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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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사이트 개인정보 삭제권을 누리꾼에게”
유럽국가들 적극 추진… 프랑스 “G8의제 채택”

‘구글에 이름만 치면 나오는 개인 신상정보, 죽은 뒤에도 페이스북에 계속 남아 있을 개인 사진, 보도된 지 5년이 지나서야 잘못된 정보로 밝혀진 오보 기사….’ 이들의 공통점은 지우고 싶은 기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기록을 없애려면 인터넷 업체의 허가가 있어야만 한다. 정보는 개인의 것이지만 정보의 삭제 권한은 기업에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에서는 개인이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 있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월간 애틀랜틱 인터넷판은 7일 “위키리크스가 표방하는 ‘비밀 없는 세상’과는 정반대의 권리를 가지려는 움직임이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잊혀질 권리가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에서 공식 인정되면 정보 삭제 권한을 둘러싼 역학관계에서 개인이 인터넷 업체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 특히 정보 삭제를 놓고 법정 소송이 벌어질 경우 잊혀질 권리가 인정되면 개인이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현재 ‘잊혀질 권리’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올해부터 주요 8개국(G8) 의장국을 맡게 되는 프랑스는 상반기 니스에서 열릴 G8 정상회의에서 이 권리를 주제로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규칙이 부재한 인터넷 세상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도덕적 임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스페인의 개인정보보호원(AEPD)은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는 100여 건의 기사 링크와 3차원 인터넷 지도 서비스인 ‘스트리트뷰’의 중단을 검색엔진 구글에 요구했다. 이에 구글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마드리드 법원으로 이 문제를 넘겼다. 2009년에는 독일 범죄자들이 위키피디아를 상대로 자신들의 이름을 삭제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반면 미국은 유럽 내 이런 움직임이 달갑지 않다. 이 권리가 인정될 경우 줄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큰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모두 미국 회사이기 때문이다. 애틀랜틱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의 수정헌법과 사생활 및 인간의 존엄성 중시를 강조한 유럽인권조약 제8조의 충돌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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