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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깨사]<끝>‘촌티’ 디자인-실험밴드 활동하는 안데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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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깨사]<끝>‘촌티’ 디자인-실험밴드 활동하는 안데스 씨

동아일보입력 2010-12-27 03:00수정 2010-12-27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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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좇아 그 모습이 그 모습, 그게 더 촌스럽지 않나요?”
21일 서울 홍익대 입구 앞 미술학원 건물 지하 작업실에서 만난 안데스 씨는 단발머리에 색이 바랜 파란색 트레이닝복과 빨간색 양말을 신고서 중국에서 구입했다는 대형 옷걸이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는 “해외에서 데일리코드를 접속하는 사람들이 내 패션을 한국인들의 일반적 패션으로 오해할까 봐 요즘은 사진을 찍어준 이의 패션 사진도 나란히 올린다”며 자신도 사진기자를 사진 찍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람들은 그를 세 가지 분야에서 각각 다르게 알고 있다. 디자인업계에선 그를 패션 잡화 브랜드 ‘쌈지’의 아트디렉터로 기억한다. 패션업계에서 그의 이름은 촌스러움을 역발상으로 패션 아이템화한 이단아로 취급된다. 인디밴드 뮤지션들은 그를 ‘구전동요 트리뷰트 2인조 밴드 부추라마’의 일원으로 알고 있다.

“요즘엔 이름이 좀 알려져서 한 달에 두세 번꼴로 전문지에서 인터뷰 신청이 들어와요. 미술전문지이거나 패션전문지, 그리고 음악잡지죠. 그런데 모두 여러 조각의 제 모습 중 한 조각만 들고 저를 찾아오셔요. 세 가지 모습 중 두 가지씩을 모르시는 거죠.”

분홍색 머리핀을 꽂은 단발머리에 남보랏빛 트레이닝복을 ‘배바지’로 입고 빨간 양말을 신고 나타난 안데스 씨(31)는 장난꾸러기처럼 큭큭 웃었다. 시골장터에서나 만날 법한 할아버지 패션을 한 이 젊은 디자이너는 2006년부터 근 5년째 매일 자신의 독특한 패션스타일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데일리코디’(dailycodi.com)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물론 옷에 관심이 많다. 매일 옷을 갈아입는다. 문제는 스타일이다. 그가 소화하는 옷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패션테러’라고 부를 만한 옷들이다. 트레이닝복 아니면 알록달록한 몸뻬에 헐렁한 아저씨 티셔츠, 허름한 잠바, 눈에 확 띄는 색깔의 양말, 코바늘뜨기로 만든 이상한 모자…. 이 때문에 ‘촌스러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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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그런 반응은 의도한 걸까. 그러나 그는 그 같은 반응에 거부감을 보였다. 촌스러움을 재발견하기 위해 이런 옷을 입는 게 아니라고 했다. 자기 눈에 이 옷들이 너무 예뻐 보여서 입는다는 것이다.

“제 패션을 놓고 ‘빈티지룩’ 운운하는 분들도 계신데 오해예요. ‘유행은 더럽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유행을 따른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옷장사꾼들이 쳐 놓은 고정관념의 덫에 걸리는 거잖아요. 백화점에서 파는 옷들을 입는 것은 ‘서양예술의 아바타’가 되는 거예요. 전 세계 사람들이 똑같은 옷을 산다고 생각하면 무섭지 않나요. 전 오히려 그런 유행의 행렬에서 탈락해 버려진 쓰레기가 아름답게 느껴져요.”

안데스 씨(오른쪽)가 미술가 페이 씨와 함께 결성한 밴드 ‘부추라마’ 공연. 이들에게 전국의 구전동요는 새로운 음악적 실험의 원천이 된다.
실제 그가 입는 옷은 ‘옷들의 무덤’에서 건져온 것이다. 서울의 황학동 시장이나 부산 남포동 시장에서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한 벌에 1000원, 비싸야 5000원에 파는 옷들이다. 하지만 100일 동안 매일 옷을 갈아입어도 10만 원밖에 안 드는 ‘보물단지’다.

그가 구상한 디자인 제품들도 보통 사람 눈엔 촌스럽기 그지없다. 요즘은 금기처럼 치부되는 빨간색을 기본색상으로, 1980년대 성인용 나이트클럽 홍보지를 연상시키는 현란한 활자와 사진을 활용하거나 운동화, 빨래, 화분, 벽돌 등 평범한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이다. 이런 디자인 아이템을 올려놓은 웹 사이트(uselessgoods.co.kr)의 이름은 ‘㈜무용지물’이다. 현재는 국산 캐릭터 ‘뿌까’의 글로벌 웹 사이트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미술가 페이(신형정) 씨와 2006년 결성한 밴드 부추라마(boochoolaamaa.kr)는 구전동요를 채집해 실험음악으로 변형해 발표하는 작업을 해왔다. ‘부추라마’라는 이름은 당시 안 씨가 푹 빠져 있던 채소 이름과 신 씨가 인도여행을 갔다가 만나고 온 달라이 라마의 이름을 합쳐 만든 것이란다. 밴드의 상징은 부추 한 단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불상이다. 첫 오프라인 앨범의 제목은 ‘부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달라이 라마’로 지었다.

“요즘엔 ‘데덴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제 고향인 마산에선 어린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편을 가를 때 ‘덴찌야 데덴’이란 구호를 외치는데 서울에 오니까 ‘데덴∼찌’하는 거예요. 그래서 조사를 해봤더니 같은 충청권에서도 ‘틴나틴나틴나라말씀/흰둥흰둥흰둥이검둥이’(논산), ‘탐탐비어스’(보은), ‘앞뒤앞뒤앞뒤앞뒤’(청주) 식으로 다 달랐어요. 이것들을 모아서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얼핏 전혀 달라 보이는 세 가지 작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초일류국가가 되기 위해 달려가면서 우리가 점점 잊고 있는 근대의 재발견, 일상의 재발견이다.

“독창성을 중시하는 미술을 공부하면서 ‘서양에서 이식된 걸 제외한 한국사회의 원형은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전통이 있다지만 그것도 학습된 것이지 제 몸에 새겨진 것은 아니죠. 지금 촌스럽다고 시골장터로 밀려난 근대화 시절의 풍경들이야말로 갈수록 동질화하는 세계화시대에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한국적인 원형 아닐까요.”

한 벌에 1000∼5000원짜리 패션을 매일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데일리코디’ 1000회를 기념해 연 패션쇼 ‘옷 입는 게 제일 쉬웠어요’의 기념사진. 안데스 씨(앞)의 친구들이 모델로 직접 나섰다. 사진 제공 안데스 씨
올해 6월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미술관 아트스페이스 풀에서는 데일리코디 1000회를 기념해 ‘옷 입는 게 제일 쉬웠어요’라는 제목의 패션쇼가 열렸다. 그가 현장에서 라이브로 믹싱한 일상의 구음(口音)에 맞춰 친구 20여 명이 데일리코디에 소개된 패션을 미술계 인사들에게 공개했다. 당시 현장을 본 설치미술가 최정화 씨는 “의상의 색상과 구성이 기막히다며 감탄하는 미술가가 많았다. 일상에서 접하는 단순한 리듬을 반복한 음악과 함께, 우리가 ‘촌스럽다’고 피상적으로 느끼는 것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해준 시도였다”고 평했다.

안 씨는 패션쇼를 끝내고는 데일리코디를 그만둘까 생각했다고 한다. 데일리코디를 시작할 때 의도했던, ‘패션사업에 지배되는 한국사회를 풍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노예가 되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일상과 동떨어진 그 무엇이 예술이 아니라 일상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데일리코디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제가 하는 작업이 모두 그냥 제 일상이에요. 거창하게 뭘 보여주는 게 아니다 보니 특별한 계획도 없고요. 다만 제가 하는 세 가지 작업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조금씩 성숙해간다고 할까, 뭐 그런 것에서 보람을 얻습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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