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겨울아시아경기 나도야 간다]김담민 “아빠가 만든 신 신고 금메달 꼭 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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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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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3000m 계주 김담민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준 스케이트화를 꼭 잡은 김담민의 손은 여리다. 하지만 그는 쇼트트랙 여자 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기대주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준 스케이트화를 꼭 잡은 김담민의 손은 여리다. 하지만 그는 쇼트트랙 여자 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기대주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너무 쉽게 된 것 같아요.”

중학생의 입에서 뜻밖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국가대표는 누구나 바라는 목표. 쇼트트랙 대표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늘의 별 따기라는 쇼트트랙 대표선수가 된다는 것은 아시아경기나 올림픽 메달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런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쉽게 땄다는 말이 나오다니. 그것도 1등으로 달았는데도 말이다. 김담민(16·부림중)은 그만큼 달랐다.

○ 힘들다면서 스케이트화 신는 노력파

지난해 중국 창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에서 그는 여자 계주 30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국제대회 데뷔전에서 바로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대표선발전에서 언니들을 모두 제친 게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이미 2009년 전국겨울체육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며 대성할 자질을 보였다.

그는 원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만약 키가 컸더라면 계속 스피드스케이팅을 했을 거예요.” 스피드스케이팅을 하며 다진 체력과 기술은 쇼트트랙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대표팀 정섬근 코치는 “어린 만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케이팅 기술이 좋다. 경기 운영 등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잘 다듬는다면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수 있다”고 칭찬했다.

처음으로 태릉선수촌 생활을 경험한 그는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훈련장까지 가는 이동시간이 짧아 훈련시간이 많아져 좋다”고 말했다. 선수촌에 들어가기 전 집이 있는 안양에서 훈련장인 한국체대 빙상장까지 매일 이동하느라 두세 시간을 차에서 보냈다. 그는 “대학생 언니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운동량이 많아져 좋다”며 웃었다. 아직 소녀티도 완전히 벗지 못했다. “취미로 시작해 선수가 됐지만 공부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운동이 힘들어질 때만요.”

○아버지가 만든 스케이트화 신고 금메달 목표

그는 쇼트트랙 가족이다. 오빠 김철민(부흥고)은 쇼트트랙 선수. 아버지 김대석 씨(48)는 스케이트화를 주문 생산하는 ‘쎈스포츠’ 대표다. 그와 오빠는 아버지가 만든 스케이트화를 신고 있다. 선수촌에서 오빠와 함께 훈련하고 있는 그는 “오빠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훈련하며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자랑했다. 당연히 대화 주제는 쇼트트랙. 누가 쇼트트랙 남매 아니랄까 싶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후보인 김철민은 다른 선수 한 명이 부상을 입어 겨울아시아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출전이 성사된다면 사상 첫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남매 선수가 탄생한다.

아버지가 만든 스케이트화를 신는 데 대한 자부심이 컸다.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훈련장까지 태워다 주세요. 우리 때문에 스케이트화도 만드시죠.” 사진을 찍기 위해 스케이트화를 꺼내 만지는 그의 손에 진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다. 30일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겨울아시아경기에 그는 3000m 계주 대표로 출전한다. “아빠가 만드신 스케이트화를 신고 겨울아시아경기는 물론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시상대에서 꼭 스케이트 들고 찍을 거예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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