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피의 주말’ 시위대 120여명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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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책 펴던 정권 또 무차별 발포… “진압 반대” 의원-종교지도자 사퇴

지난 주말 시리아는 피로 물들었다. 48년간 유지해온 비상사태를 해제하는 등 최근 유화책을 내놓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또다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집단 발포해 대규모 유혈참극이 빚어졌다.

○ 피로 얼룩진 주말


AP통신은 보안군의 발포로 22, 23일 이틀간 최소 120여 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인권단체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금요 기도회가 열린 22일 보안군은 전국적으로 쏟아져 나온 수만 명의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112명이 숨졌다. 외신들은 이날 시위는 수도 다마스쿠스, 반정부 시위 중심지 다라, 카시미리, 홈스 등 전국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23일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시위 과정에서 숨진 사람들을 위한 장례식에 수만 명의 군중이 모이자 보안군은 또다시 발포했다. 뉴욕타임스는 시리아 보안군이 최소 3개의 도시에서 장례식 행렬을 향해 발포해 최소 1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다마스쿠스 외곽 도우마란 곳에서는 지붕 위에 배치된 저격수들이 장례식 참석자들을 조준 사격해 5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처럼 ‘학살’ 수준의 탄압이 이어지자 국회의원과 이슬람 종교지도자들까지 나서 무자비한 시위 진압에 반발해 사퇴를 발표하는 등 지도층 내부의 균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시위 중심지인 다라 출신 칼릴 리파이 의원(무소속)은 “나를 의회로 보내준 유권자들을 보호하지 못해 사퇴하기로 했다”며 정부를 향해 폭력 진압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 강경으로 돌아선 독재자


주말 대규모 유혈 진압은 알아사드 대통령이 시위대의 요구에 더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그동안 시위대가 강력히 요구해온 비상사태 해제 외에도 새 정부 구성, 구금자 석방 등 일련의 양보안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과 함께 정치범 석방, 다당제 정치체제 도입,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속한 시아파는 13%에 불과한 반면 수니파는 74%나 돼 종파 간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18일 남부 다라에서 벽에 낙서를 한 초등학생들이 체포된 뒤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시리아 반정부 시위는 이후 격화돼 300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시리아 정권이 1982년 하마에서 이슬람 세력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최소 1만 명을 학살하고도 이를 숨길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세계가 거의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 비난 수위 높이는 국제사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위대에 대한 폭력사용을 중단하라”며 “알아사드 대통령은 외세를 비난하면서도 자국민을 억압하기 위해 이란의 지원을 바라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위대 발포에 대한 국제사회의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중동전문가인 조슈아 랜디스 미국 오클라호마대 교수는 “시리아 상황은 이집트나 튀니지와는 다르다. (대통령의 군 장악력이 워낙 세서) 군대가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나름 중동평화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다른 정상들조차 알아사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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