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돌아보는 격동의 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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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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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대규모 기획전… ‘코리안 랩소디’ 6월5일까지

‘코리안 랩소디’전에 나온 박생광의 ‘명성황후’. 리움미술관 제공
‘코리안 랩소디’전에 나온 박생광의 ‘명성황후’. 리움미술관 제공
우리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코리안 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은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고난의 20세기를 시각예술로 재조명하는 자리다. 조선 말기 개항 이후부터 일제 강점기를 다룬 ‘근대의 표상(1876∼1945)’,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포괄적으로 조망한 ‘낯선 희망(1945∼2011)’ 등 2부로 구성된 전시다.

이준 부관장은 “급속한 성장과 치열한 경쟁 때문에 사회적 기억상실증을 앓는 한국 사회에 문화정체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역사와 기억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했다”며 “연대기적 연출을 피하고 과거와 현재를 통시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려 했다”고 소개했다. 비교와 충돌, 동일성과 차이,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재해석한다는 목표 아래 미술작품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사진자료, 조선시대와 관련된 일본의 우키요에 판화 작품 등을 풍부하게 제시했다.

전시의 출발은 역사적 표상이자 민족정체성을 대변하는 경복궁과 광화문을 돌아보는 그림에서 시작된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개화기 풍경을 기록한 휴버트 보스의 ‘서울풍경’과 안중식의 ‘백악춘효’ 등이 서용선의 ‘동학농민운동’, 박생광의 ‘명성황후’와 나란히 전시돼 굴곡진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블랙박스 공간에선 일본 메이지시대에 제작한 우키요에를 선보여 근대 일본의 시각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평론가 이경민 씨가 기획 편집한 다큐멘터리 사진동영상 ‘인물도감’ ‘한성에서 경성으로-식민지 수도 경성의 변모’도 한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반추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2부에선 광복과 전쟁, 분단과 정치적 갈등, 민주화 투쟁과 산업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쾌대 변영원 이중섭 전화황 등 전쟁을 겪은 세대의 작품과, 유치원부터 군대까지 유니폼으로 한국사회의 획일성과 경직성을 조명한 서도호 씨의 설치작품 등 현대작가들이 재해석한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다. 1960년대 이후 사회상을 담은 사진영상과 한국 행위예술의 맥을 영상으로 만든 작업 등이 눈길을 끈다.

워낙 방대한 시기를 되짚는 전시인지라 느슨한 짜임새가 드러나는 대목도 있으나 미술사와 아울러 역사와 문학 등 인문학과 연계한 전시의 깊이와 무게감이 돋보인다. 6월 5일까지. 4000∼7000원. 02-2014-690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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