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승일]문전박대는 한식-국악도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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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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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한복은 위험한 옷이라 저희 식당 출입을 금합니다.” 영화 의상 제작으로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가 한복을 입고 갔다가 신라호텔에서 문전박대당했다는 기사를 봤다. “한복은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훼방할 수 있는 위험한 옷”이라는 말과 함께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전통문화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 것이 박대받는 것은 비단 한복만이 아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는 한식당이 거의 없다. 호텔에 양식당, 일식당, 이탈리아 음식점도 필요하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음식을 맛볼 기회를 우리 스스로 박탈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해 봐야 한다. 외국 여행을 다닐 때 대부분 그 나라 고유의 전통음식을 맛보고자 한다. 한국 호텔에서 먹는 자국 음식이 그들 고향의 음식보다 더 맛있겠는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제공해야 한다.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특급호텔 로비 무대에 외국인 가수(특히 필리핀 등 영어권 출신)를 세운다. 그들이 부르는 팝송이 유럽이나 미국 방문객들에게 감흥을 줄까? 오페라와 뮤지컬에 익숙한 그들이 진정 듣고 싶어 하는 것은 한국의 고유한 가락일지 모른다. 외국인 관광객의 수준을 한국 호텔 종사자의 눈높이에서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국악을 들려주는 호텔 무대를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소망일까?

한복 이야기로 돌아가자. 필자가 연전에 교토에서 ‘기온마쓰리’를 구경할 때 알록달록한 유카타를 입은 젊은 남녀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축제를 즐기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일본 전통의상인 유카타는 원래 목욕 후 입는 옷이었지만 현대적으로 개량해 요즘은 젊은이들도 애용한다. 베트남에서는 아오자이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소녀를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에서 전통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싱가포르나 태국, 몽골 항공의 여승무원 유니폼은 자국 고유의 스타일과 무늬를 전승한 복장이다. 작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는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마찬가지로 우리 전통 한복도 화려한 색상과 단아한 자태로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2007년 미스유니버스대회에서 이하늬가 ‘최고 전통 의상상’을 받은 것이 그 증거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행사 때에도 외국 영부인들은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한복이 젊은이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는 현대인의 요구에 맞게 적극적으로 탈바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명절에나 꺼내 입는 불편한 의복으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은가? 전통의상을 간편하고 맵시 있게 현대화하면 우리 젊은이들도 즐겨 입을 것이다.

‘대장금’을 비롯한 한류 드라마를 보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환호하는데 왜 우리는 우리의 것을 부끄러워하는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자로 ‘꿈의 알파벳’으로 칭송받는 한글,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맛’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예측한 온갖 발효식품이 그득한 한식, 천년 동안 썩지 않으면서도 내구성이 강하여 최근 신소재로 변신하고 있는 한지, 과학적인 축열난방과 두한족열(頭寒足熱) 방식의 온돌과 간접채광 방식, 친환경 자재 등으로 만든 한옥 등 우리 전통문화에는 선조의 지혜가 담긴 친환경, 친자연, 웰빙, 품격, 과학, 건강 지향적 요소가 그득 깃들어 있다.

이번 ‘한복’ 사건을 계기로 정책입안자나 국민 모두가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한다. 첫째,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둘째, 옛것을 끊임없이 현대적인 것과 접목하고 융복합해서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하여 현대인이 지속적으로 좋아하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전통이 나아가야 할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길이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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