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Global/창업부터 세계시장 노리는 슈퍼 벤처]<7>침구살균청소기업체 부강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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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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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OEM서 ‘세계10대 청소기’회사로

이성진 부강샘스 대표(가운데)가 직원들과 함께 침구용 살균청소기 레이캅을 시연해보고 있다. 이 대표는 자외선으로 이불 베개의 진드기와 세균을 죽이는 살균청소기를 처음으로 개발해 미국 중국 등에서 특허를 받고 발품을 팔며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성진 부강샘스 대표(가운데)가 직원들과 함께 침구용 살균청소기 레이캅을 시연해보고 있다. 이 대표는 자외선으로 이불 베개의 진드기와 세균을 죽이는 살균청소기를 처음으로 개발해 미국 중국 등에서 특허를 받고 발품을 팔며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금까지도 별 탈 없이 잘해왔는데 왜…?’

부강샘스의 직원들은 의아해했다. 2005년 미국에서 온 ‘오너의 아들’이 건강가전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팔겠다고 했다. 그것도 처음부터 해외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했다. 이대로만 가도 괜찮을 텐데 세계적인 건강가전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2세의 생각은 뜬금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부강샘스는 1978년 설립 때부터 소비자에게 완제품을 팔아본 적이 없는 회사였다. 스프링 등 자동차 및 전자제품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팔았다. 2005년 당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만으로 400억 원대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 그러나 오너의 아들은 그해 회사 안에 또 다른 회사인 건강가전사업부를 만들어 밀어붙였다.

지난달 28일 인천 남동공단 부강샘스 본사에서 만난 이성진 대표(41)는 “직원들 사이에서 ‘그게 되겠냐’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지만 국내 OEM만 해서는 돈을 남겨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기가 어려웠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뒤처질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한림대 의대를 나와 미국에 유학해 듀크대 경영학석사(MBA)를 거친 그는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데 주목했다. 알러지와 아토피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의대 친구들의 얘기도 생각났다. 그래서 떠올린 사업이 진드기와 세균을 죽이는 침구 전용 청소기였다. 미국, 유럽인뿐 아니라 홍콩 중국 등에서도 침대 생활을 하는 곳이 많으니 시장도 커보였다.

그래서 연구개발(R&D) 끝에 2007년 야심 차게 내놓은 제품이 침구 살균청소기 ‘레이캅’이다. 레이캅은 지난해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영국, 일본 등 24개국에서 150억 원어치나 팔렸다. 매출의 절반은 해외에서 나온다.

○ 발품 판 해외 마케팅

홍보 마케팅 경험이 전혀 없었던 이 대표와 건강가전사업부 직원들은 발품을 팔며 해외시장을 공부했다. “겨울에 영하 35도까지 내려가는 몽골에선 창문을 열 엄두도 못 내더라고요. 당연히 이불 먼지도 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되겠다 싶었습니다.” 재빨리 몽골 홈쇼핑채널을 뚫어 레이캅을 팔았다. 홍콩에서는 제품이 작아 보관하기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콩의 아파트를 돌아다니다 보니 비좁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유럽인은 허리를 굽혀 청소하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청소기에 스틱을 달아 팔았다.

이 대표는 미국 유학 시절 공짜 영어회화 과외라 생각하고 매 학기 면접을 100번쯤 봤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진땀을 흘렸지만 영어로 ‘나’를 파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이 경험은 해외시장에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밑거름이 됐다.

2007년 레이캅을 만들자마자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알러지협회를 찾았을 때의 일화다. 먼저 ‘적장(敵將)’을 공략해야 다른 시장도 수월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은 본 적이 없다’며 알러지 케어 인증을 못하겠다는 답이 왔다. 이 대표는 영어면접에 매달리던 때를 떠올리며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졌다. 결국 1년 만에 인증을 받았고, 레이캅은 그 길로 영국 가전매장뿐 아니라 고급 백화점인 해러즈, 존 루이스에서도 선보일 수 있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뽑은 세계 10대 청소기에도 선정됐다.

○ 대기업의 도전, 두렵지 않다

레이캅은 국내에서도 홈쇼핑과 백화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얼마 안돼 ‘세계 유일’의 제품이라고 홍보하기가 어려워졌다. 비슷한 ‘미투(me too)’ 제품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1월 한경희생활과학에 이어 4월에는 LG전자까지 침구 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직 중소기업에 대기업과 맞서 싸우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이 대표는 의외로 담담했다.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큰 회사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만들자 휴대전화 골리앗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시장이 커진 사례를 보세요. 대기업의 진출은 침구 청소기 시장의 미래가 그만큼 밝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게 아니겠어요?”

사실 그에게는 믿는 구석이 따로 있다. 글로벌 시장이다. 올해 매출 250억 원, 해외매출 60% 달성이 목표다. 이 대표는 “남들이 따라오면 세계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아본 노하우를 살려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을 더 빨리 개발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인천=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부강샘스는 어떤 회사?


―1978년 차부품 창업
―2005년 건강가전사업부 신설 침구용청소기 ‘레이캅’ 개발
―2008년 영국알러지케어협회 인증
―2009년 영국 인디펜던트지 선정 세계 10대 청소기
―2009년 홍콩전자박람회 ‘명예의 전당’ 선정
―2010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침구 살균청소 의료기기 등록
전체 매출 750억 원 레이캅 매출 150억 원(해외 비중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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