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영 미디어아트전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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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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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빛-소리로 만나는 삶에 대한 여유와 사유

버려진 스피커를 쌓아올려 만든 김승영 씨의 ’타워’.
버려진 물건들이 심장 박동과 자연의 소리를 뿜어내는 자연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버려진 스피커를 쌓아올려 만든 김승영 씨의 ’타워’. 버려진 물건들이 심장 박동과 자연의 소리를 뿜어내는 자연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지하 전시장 한가운데 우두커니 놓여 있는 철제 의자. 차가운 냉기를 예상하지만 의자에 앉는 순간 관객은 따스한 온기와 함께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의자’). 작은 방에 들어서면 푸른 공간에 구름 한 조각이 떠 있다. 구름이 움직이는 소리와 더불어 나타났다 어느새 사라지는 형상이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일깨운다(‘구름’).

6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 작가 김승영 씨(48)의 ‘WALK’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삶의 소소한 기억과 소통, 흔적을 소재로 삼은 영상, 빛, 사운드 설치작품으로 인간다움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도시의 거친 풍경에서 마주한 새의 주검과 콘크리트를 뚫고 올라오는 여린 풀을 대비한 영상작품은 삶과 죽음을 사유하게 만들고, 작가가 만났던 800명의 이름을 나열한 비디오와 판화 ‘기억 1963-2011’은 관객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버려진 스피커를 탑처럼 쌓아올린 ‘타워’는 스피커 안에 심장박동과 자연의 소리를 담아내 또 다른 자연을 체험하게 한다. 바쁜 일상의 쉼표처럼, 존재와 시간에 대해 사유하는 여유를 선물하는 전시다. 02-736-437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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