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진출 건설사들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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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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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류 78명 철수 고민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되고 리비아 내 치안상황이 다시 악화되면서 리비아 진출 건설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지에 필수 인력을 남긴 대형 건설사들은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리비아 철수 후 재진입을 노리던 건설업체들도 상황이 장기화되면 철수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 공습 시작…잔류 인력 안전 비상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는 대우건설 51명, 현대건설 11명, 한일건설 7명, 한미파슨스 3명, 현지 협력업체 6명 등 78명의 한국 근로자가 남아 있다. 현장에 무장강도가 난입하는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트리폴리 외곽에서 공습이 있다고는 하지만 시내는 비교적 평온하다”며 “사리르발전소 등도 공습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고 국가 기간시설이라 직원들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국적군의 폭격이 시작되면서 자칫 현장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트리폴리호텔 현장의 경우 지하공간이 있어 유사시 대피할 수 있고 나머지 현장들도 지하에 벙커를 만들었다”며 “만일을 가정해 탈출계획도 이미 수립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운영을 잠시 중단했던 비상상황실을 20일부터 재가동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장 내 안전대책을 보강하고 있으며 1명만 있는 벵가지에서는 유사시 대우건설 현장에 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귀국 인력 관리 딜레마


귀국 인력 관리도 건설사들의 고민거리다. 건설사들은 현장별로 조직이 꾸려지는데, 리비아 관련 조직은 사실상 해체된 상태다. 현지에 직원을 남겨둔 대형 건설사들은 일단 시간을 갖고 인력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 선수금을 받아가며 공사를 진행한 데다 발전소 등 국가 기간시설이어서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공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귀국 인력이 휴가에서 복귀하면 특강 등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위험한 곳에서 돌아오신 분들이라 휴식시간이 필요하다”며 “바로 현업에 배치하기는 어렵고 개별 면담과 각자의 능력을 고려해 국내 현장 배치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귀국 인력을 대상으로 ‘리비아 복귀자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건설공사보험, 중동지역 향후 정세 변화, 품질관리 등 업무 분야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재테크 등도 교육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인력들은 부임대기 상태”라며 “다른 현장에 배치하기는 어려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미수금 발생 가능성이 높은 주택사업을 진행한 건설사들은 걱정이 크다. 주택사업은 발전소 등 기간시설과 달리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 현장에서 철수해 발주처가 ‘공사 포기’를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상황이 좋아지면 바로 리비아에 인력을 재투입해 공사를 재개하도록 대기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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