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애플-구글 신경전, 위선적 착한 남자 vs얄미운 나쁜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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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선택하는 경우를 떠올려보죠. 한 명은 성격 고약하기로 유명한 얄미운 남자인데 잘생긴 외모가 매력적입니다. 또 한 명은 얘기를 나눌수록 그 생각을 존경할 만하게 만드는 사람인데 언뜻언뜻 이게 ‘착한 척’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듭니다.

올 한 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뒤흔든 애플과 구글이 최근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치 ‘소비자’라는 여인의 마음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스타일 좋은 ‘나쁜 남자’와 뭔가 의심스러운 ‘착한 남자’의 경쟁 같습니다.

올해 둘 사이의 신경전은 구글이 시작했습니다. 5월 구글의 개발자 대상 행사인 ‘구글 I/O’에서 빅 군도트라 구글 수석부회장이 공개적으로 “하나의 회사, 하나의 기계가 세상을 지배한다면 그건 가혹한 미래”라며 애플을 비꼰 것이죠. ‘아이폰’이라는 하나의 기계를 만드는 애플이라는 하나의 회사보다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만들면서 삼성전자나 모토로라 등 세계 수많은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연합한 구글이 낫다는 얘기였습니다.

애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있었던 실적발표에서 “‘개방 대 폐쇄’라는 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애플은 통합적(integrated)이고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파편적(fragmented)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애플은 소비자를 위해 통합적인 서비스를 만들지만 구글은 여러 회사에서 잡다한 제품을 멋대로 만들다 보니 소비자가 더 불편해진다는 비아냥이었죠.

그러자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안드로이드를 직접 개발한 구글의 수석부회장 앤디 루빈은 오직 스티브 잡스에게 한마디 쏘아붙이기 위해 트위터에 처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그는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통째로 복사하는 명령어를 트위터에 남겼는데, 안드로이드가 맘껏 복사하고 재배포할 수 있어 개방적이란 말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과연 안드로이드는 개방인가?”라는 논쟁이 일어납니다. 불을 지핀 건 ‘와이어드’라는 IT 전문지였죠. 이들은 구글이 말하는 ‘개방(open)’은 단순히 소스코드를 복사하고 재배포하는 데 불과하다고 합니다. 진짜 개방이라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개발 과정에 외부 개발자를 참여시켜야 하지만 실제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다 완성시킨 뒤 이를 나눠주며 외부 개발자들이 일부 수정하도록 할 뿐이란 거죠. 반면 ‘파이어폭스’ 같은 웹브라우저는 개발 단계부터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요구사항도 훨씬 충실하게 반영되게 마련입니다.

구글은 ‘악해지지 말라(Don't be Evil)’는 내부 원칙으로 유명합니다. 애플의 폐쇄적인 독재에 맞서는 민주적인 집단처럼 스스로를 마케팅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게 위선(僞善)으로 의심받는 겁니다. 물론 애플도 늘 사기 싫으면 말라는 듯 소비자들을 가게 앞에 길게 줄 세우며 ‘배짱 장사’를 해서 얄미움의 대상이 됐습니다. 결국 진심이 의심스러운 착한 남자와 매력적이지만 얄미운 나쁜 남자가 소비자의 앞에 선 셈입니다. 따뜻한 마음과 멋진 외모를 동시에 갖춘 완벽한 남자는 없을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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