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 韓美 FTA 비준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6일 03시 00분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그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 1일 발효한다. 세계 경제력의 30%를 차지하는 EU와의 FTA 발효로 앞으로 10년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8조 원, 일자리가 25만 개 늘어날 것이라고 연구기관들은 전망한다. 유럽산 제품의 수입가격이 낮아져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물가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EU뿐만 아니라 미국 인도 등 경제대국과의 자유무역 확대는 한국 경제의 지나친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다.

FTA 발효로 확대된 비즈니스 기회를 이제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차례다. 기업들이 협정 조문을 철저히 연구해 제대로 대응해야만 FTA 과실을 다 따먹을 수 있다. 이번 협정에는 우리 관세청이 원산지 관리를 잘한다고 인증한 기업에만 EU가 특혜관세를 적용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인증 수출자 제도’가 포함됐다. 원산지 관리용 전산시스템 구축 등 기업들의 대책 마련이 급하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45개국과 체결한 FTA 8건 중 43개국과의 6건이 발효되고 이제 한미(韓美), 한-페루 FTA 비준 절차만 남았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한미 FTA 실무협의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한미 협상 첫 타결 이후 4년 가까이 끌었던 미국 내 협정 비준 움직임이 본격화한다는 뜻이다. 한미 양국이 경제적 안보적 측면의 ‘윈윈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협정 비준을 더는 늦출 수 없다. 우리 국회도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들은 아직도 큰 틀의 국익보다 내년에 치를 총선과 대선 전략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표결처리하기로 합의해 놓고도 당내 강경파 의원들과 이른바 ‘정책연대’ 대상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반발하자 합의를 파기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해 비준동의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이 EU와의 FTA 비준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방해하지 않은 것은 종전보다 유연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집권했던 시절 추진한 협정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반대하고, 여야 합의를 뒤집은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FTA냐, 민노당과의 연대냐 택일(擇一)하라’는 민노당의 압박에 애매한 태도를 취한 것도 문제다. 그가 만약 민노당과의 연대로 대통령이 된다면 극좌적인 정치집단의 비위를 맞추느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흐려놓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 과정에서 그런 행태를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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