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위치정보 공개의 두 얼굴… “네가 어디있는지 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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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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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선점했던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잇달아 진출하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출시한 위치기반 SNS ‘딩동’. LG유플러스 제공
중소기업이 선점했던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잇달아 진출하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출시한 위치기반 SNS ‘딩동’. LG유플러스 제공
《 “경복궁 야간 개장에 왔습니다. 사람이 굉장히 많네요. 발도장 ‘쿵’ 찍고 갑니다.” 23일 오후 8시 퇴근길. 서울 세종로에서 스마트폰으로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임IN’을 켰다. 그러자 한 이용자가 경복궁 사진과 함께 자신의 위치를 알린 게 화면에 나타났다. 곧이어 이 글에는 7개의 답글이 달렸다. “저는 광화문광장입니다. 아이들이랑 같이 왔는데 분수에 옷을 다 적시고 노네요.” 모두 기자가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었다. 》
○ 위치기반 SNS 경쟁 후끈

국내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올리는 만큼 악용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SK텔레콤의 ‘골드인시티’(위)와 KTH의 ‘아임IN’. 각사 제공
국내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올리는 만큼 악용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SK텔레콤의 ‘골드인시티’(위)와 KTH의 ‘아임IN’. 각사 제공
이들처럼 자신의 위치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위치를 SNS에 공개하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지역정보를 공유하거나 근처 업체에서 제공하는 할인 혜택 등을 얻는다. 최근 이러한 위치기반 SNS가 인기를 끌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대형 이동통신사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임IN은 KT의 자회사인 KTH가 만든 서비스다. 하지만 위치기반 SNS를 사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를 외부로 드러내는 것인 만큼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런 위치기반 SNS로는 해외에서는 포스퀘어가 유명하며, 국내에서는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넘어선 아임IN이 가장 인기 있다. 지난달에는 LG유플러스가 위치기반 소셜 쇼핑 서비스 ‘딩동’을 선보였고 이달 16일에는 SK텔레콤도 위치기반 SNS인 ‘골드인시티’를 선보였다.

○ 범죄의 표적 될 수도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개인의 위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이 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해외의 경우 포스퀘어에 남긴 상대방의 위치정보를 활용해 빈집털이를 벌이다 잡힌 도둑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포스퀘어’의 체크인 정보를 수집해 지금 비어 있는 집을 알려주는 ‘제발 우리 집을 털어주세요(Please Rob Me)’라는 인터넷 사이트도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위치기반 SNS가 자칫하면 ‘소셜 절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걸 경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였다.

지난해 미국 보안업체 웹루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위치기반 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는 비율은 55%에 달했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비율 또한 절반에 가까운 45%에 이르렀다. 이용자 대부분이 위치기반 서비스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이들은 위치기반 SNS를 끊지 못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디지털 부머’의 특성으로 이해했다. 디지털 부머란 디지털 매체를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세대다. 황 교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데 특히 디지털 부머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부감이 없다”며 “이들에게는 위치기반 SNS가 사교의 장이자 개성 표출의 공간인 셈”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관음증’으로 설명했다. 곽 교수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구와 남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엿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맞아떨어진 것이 위치기반 SNS”라고 분석했다.

위치기반 SNS는 최근 불거진 아이폰 사용자의 이동경로 추적과는 달리 개인이 자발적으로 행적을 밝히는 만큼 불법 논란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반대로 개인이 스스로 정보를 올리기 때문에 악의를 품은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위치기반 SNS를 즐길 때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노출은 최대한 삼가는 등 이용자 스스로 부작용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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