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적어도 내 상대는 잡스” 목표치를 높여라

  • Array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항상 바보스러워야 하고, 항상 배고파야 한다(Stay Foolish, Stay Hungry)’란 유명한 연설을 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월드컵 8강에 진출한 직후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I’m still hungry)’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왜 모두 ‘배고프다’라는 말을 썼을까.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배고프다는 말은 거시 조직 이론 분야의 카네기 학파가 주창한 열망 수준(aspiration level)의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다”며 “21세기의 진정한 리더는 조직원에게 최대한 높은 열망 수준을 불어넣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1호(5월 15일자)에 실린 신 교수의 글을 간추린다. 》
○ 열망 수준의 개념

DBR 그래픽
DBR 그래픽
제임스 마치, 허버트 사이먼 등 1950, 60년대 카네기 학파를 이끈 석학들은 열망 수준을 ‘만족과 불만족을 구분하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경계’라고 평가한다. 전통적인 경영 경제학 이론은 성과를 평가할 때 객관적 성과를 중시한다. 객관적 성과가 높을수록 인간의 만족도도 덩달아 높아지며, 그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자 혁신을 추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인간의 만족도는 이렇게 단순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이 100점 만점의 시험에서 한 번은 89점, 다른 한 번은 91점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통계학적으로 89점과 91점은 별 차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점수다. 그런데 시험 성적에 대한 그의 열망 수준이 90점이라면 어떨까. 불과 2점 차이지만 이 사람은 89점을 받으면 시험을 못 쳤다고 느끼고, 91점을 받으면 잘 쳤다고 여긴다.

통계학적으로 보면 89점과 91점은 0점과 100점의 사이, 즉 거대한 연속선상 안에서 굉장히 가깝게 존재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열망 수준의 개념에서 보면 89점과 91점은 같은 연속선상 안에 분포하지도 않으며 질적으로도 완전히 다른 상태에 있다. 한쪽은 만족감을 주는 상태, 한쪽은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열망 수준의 충족 여부는 인간의 행동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마치 교수는 “열망 수준이 90점인 사람이 시험에서 91점을 받으면 과거에 공부하던 방식을 유지하지만 89점을 받으면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 열망 수준과 문제 해결형 탐색


열망 수준이 혁신 행동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이해하려면 카네기 학파가 주창한 다른 개념인 ‘문제 해결형 탐색(problemistic search)’을 이해해야 한다. 마치 교수는 혁신처럼 인간이 과거에 하지 않던 새로운 시도를 하는 탐색 행동(search behavior)에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여유 자원 기반 탐색(slack search)이다. 유휴 자원이 풍부할 때 이를 활용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과 같은 혁신 행동을 하는 상태다. 둘째, 조직 성과에 따른 혁신 행동인 문제 해결형 탐색이다. 이는 조직의 성과가 당초 열망 수준보다 낮을 때 조직이 이에 만족하지 못해 다양한 혁신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열망 수준이 높은 사람과 조직은 웬만한 성과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당연히 불만족을 느낄 확률도 높아지고, 그 불만족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에 매달린다.

열망 수준 이론은 1950년대 이후 경영학 거시 조직이론의 핵심 화두로 존재하고 있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베르스키 교수는 열망 수준의 개념을 더욱 발전시켰다. 이들은 인간이 어떤 결과를 이익으로 인식하느냐, 손실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위험 감수 태도가 확 달라진다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연구해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 맥시멈 열망 수준이 중요한 이유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열망 수준을 지니는 게 바람직할까. 개인이나 조직이나 자신의 실제 역량보다 열망 수준이 과도하게 높으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만성적 좌절감에서 오는 냉소주의(cynicism)에 빠지거나 과욕에 매몰돼 오버슈팅을 저지를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경영 전문가는 적정 눈높이의 열망 수준을 지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크게 어렵지 않은 목표를 반복적으로 달성해 조직 전체가 승리 습관(winning habit)을 체득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적정 눈높이의 열망 수준만 추구하는 건 상당한 위험도 낳는다.

국내 눈높이의 열망 수준을 가진 로컬 기업들과 국제적 눈높이를 지닌 글로벌 기업들이 서로 분리돼 경쟁을 펼치던 20세기에는 국내 시장에 적합한 역량을 지닌 기업들이 국내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 수준을 갖는 게 바람직했다. 위험과 스트레스가 적었고, 목표 달성에 따른 성취감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경의 의미가 옅어지고, 로컬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뒤섞여 싸우는 21세기에는 글로벌 최고의 맥시멈 열망 수준을 가진 기업들 이외에는 모두가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비영리 조직을 막론한 많은 한국의 리더는 이런 맥시멈 열망 수준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심어주지 못했다. 주어진 영역에서 실패 없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단기 성과주의만 강요해 왔다. 이는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글로벌 최고에 도전하는 과감하고도 창조적인 혁신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기업이 단기 실적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 경영을 펼치고, 젊은 학생들이 학점과 스펙 챙기기에만 급급하며, 승진 점수 채우기에 혈안이 된 교수들이 누구도 읽지 않는 논문만 양산하는 이유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종종 ‘여러분의 경쟁자, 즉 비교대상 열망 수준은 스티브 잡스다. 한판 붙었다가 크게 무너져도 좋으니 잡스를 꺾을 방안을 생각해 오라’고 강조한다. 기업 CEO를 비롯한 정부, 대학, 공공기관 등 모든 조직의 리더들도 자신의 조직원들이 실패를 겁내지 않고, 세계로 나가 끝까지 도전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도록 이들을 독려해야 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dshin@yonsei.ac.kr@@@
정리=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1호(2011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기술진화 흐름 포착하는 방법

▼ TRIZ consulting


사진은 1870년대까지만 해도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조지 이스트먼은 여러 장의 사진을 한꺼번에 찍을 수 있도록 셀로판 소재의 롤필름을 제작해 사진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사진 기술은 1990년대 중반 빛을 화학적으로 변환시키는 게 아니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 진보를 통해 디지털카메라 시대로 접어들었다. 소리를 저장하는 방식은 축음기의 기계적 방식에서 CD의 광학적 방식으로 바뀌고, 다시 반도체에 저장하는 MP3 기술로 발전했다. 창조적 문제해결 이론인 TRIZ에서 말하는 기술진화 법칙이다. 서로 다른 기술의 진화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을 포착해 패러다임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GE가 마케팅 강화한 까닭은…

▼ Harvard Business Review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마케팅 조직이 없었다. 뛰어난 기술 역량만으로 매출이 보장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마케팅 부서는 영업 지원이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로 여겨졌다. 기업 전략을 논의할 때도 뒷전이었다. 그런 GE가 2003년 이후 마케팅 부서의 규모를 2배로 늘렸다. 새로운 마케팅 틀도 마련했다. 마케팅 부서는 이제 성장을 위한 엔진으로 대접받는다. GE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베스 컴스톡 GE 부회장, 스티븐 리궈리 GE 글로벌 마케팅 담당 임원이 란자이 굴라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함께 GE의 변화를 직접 설명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