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北포격-南대응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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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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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포격 4분뒤 南 전투기 출격… 北미사일기지 타격 대기

23일 오전 8시 20분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에 위치한 서해지구 군 통신 운영단으로 북한이 보낸 팩스 한 장이 들어왔다. 한국군이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연평도 인근에서 실시할 계획인 사격 훈련과 관련해 북측 영해로 사격을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전통문)이었다.

이에 한국군은 호국훈련과 무관한 통상적인 것이라며 예정된 사격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답신했다. 이후 연평도 K-9 자주포 부대는 오전 10시 반부터 연평도 서남쪽 해상으로 포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당초 사격 훈련은 오후 2시 45분까지 예정돼 있었다.

포 사격 훈련이 마무리될 때쯤인 오후 2시 34분, 북한 쪽으로부터 포성이 들리더니 포탄이 부대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북한군이 연평도에서 북쪽으로 10km 떨어진 무도 해안포 기지에서 연평도 K-9 자주포 부대를 정조준해 해안포(곡사포) 24발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한 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포격 도발에 부대원들은 일단 대피했다. 포탄 하나가 병사들의 막사를 명중시켰다. 다행히도 부대원들이 모두 피신하고 난 뒤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북한군의 포격이 소강 기미를 보이자 해병대원들은 밖으로 나와 서남쪽으로 향해 있던 K-9 자주포의 포구를 북쪽으로 돌렸다. 북한의 포격 도발이 시작된 지 13분 뒤인 오후 2시 47분 대응사격을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기습적인 도발인 데다 북한군이 정조준 사격을 했기 때문에 한국군의 피해는 컸다. 해병대원 2명이 목숨을 잃었고 5명이 중상을, 10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들은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북한의 첫 포격 도발은 20여 분간 간헐적으로 이어지다 오후 2시 55분부터 잠잠해졌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북한군은 오후 3시 10분부터 3시 41분까지 다시 포격을 가했다. 북한군은 한국군의 대응사격이 거세지자 무도에서 2km 떨어진 육지의 개머리 해안포기지에서도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엄호 포격’인 셈이다.

총 50여 분 동안의 포격 도발 과정에서 한국군과 북한군은 순차적으로 포격을 주고받았다. 북한군의 첫 포격 도발에 한국군은 1차 대응사격을 했고, 한국군의 대응사격에 북한군이 다시 포격을 가했다. 한국군은 2차 대응포격을 가했고, 교전 마지막쯤에는 양측이 서로 포탄을 상대진영으로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북측 60여 발, 남측 80여 발이 각각 발사됐다. 포탄 일부는 바다에, 일부는 상대방 내륙지역에 떨어졌다.

주민들은 지하 방공호 등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연평도 주민 1600여 명이 방공호로 대피했지만 주민 3명은 북한의 포격에 부상을 입었다. 주민들은 북한군의 해안포 발사 수와 관련해 군 당국의 공식 발표인 수십 발과는 달리 100여 발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해안포 가운데 주로 곡사포를 활용한 듯했다. 연평도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과 K-9 자주포는 섬 뒤편에 있어 북한 해안포가 마을과 K-9 자주포 부대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연평도 중간에 있는 산을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직사포로는 마을을 타격할 수 없다. 북한은 해안포로 곡사포와 직사포를 모두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포격이 시작된 직후 즉각 위기조치반을 소집하고 국지도발 발생 시 최고의 대응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진돗개는 국지도발이 일어났을 경우 내리는 비상대응 명령이다. 아울러 합참은 한미연합사령부와 협의해 대북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포격이 시작되자 공군은 교전이 벌어진 서해 5도 지역에 F-15K와 KF-16을 긴급 출격시켰다.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한 뒤 4분이 지난 오후 2시 38분 KF-16 전투기 2대를 비상출격시켰다. 이후 추가로 F-15K 4대와 KF-16 2대를 더 출격시켰다.

전투기들은 북한이 해안포에 이어 미사일까지 발사할 움직임을 보일 경우 공중에서 진지를 타격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아 진지타격은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북한의 해안포 도발 당시 북한 전투기 2대가 해당 지역 상공에서 초계비행을 하고 있었다. 한국군 전투기들이 뜨자 초계비행 중이던 북한 전투기 2대는 모두 지상으로 내려갔다.

해군도 2함대사령부 보유 함정을 연평도 인근으로 긴급히 이동시켰다. 다만 사거리가 83∼95km에 이르는 북한의 샘릿,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의 사거리를 피해 교전지역으로부터 40∼60km 지점에서 대기했다.

한편 북한의 해안포 도발 직후 일본 오키나와에 배치된 미군 F-22 전투기(랩터)가 한반도로 긴급 출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군 측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군 사상자 명단

◇전사자
병장 서정우(21·광주),
이병 문광욱(19·전북 군산)

◇중상자
병장 최주호(21·부산),
상병 김지용(21·경기),
일병 김명철(20·인천),
김진권(20·대구),
이민욱(19·대구)

◇경상자
하사 오인표 박성요 김성환,
병장 김용섭, 상병 서재강,
일병 구교석 김인철 이진규
조수원 한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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