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관계 업그레이드 새 틀 짜자]<上>양국 수교 18년… 천안함 이후 미묘한 냉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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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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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천안함 계기로 美서 안방 넘볼라”… 南 대신 北 감싸기

《한국과 중국이 24일로 수교 18년을 맞는다. 2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한중 양국은 서로 1, 4위의 무역 대상국이 될 정도로 관계가 밀접해졌다. 양국 방문객은 연간 450여만 명에 이른다.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만 매주 795편이다. ‘우호협력 관계’로 출발한 양국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됐다. 아직 ‘전통적 우호 관계’인 북한보다는 못하지만 명목상으론 중-러와 같고 중-미, 중-일 관계보다는 훨씬 끈끈하다. 하지만 올해 3월 말 터진 천안함 사건 이후 한중 관계는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듯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천안함을 둘러싼 계속된 외교 마찰로 양국에서 유행하던 한류(韓流)와 한풍(漢風)은 크게 위축됐다. ‘친중파(親中派)’와 ‘친한파(親韓派)’는 이제 자국에서 목소리를 내기도 두려워한다. 양국 관계를 이런 상태로 계속 놔 둘 수는 없다. 한중이 서로 손잡고 미래를 개척하는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본지는 천안함 사건 이후 한중 관계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맞나

올해 3월 26일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 터진 천안함 사건은 우호협력 관계에서 협력동반자→전면적 협력동반자를 거쳐 전략적 협력동반자로까지 발전한 양국 관계에 대한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이 보인 태도는 한국에서 ‘중국이 정말 협력동반자 맞나’라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5월 초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해 극진히 모시는 등 우의를 과시했다. 한국 측은 민감한 시기에 사전 언질도 주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을 초청한 데 대해 불만을 제기했지만 중국 측은 “어느 나라의 지도자를 초청하고 안 하고는 주권 문제”라며 일축했다.

같은 달 20일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 4개국 전문가를 포함한 한국의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사건은 북한제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며 북한을 도발국으로 적시했지만 중국은 지금까지도 믿기 어렵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과 중국은 사실상 남북이 대치하듯 상호 대립했다. 한국은 북한을 적시해 규탄하고 싶었지만 지난달 9일 35일간의 격렬한 논쟁과 협상 끝에 나온 내용은 북한을 공격 주체로 표시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낙착됐다. 북한을 두둔하며 싸고돈 중국 때문이었다.

한국과 미국이 천안함 사건의 대응책으로 실시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더욱 격렬했다. 중국은 처음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서 작전 반경이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등을 포괄할 수 있는 항모가 서해로 진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듯하더니 나중엔 연합훈련이 동해에서 이뤄짐에도 훈련 자체를 반대하고 비판했다.

○ 갈등의 근원은 시각의 차이


천안함을 둘러싼 양국의 이런 갈등은 천안함 사건의 발생 원인이나 도발 주체에 대한 양국 간 해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더 큰 것은 국제역학 관계와 이 사건을 둘러싼 각국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이다.

한국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에 의한 명백한 도발행위인 만큼 국제사회가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세계 2위(올해 상반기 기준)의 경제대국이며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된 우방인 만큼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중국은 남북 관계를 넘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큰 틀 속에서 천안함 사건을 해석했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에 항모까지 동원되자 중국은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동북아에서 세력 확장을 기도하는 것으로 보고 크게 반발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동북아에 긴장이 조성되고 미일 한미 간 동맹관계가 강화되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최근 한 달간 동중국해에서 8차례나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중국해와 관련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중국의 이런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중국해에 미국의 국가적 이해가 걸려 있다”고 말해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이 천안함 사건 이후 미국의 일련의 조치를 ‘중국 포위 내지 안방 넘보기’ 전략으로 파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에 대해서는 “1차 자료가 없다”며 한국의 견해에 동조하지 않는 정도에 그쳤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대하고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한국 또는 미국과 크게 차이가 있다. 중국은 어떤 경우라도 북한이 붕괴하는 것은 반대한다. 북한의 붕괴는 곧바로 중국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중국이 그렇게 비난하는 핵개발을 줄기차게 하고 있음에도 북한 제재에 미온적이고 북한을 계속 감싸고도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한국 측의 이런 비판에 중국 측은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제대로 해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며 완전히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근본적인 시각차를 한중 양국이 상호 협의해 줄여나가지 않는다면 양국의 갈등은 언제 어떤 사건을 통해서도 재발할 수 있는 소지를 갖고 있는 셈이다.

○ 중국은 과연 이득을 보았나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했을 때 중국은 북한을 제재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동의하면서도 실제로는 별다른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유엔 제재가 진행 중일 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아무런 태도 변화가 없는데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해 양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우의를 다졌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태도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책임 있는 대국의 행동이라기보다 북-중 동맹만을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미국 맨스필드재단 고든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과 너무 친하고 원칙이 없는 나라라는 인상을 남겨 중국이 외교적 승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이 천안함 사건 초기 중국에 기대한 것은 사실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며 “한국의 여론은 이를 모르고 기대가 무너지자 뒤늦게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차이나 배싱)’에 나섰던 것으로 이는 한중 관계의 실질적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온 오류”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외교부 중국課 직원 8명’ 18년째 제자리 ▼
“정상회담 치르기에도 버거워… 비전 수립할 중국통 확충 시급”

중국이 자체 개발한 ‘해상의 무영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스텔스 고속정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이 자체 개발한 ‘해상의 무영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스텔스 고속정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 외교부가 지난달 서해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반대한다는 견해를 내놨을 때 외교 라인의 정부 당국자들은 ‘주권 침해’라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북한의 천안함 도발을 규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당시엔 안보리 결의안 투표로 가되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해 북한을 비호하는 중국의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결국 안보리 의장성명은 천안함 공격은 규탄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북한을 공격 주체로 명시하지 못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채택된 의장성명은 안보리 성명 기조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도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에 치중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이해관계를 깊이 있게 꿰뚫어 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부에 중국을 제대로 아는 ‘중국통’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한중 수교 이래 양국 관계는 무역, 인적 교류 모두 크게 늘었지만 대중 외교 역량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외교통상부 내 중국과 직원 수는 1992년 수교 직전이나 18주년을 맞은 2010년이나 8명으로 같다. 상위직일수록 중국어 능통자가 적고 주중공관에 중국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5일 “이런 상황에서는 대중 관계에서 발생하는 긴급 현안을 처리하거나 양국 정상회담 등 행사를 치르기에도 버겁다”며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대중 외교정책의 구상이나 수립은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지금까지는 한중관계가 양적으로 팽창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대중 외교를 해올 수 있었지만 이제는 천안함 사태 등 다양하고 복잡한 갈등 요소가 발생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지금 대중외교 역량이 대폭 확충되지 않으면 한중관계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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