기부이자 지식의 사회 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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