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 방지는 강대국 美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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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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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리비아 사태 대국민연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민간인 학살을 방지하는 전략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다른 나라와 협력해 이뤄져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리비아 사태 군사개입 결정과 관련해 28일 소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 미국 국방대(NDU)에서 CNN을 비롯한 주요 TV들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리비아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연설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미국 외교 안보사에 또 다른 터닝 포인트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가깝게는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압도적 힘을 바탕으로 한 일방주의(unilateralism)적 외교정책과의 결별을 정식으로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보안관을 자임해 온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자리에서 물러난 미국이 쇠락하는 제국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임과 동시에 달라진 국제질서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 리더로서의 미국의 책임론 강조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전에 걸린 미국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리비아의 민간인 반군에게 잔혹한 보복을 선언한 후 미국은 대량살상을 막아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고 군사개입의 이유를 설명했다. 카다피 원수가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기 때문에 미국의 이익과 가치에 맞지 않아 군사개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리더로서의 책임을 내팽개치는 일, 심오하게 얘기하면 같은 인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일은 미국의 존재에 대한 스스로의 배반을 뜻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부 국가는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잔혹 행위에 눈감을 수 있지만 미국은 다르다”고 말했다.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인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리더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기간에 미국의 가치와 자신의 외교정책 우선권을 연결하려고 노력해왔다.

○ 군사개입 한계선 그어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제한적 개입주의’로 부를 만한 요소가 많다. 권위주의적 독재 권력의 자국민에 대한 탄압을 눈감지는 않겠지만 군사력에 의한 정권교체는 감행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중도노선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억압이 일어나는 모든 곳에 군사력을 사용할 수는 없다”면서 “군사개입의 비용과 위험을 고려해 항상 우리의 이해관계를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비아 사태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은 리비아인 학살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이며 제한된 군사적인 임무를 정권교체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카다피 원수가 권력을 잃을 경우 상황은 개선될 것이며 자신은 물론이고 세계의 지도자들도 이런 목표를 수용하고 비군사적인 방법으로 추구할 것이지만 군사개입의 임무를 정권교체로 확대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정권 교체를 달성하는 데 8년의 세월과 수천 명의 미국인과 이라크인의 목숨, 1조 달러의 전쟁비용이 필요했다”며 “우리는 이런 일을 리비아에서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고 제한적인 군사개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미 외교사 ‘터닝 포인트’될 오바마니즘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탈피해 독립국가로 태어난 미국은 1823년 먼로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펼쳤다. 미국 고립주의 외교정책의 가장 유명한 선언으로 기록되는 먼로 독트린은 유럽으로부터 아메리카 대륙의 독자성을 보장받으려는 시도였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힘을 키워 나가던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마침내 세계제국으로 나아가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치열한 국내 논쟁 끝에 참전을 선언하면서 도덕주의와 이상주의에 기초한 미국의 개입을 천명했다. 미국은 이후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국제질서의 설계자로 자리매김했으며 가장 강력한 개입주의를 지속해 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군사작전이 일단은 성공적으로 시작했지만 전쟁의 속성이란 것이 애초에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긴 여정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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