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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3D지도 제작용 특수차량 동승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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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3D지도 제작용 특수차량 동승해 보니…

동아일보입력 2011-07-13 03:00수정 2011-07-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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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80km로 지형지물 훑어… 도로 파인곳까지 정밀 파악
기아자동차의 ‘모하비’를 개조한 현대엠엔소프트의 차세대 운전자보조시스템 지도작성용 특수차량 ‘리얼’.
8일 오전 10시, 마침 비가 그쳤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으로 모하비 차량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현대엠엔소프트가 운영하는 국내에 단 한 대뿐인 차세대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지도제작 차량 ‘리얼(REAL)’이었다.

겉보기에는 차 위에 카메라와 복잡한 기계를 달아놓았을 뿐이지만 장착한 장비를 모두 합친 이 차의 가격은 15억 원에 이른다.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솔린엔진을 단 최고 사양의 모하비를 사용했다. 이 차량을 운전하고 기기를 조작하던 정재승 현대엠엔소프트 데이터베이스개발실 연구원은 “차 값이 5500만 원인데 개조하는 데만 50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여기에 차에 실은 장비 가격이 약 14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5cm 이내의 오차로 차량 주위의 지형지물을 촬영하기 위해 항공기에서 쓰는 레이더를 달아놓았기 때문이다.

리얼은 도로를 시속 60∼80km로 달리며 주위의 지형지물을 촬영하는 장비다. 언뜻 구글이나 다음 같은 인터넷업체들이 ‘스트리트뷰’나 ‘로드뷰’ 등 거리 풍경을 촬영하는 데 쓰는 차량처럼 보였다. 하지만 수집하는 정보의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정 연구원은 “로드뷰 차량은 그저 캠코더로 도로 모습을 찍는 거지만 리얼은 주변 건물의 높낮이와 도로의 굴곡 및 파인 곳까지 정확히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 지능형 내비게이션



레이저를 발사해 주변 정보를 수집하는 레이더와 촬영용 카메라.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조수석에 함께 올라 월드컵공원 내 도로를 달렸다. 경사로와 커브가 심한 도로를 달려야 수집되는 정보를 이해하기 쉽다며 월드컵공원을 출발지로 삼았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차량 지붕에 설치된 네 대의 카메라가 촬영하는 주변 경관이 화면에 나타났다. 정 연구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저 빔 100만 개가 1초에 200회 발사되는데 이 점이 부딪히는 곳의 색상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카메라로 촬영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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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가 거리를 한 번 달리고 나면 차량 주변의 모든 지형지물과 차량 사이의 거리가 숫자로 하드디스크에 저장된다. 네 시간을 달리면 약 250GB(기가바이트) 분량의 데이터가 쌓이는데 웬만한 노트북컴퓨터 한 대의 저장공간 전체에 해당하는 양이다.

현대엠엔소프트는 이 정보로 내비게이션 ‘맵피’를 개선한다. 지금까지의 내비게이션은 2차원의 지도 정보만 이용했다. 가장 빠른 길 등을 안내하는 건 이걸로도 충분했지만 경사가 급한 언덕길이나 차로가 갑자기 좁아지는 도로 등은 안내할 수가 없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 오차가 약 3m에 이르기 때문에 정확한 지도를 그리기 힘들어서였다. 반면에 리얼이 파악하는 도로 정보는 훨씬 다양하다. 도로의 높낮이 변화는 물론이고 깊이 파인 웅덩이, 차로가 줄거나 늘어나는 구간, 도로 위를 지나는 교각의 높이까지 파악할 수 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리얼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월드컵공원의 해발고도가 0.1m 단위로 정확하게 표시됐다. 정 연구원은 “레이저빔도 사용하지만 내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측량장비에는 토마호크 미사일의 유도장치에 사용되는 ‘관성계측장비(IMU)’라는 시스템도 함께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제작된 지도는 높은 트럭이 통과할 수 없는 낮은 교각을 안내한다거나 졸음운전 등으로 차가 비틀대며 차로를 벗어날 경우 경고음을 울려주는 데에도 쓰인다.

○ 자동운전의 꿈


하지만 이런 지도제작의 궁극적인 목표는 “운전자가 손을 대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운전해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동운전’ 기능”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단 기초단계로 현대자동차는 리얼이 만드는 ADAS 지도를 이용해 앞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용 운행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쓰는데 ADAS 지도정보가 있다면 언덕을 운전할 때 높은 출력이 필요할 경우 전기 엔진을 최대한 사용하고,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엔 자동으로 차량을 ‘배터리 충전모드’로 바꿔 연료소비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핸들의 움직임에 따라 전조등의 방향을 자동으로 움직여주는 전조등 방향 자동조절장치도 ADAS 지도를 이용하면 핸들이 움직이는 각도가 아닌 ‘봐야 할 부분’에 전조등을 비춰주는 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운행을 마칠 때쯤 되자 도로만 잘 촬영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이 차량이 가로수와 전선, 주변 건물까지 모두 촬영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리얼은 이런 식으로 반경 300m의 모든 지형지물 정보를 모은다. 왜 이렇게 많은 정보를 모으느냐고 물었다. 정 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이런 정보를 수집해 전력회사나 철도회사, 건설회사 등에 판매한다”며 “전선이 가로수에 닿아 끊어지려는 부분을 찾는다거나 건물 높이를 측량하고, 철도 파손 부위를 쉽게 찾아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이 차량을 내년에 추가로 한 대 더 구입할 계획이다. 향후 5년 이내에 이런 차량을 5대 이상 운행하면서 전국 지도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겠다고도 했다. 정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장비를 완전히 국산화해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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