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피랍인질 구출 사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1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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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가 21일 아라비아해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우리 화물선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을 펼침에 따라 그간군사작전을 통해 인질이 구출된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랍 선사들은 그간 해적들과 비공식 협상을 통해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선원들을 구출하고 있지만 피랍 사건은 계속되고 있어 선사의 재정부담 뿐 아니라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국제적인 시선에 정부 또한 외교적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피랍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려면 군사작전 등으로 강력히 대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이번 삼호주얼리호에 대한 구출작전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적극 작전에 해적 '오싹'=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로는 프랑스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군은 그간 세 차례나 피랍 선박에 진입해 해적을 퇴치하고 인질을 구출해 해적들이 프랑스 화물선 납치를 꺼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군은 2008년 4월 자국의 초호화 유람선이 해적에 피랍됐을 때 선박으로 진입해 해적 3명을 사살하고 인질 30명을 구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아덴만에서 피랍된 요트에 있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고속단정에 50명을 태우고 구출작전을 벌였다. 인질 2명을 구출하고 해적 1명을 사살, 6명을 체포했다. 당시 작전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이어 2009년 4월에는 프랑스 특수부대가 피랍된 요트를 급습해 해적 2명을 사살하고 3명을 체포하면서 인질 4명을 구출했다. 이 과정에서 인질 1명은 목숨을 잃기도 했다.

미국도 2009년 4월 자국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호가 피랍되자 특수전요원(SEAL) 저격수가 해적 3명을 사살하고 피랍 닷새 만에 리처드 필립스 선장을 구해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필요시 해적을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해군에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립스 선장은 해적들이 머스크 앨라배마호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다른 선원들을 대신해 인질이 되기를 자처하는 한편 억류도중 탈출을 시도하는 등 미국에서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미 해군은 첨단장비로 무장한 3척의 구축함을 동원해 해적의 움직임을 감시하면서 구출 협상을 벌이다 소득이 없자 구출작전을 전격 감행했다.

◇선원 초기 대응이 작전성공 관건 = 선원들이 피랍 초기에 발휘한 기지가 이후작전 성공의 열쇠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6일에는 호주 해군 소속 멜버른호가 중국 해군의 도움을 받아 아라비아해에서 해적의 공격을 받은 영국 화학물질 운반선을 구해냈다.

이 운반선은 앞서 3일 해적의 공격을 받았지만 선원들이 선체 통제실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와 교신을 유지, 해적을 수월하게 물리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러시아 유조선 모스코보스키 우니베르시테트호 선원 23명도 아덴만을 지나던 중 무장 해적의 공격을 받자 자국 해군에 구조를 요청한 뒤 전력 공급장치를 차단하고 비상식량을 챙겨 기관실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갔다.

그 결과 해적들은 배를 탈취했지만 통제할 수 없었고 결국 뒤쫓아온 러시아 구축함에 의해 20시간 만에 제압됐다. 선원들은 교전 상황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그해 9월에는 연합해군이 아덴만 해상에서 피랍된 영국 상선 구출작전을 펼쳐 해적 9명을 제압한 뒤 선원들을 구조했다. 당시 선원 11명은 선박 내 안전격실에 대피하면서 해병특수부대 24명이 선박으로 진입해 이들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

역시 같은 달 독일 화물선 마젤란스타호 선원들은 아덴만에서 해적의 공격을 받자 즉각 은신처로 대피했고 그 사이 미국 해병대 소속 군함이 해적들을 격퇴했다.

이어 11월에는 터키 화물선 오거스트26호가 아덴만 입구의 예멘령 소코트라섬 인근 해역에서 해적에 피습됐지만 선원들이 재빨리 선내 대피소에 몸을 숨기면서 화를 면했다.

이밖에 지난해 2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특수부대원들은 슬로베니아 화물선 아리엘라호에 진입해 선원 24명을 구출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유럽연합(EU) 해군이 독일 화물선 '벨루가 포천호'에 진입해 해적했다.

◇청해부대 무공 전례..北상선은 자체 제압하기도 = 이번에 선원 구출에 성공한청해부대는 2009년 8월에도 바하마국적 화물선 노토스 스캔호에 접근하던 해적선에 직접 승선해 해적을 제압한 적이 있다.

이는 우리 군이 해적선에 승선해 해적을 퇴치한 첫번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작전에 나선 문무대왕함(4500t급)은 링스헬기를 출동시켜 기관총 35발을 발사하고 고속단정 3척에 특수전요원(UDT/SEAL) 30여명을 분승시켜 해적선에 진입한뒤 해적 7명을 제압했다.

지난해 4월에는 피랍된 삼호드림호 선원 구출을 위해 청해부대 소속 충무공 이순신함이 출동해 피랍 선박 주변을 원형으로 돌면서 '위협 기동'을 했으나 실제 구출작전은 실행되지 않았다.

북한 상선은 자체 보유하는 무기로 해적을 제압한 적이 있다. 2007년 10월북한 화물선 대홍단호는 소말리아 모가디슈항에서 설탕을 싣고 앞바다에 정박해 있던 중 해적들에게 피랍됐다.

당시 인근에 있던 미국 군함 제임스 윌리엄스호에서 급파된 헬기에 해적들이 시선을 빼앗긴 사이 선원들이 감춰놓은 무기를 꺼내 총격전을 펼쳐 해적을 제압했다.

상한 북한 선원 3명은 미국 군함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 화제가 됐었다.

인질 구출작전에 나섰다가 마지막 순간 포기한 사례도 있다.

독일 특수부대원 200여명은 2009년 4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독일 화물선 한자 슈타팡거호 선원 24명을 구하기 위해 피랍 선박에 접근했지만 인질과 특수요원의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 작전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독일 정부가 미국에 작전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것도 작전 포기의 한 이유였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이처럼 해상 구출작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제해사국(IMB)은 지난해 전 세계 바다에서 해적에 납치된 사람이 1181명으로 역대 최다였으며 이 가운데 소말리아 해역에서 납치된 경우는 1천16명으로 전체의 90%에 육박한다고 집계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군사전문가는 "선박 납치의 90% 이상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군사작전만으로는 해적 근절에 한계가 있으며 소말리아내정 안정과 경제개발, 그에 따른 주민생활 안정으로 해적의 충원 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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