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원양성 현장을 가다]<2>핀란드, 6개월 교생실습-자발적 교사연수가 ‘1등교육’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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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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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들이 핀란드 학교를 방문하면 ‘교사마다 가르치는 방식이 다 다른데, 교사는 스스로 자기 방식이 맞다고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묻곤 합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묻지 않습니다. 그건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는 말이거든요.”》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국가비교(PISA)에서 줄곧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핀란드 교육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일대일로 학력 부진 학생을 꼼꼼하게 지도하는 데 있다고 본다. 핀란드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은 여러 학생과 어울려 공부할 때 자기 능력을 충분하게 발휘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보고 일반 진도를 따라갈 수 있을 때까지 성심껏 가르친다.사진 제공 헬싱키대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국가비교(PISA)에서 줄곧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핀란드 교육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일대일로 학력 부진 학생을 꼼꼼하게 지도하는 데 있다고 본다. 핀란드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은 여러 학생과 어울려 공부할 때 자기 능력을 충분하게 발휘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보고 일반 진도를 따라갈 수 있을 때까지 성심껏 가르친다.사진 제공 헬싱키대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국제교류 담당 레이코 라우카넨 씨 말이다. 그의 말처럼 핀란드에서는 어떤 책을 교과서로 삼아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지는 모두 교사가 결정한다. 교사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내려보낸 핵심공통교육과정을 참고하기만 하면 된다. 핀란드에서도 이런 교육방식을 두고 논란이 없던 건 아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국가비교(PISA)에서 줄곧 최상위권을 지키면서 30년 가까이 계속된 논란은 끝났다.

헬싱키대 교사교육학부 학장 야리 라베넨 교수도 핀란드 교육 성공 비결이 “오페타야(Opettaja·핀란드어로 교사)”라고 말했다. 라베넨 교수는 “교사들 역시 뛰어난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국민 기대치에 맞추려 최선을 다한다”고 소개했다.

○ 멘터, F학점 있는 교생실습

핀란드에서는 별도 교원 임용시험이 없기 때문에 교육석사(유치원 교사 및 일부 직업학교 교사는 학사) 학위가 곧 교사자격증이다. 그만큼 사범대(교육대) 강의 품질도 높다.

그중 가장 차별화된 풍경은 ‘교생실습’이다. 핀란드에서는 교생실습을 대학(원)에서 이론적으로 완성한 교습법을 직접 현장에 적용시켜 보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교환학생으로 헬싱키대에서 공부하는 일본 오사카(大阪)대 학생 야마모토 후사요(山本房代) 씨는 “일본도 우수한 학생들이 교직을 선택하지만 교생실습 체계가 달라 준비 상태가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는 대학 교육에서도 학교(부)별로 커리큘럼을 짜기 때문에 교원을 양성하는 12개 학교(부) 모두 교생 실습 기간이 조금씩 다르다. 헬싱키대 학생들은 최대 4차례로 나눠 22주 정도 교생 실습을 경험한다. 일바스킬라대 학생들은 4차례 25주다.

학생들은 실습 동안 교직 경력 10년 이상인 ‘교생 멘터 교사’에게 도움 및 평가를 받는다. 일바스킬라대 교육학부 엘리사 헤이모바라 박사는 “교생 멘터가 되려면 2년 동안 주말 및 방학을 반납하고 연수를 받아야 하지만 경쟁률이 높다”고 말했다.

교생 멘터는 수업 시간에 학생이 집중을 못하는데 교생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을 때를 비롯해 교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탈락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헤이모바라 박사는 “최소 26시간, 그러니까 일주일은 누구 도움 없이도 매끄럽게 수업을 마쳐야 교생실습을 통과할 수 있다”며 “교생실습에서 F학점을 받은 실습생은 대학(원)으로 돌아가 이론 보충을 마친 뒤 다시 교생실습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조금이라도 더 배우려는 교사들

핀란드 교원 양성 체계는 기본 ‘학사 3년+석사 2년’이다. 교사가 되려면 교육학은 물론이고 전공 분야 석사학위도 따야 한다. 예컨대 물리 교사는 물리학석사이자 교육학석사인 것. 모든 교사가 최소 두 과목 이상 학위를 가진 것도 특징이다.

헬싱키대 교사교육학부 세포 테야 부학장은 “(초등교사에 해당하는) 학급교사들도 중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수준으로 부전공을 한 과목 선택하는 게 최근 유행이다. 이 때문에 교과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이 한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친 종합학교에서 9년을 보내기 때문에 학급교사들도 ‘멀티 플레이어’를 자처한다. 그 덕분에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특별 교육 교사’가 되려면 석사 졸업 후 1, 2년 동안 교육을 더 받는다. 특별 교육 교사는 학력 부진 학생들을 일대일로 지도한다. 그만큼 전문성이 더 필요하다는 게 핀란드 교육 당국의 판단이다. 헬싱키대 교육평가센터 야르코 하우타메키 소장은 “한국에서는 예비 교사에게 학력 부진 학생 교육을 맡기려 한다고 들었다. 문화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완전히 ‘미친 생각’이라는 게 첫인상이었다”고 말했다.

각종 교사 연수도 활발하다. 핀란드 지자체들은 교사에게 최소 3일 동안 연수를 제공하지만 교사들 참여 시간은 더 길다. 핀란드 전체 교사 95% 이상이 가입한 핀란드교원노조(OAJ)에 따르면 교사 41%는 1년 평균 10일 이상 각종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71%는 연수비용을 자기가 부담한다. 학기 중 연수에 참여할 때는 대체 교사 임금도 교사가 부담해야 한다.

OAJ 특별 자문 세미 리트바 씨는 “핀란드 교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 과목 최고 전문가이자 인격적으로도 완성된 사람이 되려고 늘 애쓴다”고 높은 연수 참여율을 설명했다.

○ “교사는 자발성과 믿음의 상징”

헬싱키 교외에 위치한 라토카르타논 종합학교에서 31년차 교사 시크루 가사스 씨를 만나 ‘핀란드 교사생활’을 물었다. 가사스 씨는 “다른 직업은 매일, 매년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일이 많지만 우리는 매일 다른 걸 배우고, 매년 다른 학생이 들어오기 때문에 평생을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전 세계에서 ‘너희들 참 잘한다’고 보러 와 록스타가 된 기분”이라며 “연봉이 조금 적은 건 불만이지만 교직을 선택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컨설팅업체 매킨지가 최근 펴낸 ‘핀란드 한국 싱가포르 교원 양성 프로그램 분석’에 따르면 핀란드 학급교사들은 초봉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81%를 받는다. 15년차가 되어도 106%에 그친다.

이 보고서는 “핀란드 교사들은 연봉은 적지만 ‘자발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매킨지에서 한국 교사들이 뛰어난 이유로 꼽은 건 높은 연봉과 직업 안정성이었다. 한국 초등교사들은 초봉으로 1인당 GDP의 128%, 15년차 연봉으로 221%를 받아 OECD 국가 중 연봉 수준이 가장 높았다.

헬싱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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