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진국 대상 저가완성품서… 개도국 대상 고급부품 수출하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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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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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무협, 1990∼2011년 수출비중 분석

《 우리나라 무역구조가 선진국에 저가 완성품을 팔던 데서 개발도상국에 고급 부품, 소재를 파는 선진형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선진국 수출 비중은 절반 이상 줄어든 반면에 개도국 수출 비중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갑을 닫고 있는 선진국 대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신흥국으로 수출뿐만 아니라 경제외교와 같은 국가의 수출 역량을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 수출지역 선진국 30%-개도국 70%

본보가 한국무역협회와 1990년부터 2011년 1분기까지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을 집계한 결과 대(對)선진국 수출 비중은 1990년 69.7%에서 올 상반기 28.5%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개도국 수출 비중은 30.3%에서 71.4%로 급증했다. 1990년 해외에 수출하는 한국산 제품의 70%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사들였다면 2011년 3월 현재에는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이 그 비율만큼을 고스란히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1990년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452억99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둔 동안 개도국에는 197억1700만 달러를 파는 데 그쳤다. 전체 수출액 중 대선진국 비중(69.7%)이 대개도국 비중(30.3%)의 두 배가 넘었다. 그러나 이후 대개도국 수출액이 선진국으로의 수출액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개도국으로의 수출액이 1703억8200만 달러로 선진국 수출액인 1140억3700만 달러를 앞질렀다. 비중도 선진국 대 개도국이 ‘4 대 6’으로 바뀌었다. 이 비중은 2008년 이후에는 ‘3 대 7’로 고정되다시피 했다.

가장 큰 원인은 19대 수출 대상국에서 1대 수출 대상국으로 떠오른 중국이다. 1990년 당시 5억85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1168억38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전체 수출의 30%에 이르는 양이다.

2005년부터 우리나라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해외 직접투자가 늘어 해외 현지 생산이 급증한 것도 원인이다. 현대자동차 등은 이때부터 늘어나는 해외 수요에 맞춰 인도 중국 터키 체코 등에 생산 공장을 연이어 지었고 기아자동차 역시 현재 중국과 슬로바키아,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에 따라 2002년 13만 대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자동차의 해외 생산량도 2009년 189만 대로 급증했다.

개도국 공장에 납품하는 한국산 부품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개도국 수출 비중도 올라갔다. 실제 2000년 21억여 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산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009년 117억여 달러로 5배 이상 늘었다. 대중화와 함께 가격이 내려간 휴대전화 역시 해외 생산이 점차 늘어 완제품 수출액은 2004년 190억 달러에서 2009년 181억3000만 달러로 감소한 대신 관련 부품 수출이 47억 달러에서 104억4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 핵심 부품·소재 중소기업 육성해야


수출 비중이 개도국 쪽으로 쏠리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도 대일본 수출액은 1995년 578억8800만 달러에서 2010년 605억4500만 달러로 증가액이 미미한 반면에 대중국 수출액은 같은 기간 142억5800만 달러에서 918억78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된 반면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의 성장 엔진은 식지 않아 생긴 현상이다.

여기에 금융위기를 겪은 선진국들이 과거 ‘잘나가던 시절’ 지향했던 ‘자유무역주의’를 버리고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선진국들이 자국의 산업과 일자리의 보호에 나서면서 수입품에 대한 은밀한 제재나 자국 상품 우선 원칙을 시행해 대선진국 수출이 영향을 받는 것. 실제로 2009년 미국은 미국 내 기업들이 공공부문 사업을 할 때 미국산 철강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바이 아메리칸’ 법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개도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미국은 5년 내 수출을 2배로 늘린다는 공격적 수출 전략을 세워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 역시 아시아를 전략시장으로 선정해 환경, 에너지, 플랜트 같은 첨단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한편 1인당 국내총생산이 3000달러 이하인 개도국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 개발도 동시에 하고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해외 생산기지 이전으로 고용과 부가 개도국으로 이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일본의 사례처럼 탄탄한 기술력이 있다면 핵심 부품 소재를 국내에서 생산하며 고부가가치 사업을 할 수 있다”며 “태양전지처럼 미래 핵심 부품 및 소재 분야를 선별해 관련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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