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中경영 교육의 심장’ 상하이 CEIBS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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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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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6년만에… MBA스쿨 세계명문 급부상

아시아 경제의 부상이 세계 경영대학원(MBA스쿨)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 홍콩 인도 등의 MBA스쿨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경영 교육의 본산인 미국에서 아시아로 역(逆)유학을 오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中歐國際工商學院·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이하 CEIBS)이 있다.

CEIBS는 설립 15년 만인 2009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8위 MBA스쿨로 뽑혔다. 정규 경영학석사(MBA) 정원이 200명도 안 되는 소규모의 햇병아리 학교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구의 MBA스쿨들을 제치고 세계 10위 안에 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CEIBS의 성장은 단지 중국 경제의 급부상 덕이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중국의 유명 대학들도 MBA 과정을 속속 개설했지만 어디도 CEIBS가 낸 성과에는 근접하지 못했다. CEIBS는 선진국 MBA스쿨의 절반에 불과한 학비를 받으면서도 수업료 수입으로만 학교 재정을 충당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사회주의 국가의 학교가 어떻게 자본주의의 첨병인 기업가를 양성하는 MBA 교육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었을까. DBR 65호(2010년 9월 15일자)에 실린 CEIBS의 성공 비결을 요약한다.

○ 학교 운영의 독립성 및 유연성 확보

설립 초 CEIBS는 중국 정부로부터 정식 교육기관으로 승인받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에야 CEIBS 학위를 정식 학위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CEIBS 만의 독자적 교육체계를 마련하는 발판이 됐다. CEIBS 설립 당시 중국 대학원들은 정부 규정대로 입학시험 과목을 정하고 커리큘럼을 짰다.

하지만 CEIBS는 정식 학위과정이 아니어서 중국의 다른 학교와는 차별화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중국 최초 100% 영어 강의, Executive MBA(EMBA·기업체 간부 등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및 EDP(Executive Development Program·일종의 최고경영자 과정) 개설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지원 덕에 경제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상하이 시와 EU는 2003년까지 총 4330만 유로의 자금을 지원했고, 이로 인해 학비를 낮출 수 있었다. 미국 유명 MBA의 수업료(2년간 총 학비 기준)는 대개 9만∼10만 달러다. 중국의 이름 없는 MBA스쿨에 이 돈을 주고 입학할 학생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재를 모으지 못하면 MBA스쿨의 성공 또한 불가능하다. CEIBS는 설립 초기부터 중국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한 낮은 학비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국내외 학생들을 유치했다. 2010년 기준으로 CEIBS 해외 학생의 수업료는 미국 유명 MBA스쿨의 절반 정도인 4만8000달러(약 5600만 원)다.

○ 구성원의 다양성


CEIBS는 어떤 조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교수진, 학생, 운영진 모두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 다양성 및 상호존중의 가치, 타협과 조정의 기술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

CEIBS 이사회는 중국인 5명과 유럽인 5명으로 이뤄져 있다. 학장도 중국 측 장웨이중 교수(대외업무 담당)와 독일인인 랄프 크레머 교수(학사행정 담당)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건물도 이런 철학을 반영했다. 캠퍼스 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뚜렷하게 ‘합(合)’자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0명 정도인 전임 교수진은 외국인 교수가 3분의 1, 중국계이지만 해외 국적을 가진 교수가 3분의 1, 중국인 교수가 3분의 1을 차지한다. MBA 과정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리디아 프라이스 교수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세 부류의 숫자가 비슷하다. 중국인과 결혼하거나 중국 아기를 입양한 외국인 교수도 꽤 있다. CEIBS가 아직 종신교수제를 채택하진 않았지만 개인 생활에서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람이 많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교수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교육 내용의 독창성

전 세계 대부분 MBA스쿨은 기업의 실제 사례를 이용한 수업을 해왔다. 문제는 미국 기업만 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CEIBS는 자체적으로 모든 커리큘럼을 개발해 교육하고 있다. 이는 다른 외국 대학과 제휴를 맺은 후 그 대학의 교육 과정을 수입해서 쓰는 대다수 중국 MBA와 큰 차이가 난다.

장 학장은 “중국 기업이 궁금해 하는 건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사우스웨스트의 방식이 중국에서도 통할 수 있느냐다. 아무리 세계적 석학이라 해도 미국에서 영어로 연구하는 학자가 CEIBS 교수만큼 중국 상황을 잘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중국을 파고들려면 상하이 CEIBS를 가라”

그는 CEIBS가 미국과 유럽 MBA 교육의 장점만을 흡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학교는 지나치게 사례 위주로만 수업을 진행한다. 유럽 학교는 이론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우리는 사례와 이론적 근거를 똑같이 중시하고, 교육 과정에도 이를 반영한다.”

중국어 교육 또한 남다르다.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되지만 외국 학생들은 학교가 주관하는 중국어시험을 통과해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CEIBS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중국어 교육 기회를 무료로 제공한다. 학기 시작 전 4주간 중국어 과정이 있고, 학기 시작 후에는 1주일에 두 번 중국어를 배운다.


○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무 자립 달성

CEIBS는 2004년 이후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수입 원천은 수업료다. 2009년 수입의 95% 정도가 수업료에서 나왔다. 기부나 기금 수익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MBA스쿨과 다르다. 기금을 운용할 만큼 학교 역사가 오래되지도 않았고, 부유한 동문이 거액을 기부하는 문화도 중국에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CEIBS는 EMBA와 EDP 과정을 통해 번 돈으로 학교 전체의 운영비를 충당한다. EMBA와 EDP 과정 수입이 CEIBS 전체 수입에서 각각 50%와 40%를 차지하고 있다. 비결은 정규 MBA보다 비싼 수업료와 많은 학생 정원이다. EMBA의 수업료는 39만8000위안(약 6860만 원)이다. 정규 MBA의 정원은 200명도 안 되지만 EBMA의 정원은 700명이 넘는다.

EMBA의 시간표도 참신하다. 학생들은 월 1회, 즉 금요일 아침부터 그 다음 주 월요일 저녁까지 4일 연속 학교에 온다. 실질적으로 한 달에 이틀만 학교에 할애하면 되니 직장인들의 부담이 적다. 이는 한국, 홍콩 등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CEIBS EMBA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 관시(關係) 네트워크

싫든 좋든 중국에서 비즈니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는 ‘관시’다. 중국인들은 같은 핏줄이거나, 한 고향에서 자라거나, 같은 학교를 나와야만 진정한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믿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인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세 번째 요인은 다르다. 이 때문에 CEIBS 입학은 중국 엘리트와의 끈끈한 관계, 즉 관시를 맺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졸업생의 면면만 봐도 위력을 알 수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딸 후하이칭도 CEIBS 졸업생이다. 후 주석이 직접 이 학교를 딸에게 권유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손자 등 서구 유력 인사의 후손들도 CEIBS와 연을 맺었다.

EMBA 동문 네트워크도 강하다. 재학생의 60%가 중국 기업 또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진이다. 진즈궈 칭다오맥주 회장, 황치판 충칭 시 부시장, 류장난 알카텔 차이나 사장 등 업계와 정계의 핵심 리더 약 1500명이 이 과정을 거쳤다. EMBA 출신들은 졸업 후 다양한 모임을 통해 정기적 교류를 갖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만들고 있다.

상하이=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박진우 CEIBS Class of 2011 pjin.m09@ceibs.edu

여준상 동국대 교수 marnia@dgu.edu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5호(2010년 9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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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얼음덩어리를 둥근 그릇에 넣으려면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


여러분 앞에 네모난 얼음과 둥근 그릇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이 얼음을 그릇에 억지로 우겨 넣으려 하면 얼음이 깨지거나 그릇이 깨질 수있다. 얼음은 ‘네모’라는 고착된 자의식을 버리고 ‘둥근’그릇을 수용해야 그릇과의소통이 가능해진다. 얼음과 같은 마음이 고체(固滯) 상태의 마음이라면, 물과 같은 마음은 쇄락(灑落) 상태의 마음이다. 쇄락은 온갖 시름과 고뇌가 씻은 듯이 사라져 맑아진 마음 상태다.얼음과 물이 각각 다른 실체가 아닌, 하나의 실체가 가지는 두 모습이다. 얼음과 같은 마음이나 물과 같은 마음 모두 우리 마음의 두 가지 모습이다. 얼음처럼 굳어진 마음을 물처럼 부드럽게 만들면 우리는 성인(聖人)의 마음에 이를 수 있다. 이번 호 DBR는 성리학의 대가 주희(1130∼1200)가 스승인 이통의 가르침을 책으로 묶은 연평답문이 우리 삶에 주는 시사점을소개했다.

산학협력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7가지 열쇠
▼MIT 슬론매니지먼트 리뷰


기업과 학교가 손을 잡으면 굉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한 로봇공학업체의 산학협력 프로젝트 매니저는 연구개발(R&D) 부서 근무자였다. 사내에서 산학협력 프로젝트는 기초 연구에 불과해 회사의 실제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기에는 미미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 매니저는 제조부문직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차세대 로봇 공학 연구 결과를 제조 공정에 통합시키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 프로젝트의 효율적인 진행 방향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있었다. 이처럼 산학협력에서는 직원들의 경계를 넘어서 원활하게 토의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 매니저의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의 네트워크 다양성은 지식 전수를 한층 수월하게 한다. 따라서 외향적이어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겨야 한다. 이 때문에 한 회사의 산학협력 프로젝트 매니저는 명함에 ‘수렵-채집(hunter-gather) 전문가’라는 직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산학협력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7가지 방법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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