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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는 지구인]⑤그는 왜 한국마니아 ‘마익흘’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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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는 지구인]⑤그는 왜 한국마니아 ‘마익흘’이 됐나?

동아일보입력 2011-06-07 15:48수정 2011-06-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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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스타 '뉴요커'… "마이클 아니에요, 마익흘이에요"● 김밥송, 김연아송 등 유쾌한 영어랩으로 한국 홍보
마이클 아론손(28)은 유튜브가 낳은 SNS스타이다. 그의 한국 관련 뮤직비디오에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반응한다.
"한국에서 가장 불쾌한 경험이란 길을 걷다가 상대방과 어깨를 부딪히는 것이지요. 만약 뉴욕에서 그랬다가는 싸움을 걸어오는 것으로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러나 이제 저는 어느 정도는 적응한 상태에요. 요리조리 피해 다닐 수 있거든요… 하하"

하루일과가 끝나는 시간, 서울의 최대 번화가인 강남역에서 만난 마이클 아론손(28·Michael Aronson)은 예상과 달리 아담한 체구에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평범한 미국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오히려 한국에서 영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영미권 출신 수 만 명 가운데 가장 특별한 인물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SNS(소셜네트워크)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컨텐츠로 널리 알려진 'SNS 스타' 가운데 하나이다.

강남의 한 대형학원 기획팀에서 4년째 근무 중인 그의 취미생활은 다름 아닌 유튜브를 무대로 활동하는 '1인 뮤직비디오 감독'이다. 그저 취미로 만드는 단순한 UCC가 아니다. 한국의 문화나 생활방식을 '뉴요커(Newyorker)'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종의 문화비평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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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인 김밥에 대해 노래하고(김밥 송), 김연아를 소재로 자신이 얼마나 영감을 받았는지를 고백(김연아 송)하고 동시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K-pop)에 대해서 노래한다.

그것도 그저 흥얼거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절묘한 한글랩과 영어랩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 팬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식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고독한 예술가'라기 보다는 혼자 즐기기 위한 '놀이'에 가깝다는 평이다.

스스로 ‘마익흘’로 불리길 원하는 마이클 아론손.
■ 한국인 이름이 트렌드… 마익흘, 석호필, 박은호

"저는 '마(馬)'씨에요. 마이클이 아니라 '마익흘'이라고 불러 주세요."

한국식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가 상당 수준 한국에 적응했는지를 감지할 수 있는 일종의 척도가 된다. 마치 세브란스 의대를 세운 스포필드가 '석호필'로, 축구선수 바그너(24) 선수가 등에 '박은호'라는 한국이름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UCC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그의 이름 '마익흘'로 검색해 보면 그가 지난 2년동안 자유롭게 창작해 낸 수많은 뮤직비디오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그의 탁월한 점은 촬영에서 믹싱까지 완벽한 1인 제작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절묘한 가사와 함께 등장하는 이미지 배치도 전문연출가처럼 톡톡 튀는 감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소녀시대, 성형미녀, 스타크래프트, 코미디쇼, 북한의 핵 위협 등 한국에 대한 다채로운 관심과 문제의식을 자신의 작품 안에 풀어 놓는다.

그의 감수성은 금세 국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2010년 '더 코리안 웨이브'로 한국 홍보동영상 공모전에서 본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노래한 '한글랩'이란 작품으로 국가 브랜드위원회에서 개최한 외국인 UCC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물론 그의 팬들이 한국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만들어 낸 한국을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 언제나 유튜브 동영상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수많은 외국인인들까지도 한국에 대한 마니아로 변화시킬 정도다. 그런 그를 두고 '한국에 미친 뉴요커'라고 부르는 사람도 흔하다.

"제 노래가 마치 한국 홍보동영상처럼 비친다고요? 천만에요. 저는 그저 한국을 소재로 노래하고 있을 뿐이에요. 제 관점으로 이해 되지 않는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대해서는 칭송하기도 해요. 결과적으로 한국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봐주시는 거겠죠. 요즘 한국은 한마디로 뜨는 컨텐츠에요."

그의 일과는 단순하다. 일과시간에는 직장에 출근해 주어진 일을 하고 저녁에는 홀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편집한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홍대 앞으로 달려가 첨단 한국문화를 마음껏 향유하는 방식이다. 그는 어떻게 해서 한국문화 마니아가 된 것일까?

마익흘은 미국 뉴욕대(NYU)에서 동아시아 지역학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2005년 연세대학교 교환학생으로 1학기 한국을 방문한 그는 순식간에 한국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당시 그를 매혹시킨 경험은 '연고전'이었다고 한다. 그토록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소속 대학을 응원하는 문화를 일찍이 뉴욕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동아시아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압도적으로 '일본' 때문이었어요. 저도 어릴 적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거든요. 게다가 중국은 빼어놓을 수 없는 거대한 문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한번 한국을 경험한 이후 은근하게 한국이 끌리더군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한국을 찾게 되었어요."

그는 4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뉴요커다. 한국생활의 낯섦과 즐거움에서 작품 아이디어를 얻는다.
■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의 인정과 열정에 반해

"한글 너무 쉬워/
난 독학으로 배웠지/
그냥 가게로 들어가 처음 보이는 책을 집었지/
자모음이 겨우 24개? 우와 최고야!
눈이 부셨고 일주일만에 다 외웠어/
한글은 위대한 세종대왕이 만들었어… 논리적인 표음문자야/"<마익흘 작 '한글 랩'>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한국인이 많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타국의 문화에 대한 편견도 적은 편이다. 게다가 그는 아시아를 전공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6개월 간의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일정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2005년 잠시 경험한 한국과 일하기 위해 정착한 2008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고 문화충격도 적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겉모습만큼은 무척이나 세련되어져 있더군요. 그런데 학생으로 한국을 접하는 것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어요. 한국은 알면 알수록 신기한 나라였어요. 그래서 그런 낯설고 신기한 경험들을 이왕이면 재미있는 뮤직비디오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뮤직비디오는 일종의 그의 일기장이었던 셈이다. 그가 표현하는 한국에서의 신기한 문화에 대한 노래가사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그 소문이 다시 한국팬들에게 전파됐던 셈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접한 문화 충격은 보통 어떤 내용이었을까?

"일일히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죠. 우선 '회식'문화에요. 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요. 게다가 회식이 2차와 3차로 이어지는 것은 정말이지 신기하더군요. 어쩜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 거죠?"

▲동영상=재한 유튜버들, “한국에 살아서 행복해” 뮤비 제작

■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문화, 그러나 알면 알수록 매력"

그는 한국의 영어학습에 대해 “열심이 하지만 뚜렷한 활용 계획이 없다”고 질타한다.
"두 번째라면 학생들이 잠을 못자는 거에요. (제가 영어학원에서 일해서 알 수 있는데) 대부분 새벽 늦게 잠을 자고 아침 일찍 눈을 뜨는 거에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충격적인 일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길거리에서 부딪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어요. 한국인들은 미국인과 달리 사적 공간(private space)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 같아요. 매번 아무데서나 부딪치곤 하는데… 정말 그것만큼은 글로벌한 행위가 아니라고 충고 드리고 싶어요."

그의 뮤직비디오는 한국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다룬다. 찬찬히 살펴보면 그가 한국에 대한 이해나 관심도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대목을 지적하는 데서 오는 쾌감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그의 동영상 'Korean English Names(한국인의 영어 이름)'에선 "젊은 한국인들이 외국인 영어 선생님이 지어준 영어 이름을 남발한다"고 지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비디오는 한 아이돌 밴드의 노래를 패러디한 '내 노래야'라는 작품이었다. 한국 대중문화에 만연한 '표절에 대한 표절'을 넘어 한국 대중가요의 여러 문제점을 신명나게 꼬집는 작품이었는데 그는 꽤 곤혹을 치러야 했다.

"뉴욕에서는 꽤 일상적인 태도인 비꼬기(사캐즘.sarcasm)가 한국에서는 대단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더군요. 이것은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해석일 뿐이에요.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충분히 한국문화를 존중하고 있어요."

그의 뮤직비디오에 자주 등장하는 북한 김정일
■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 뮤직비디오 만든다"

"여행자들과 관광객이 곧잘 지나치는 나라/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제대로 발전한 나라예요!/
도시는 세련됐고, 사람들은 멋져요./
삼성TV와 현대자동차,/
LG전화기로 유명하죠~" <마익흘 작사작곡 'The Korean Wave'>

엄숙해 보이는 표정과 달리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실로 파격적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정도는 그에게 가벼운 패러디 대상일 뿐이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코리언(Korean)' 가운데 하나다. 또한 한복까지 차려입은 채 한국을 소개하는 자작곡 노래를 신나게 부르는 모습은 '진정으로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지난 2년 가까이 그는 나홀로 작업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의 지지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의 최신 뮤직비디오에는 수많은 외국인들과 한국인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마익흘의 홈페이지 www.timetorocktheworld.com)

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웃음을 주는 코메디다.
5월28일 마익흘은 서울 여의도에서 100여 명의 친구들과 함께 '서울튜브(Seoultube)'라는 뮤직비디오 행사를 개최했다. 유튜브를 통해 UCC로 소통해온 국내외 친구들을 자신이 직접 초청해 미국식 파티를 개최한 것이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서로 얼굴과 이름도 모르던 100여명의 친구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어요. 서울의 가장 매력적인 대목은 역시 사람들이에요. 뉴욕에서는 이렇게 타인들과 쉽게 친해지고 대화를 나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어요."

서울생활 4년차 이제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목표가 한국 인디뮤지션 뮤직비디오 감독임을 당당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진심으로 한국의 대중문화를 높게 평가합니다. 특히 홍대앞 인디문화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델리스파이스' '브로콜리너마저' '위치스' 등을 좋아합니다. 한국의 인디가수들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보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꼭 그런 순간이 오리라 기대합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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