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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다함께/1부]<3>보호막 약한 이혼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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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다함께/1부]<3>보호막 약한 이혼 여성

동아일보입력 2011-02-14 03:00수정 2011-02-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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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못 따면 이혼 즉시 불법체류자… 자녀와 생이별도

2007년 45세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해 인천에 정착한 필리핀 여성 A 씨(당시 23세)는 2008년 말 남편에게서 “이혼하자”는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당시 A 씨는 이미 임신 7개월이었다. 아이를 가진 뒤 필리핀에서 있었던 2번의 출산 경험을 남편에게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A 씨가 처녀인 줄 알고 결혼했던 한국 남성은 “사기를 당했다”며 A 씨를 소개한 국제결혼중개업체를 고소하는 등 심하게 화를 냈다. A 씨는 결국 만삭의 몸으로 집을 나왔고 보호시설에 입소했다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결혼이민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이후 국내 총 이혼 건수는 16만6617건에서 11만6535건으로 매년 줄었다. 그러나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 건수는 같은 기간 2012건(전체의 1.2%)에서 1만1255건(9.7%)으로 늘었다.

결혼 후 아직 한국 국적을 받지 못한 이주여성들은 한국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적을 취득한 후라도 생계와 자녀교육 등은 홀몸이 된 이주여성에게는 매우 힘겹다.

○ 이혼과 동시에 불법체류자 돼



국적법에 따르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은 2년이 지나야 귀화 신청 자격이 생긴다. 또 귀화 신청 후 허가가 날 때까지 자녀가 있으면 평균 12개월, 없으면 24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결혼 3, 4년차가 되기 전까지 이주여성들은 ‘국민의 배우자(F-2)’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 체류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F-2 비자는 이주여성이 이혼하게 되면 즉시 말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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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보호를 위해 국적법에서는 이혼한 이주여성에게 본인 귀책사유가 없을 경우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여성 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이주여성들이 귀책사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어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여성은 이혼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을 듣기도 어렵고 자신의 처지를 증언해 줄 증인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2005년 경남 창원시로 시집을 온 베트남 출신 옥린(가명·35) 씨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편의 손찌검을 참지 못한 끝에 2009년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남편과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한국 국적은 아직 취득하지 못한 상태다. 옥린 씨는 “남편 잘못이 아니라는 증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너무 많다”며 “반면 나는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가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 남편에게 맞은 후 병원 진단서도 받아 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옥린 씨는 또 “남편의 폭행이 시작된 이후 경찰서에도 여러 번 갔지만 경찰이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체류 연장 신청이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한다. 2006년 결혼해 2008년 이혼한 베트남인 B 씨(31·여)는 이혼 직후 체류연장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혼소송 결과 자신의 귀책사유가 절반 정도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B 씨는 “판결문을 베트남어로 볼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 당시 상황을 아무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B 씨는 F-2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방문동거비자(F-1)를 받아 한국에서 체류해야 했다.

○ 아이 두고 ‘국경 분쟁’ 나기도


국적법상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이주여성의 경우에는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아이를 기르는 이혼 이주여성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하지만 이주여성들은 “이 조항에도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2000년 한국으로 시집 온 벨라루스인 미라(가명·32) 씨는 2001년 아들을 낳았다. 남편이 “아이를 빨리 낳고 싶다”고 재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3세 되던 해부터 남편은 툭하면 아이를 발로 차고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었던 것. 결국 미라 씨는 2009년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를 직접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의 호적은 아버지에게 올라 있었고 당연히 국적도 한국인이다. 미라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고향 생각이 나지만 한국인인 아이는 한국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참고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 양육을 두고 이혼한 다문화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이 외에도 다양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희선 박사는 “양육권을 남편에게 빼앗길 것을 걱정한 이주여성이 아이를 모국으로 몰래 데려가 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전남편과 친권, 양육권을 둘러싼 국제적 분쟁이 생기기도 하고 아이의 입장에서도 정체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고충처리기관 늘려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다문화정책이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보통 다문화가족을 주 대상으로 하면서 이혼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책이나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이선 책임연구원은 “이혼한 이주여성들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이주여성보다 경제력도 열악하고 사회성도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낮은 것도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먼저 이주여성의 조국과 한국의 이혼 절차가 다른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가 각국 외교당국과 협력해 제대로 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정법원에서 이주여성의 통역을 도와줄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 또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다문화서비스센터 통역 담당들에게 기초적인 이혼 관련 법률 교육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녀 양육문제 역시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이주여성이 아이를 낳고 이혼했을 경우 대부분 친권을 남편이 가지게 되고 이주여성은 체류자격을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법무부에서 이주여성이 아이를 낳았을 경우 횟수 제한 없이 F-1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 여성의 전화’ 김성미경 회장은 “한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게 된 이혼 이주여성도 경제적 능력이 매우 낮은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기댈곳 없는 재혼가정 이주청소년들 ▼
한국어 몰라 학업 중도포기… 예비학교서 적응교육 절실


“현재 국내에 재혼가정의 중도입국 이주 청소년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통계는 산출하지 못한 실정이다.”

10일 열린 국회 다문화가족 정책연구포럼에서 이재분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소장은 ‘중도입국 청소년 현황 및 교육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중도입국 이주 청소년은 재혼하기 위해 한국에 이주해 온 외국 여성들이 데려온 자녀들을 가리킨다. 외국 국적이거나 학교에 입학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09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 중 부인 혹은 양쪽 모두 재혼인 가정의 비율은 1990∼1994년 15%에서 2005∼2009년 25.6%로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현지에서 조부모 등 다른 가족과 살던 부인의 자녀들이 한국으로 오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 소장은 “중도입국 아동, 청소년은 대개 본국에서 어머니가 결혼하기 위해 떠난 후 외조부모와 살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한국에 온 뒤에도 1년 정도 홀로 집안에 머무르게 돼 결국 오랜 기간 교육 공백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학교 입학 자체를 망설이거나 입학한 뒤에도 적응이 어려워 학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태 파악과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토론회에서는 2006년부터 외국인근로자 자녀 특별학급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경기 안산시 원일초등학교 교사 손소연 씨의 발표도 있었다. 손 씨는 “2006년에만 해도 중학교에서 중학생 연령인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입학을 거부해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뒤 상급학교로 진학시킨 경우가 있었다. 최근에는 다수의 공립학교가 중도입국 학생들을 향해 교문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에 어떤 교육 지원을 해야 할지 체계화하고 실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는 2009년 경기 안산시를 비롯해 파주시와 김포시 등에 사는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 21명과 부모 5명을 대상으로 입국 초기 생활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도입국 청소년 길잡이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범 운영했다. 일종의 예비학교인 이 프로그램에서는 기초한국어와 학교한국어를 따로 가르치고 지하철과 관공서 이용 등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은 현장체험 위주로 습득하도록 했다. 학교 편입학 절차 및 필요한 서류 등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됐으며 정규학교 과정과 비슷한 교육 과정을 진행해 실제 학교 편입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비슷한 배경을 지닌 다문화 청소년들이 만남으로써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는 효과도 나타났다.

대안학교인 안산시 와동 들꽃피는학교에서도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예비학교 과정인 마중물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의 윤은정 교감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장기간 부모 품에서 떨어져 자기 성장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경험을 한다. 이들에 대한 교육 설계는 이주민 교육이라는 특수성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 교육이라는 보편성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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