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존을 향해/2부]<5>사병월급 모아 대학등록금 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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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경제적 보상 미흡 지적… 같은 개병제인 독일, 한국의 26배
남경필 “月 40만원 수준 인상해야”

“군대 보내면 돈이 안 들 줄 알았는데 매달 10만 원 정도를 용돈으로 보내고 있어요.”

박모 씨(47·여)는 육군 상병인 아들에게서 용돈을 보내달라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8만8000원인 상병 월급은 PX(군대 매점)와 PC방(지식정보방)을 몇 번 가면 바닥나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07년 병사 23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월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병장 월급은 2008년 7만2000원에서 9만7500원으로 34.7% 인상된 뒤 현재까지 동결 상태다. 하지만 장병들이 자주 구입하는 냉동식품 음료 과자류 가격은 지난해 초 40% 가까이 올랐고, 통신요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민 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보다 한국군 병사의 월급 수준은 매우 낮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3년 상병 기준으로 이스라엘은 210달러, 대만은 207달러였다. 독일은 2006년 상병 기준 2172달러를 월급으로 지급했다. 반면 한국은 2007년 상병 기준 84달러였다. 이스라엘과 대만은 2003년 기준이고 한국은 2007년 기준임을 감안할 때 현재의 월급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월급이 이렇게 턱없이 낮은 것과 관련해 군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한국의 경제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간 만큼 군복무에 대해서도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병사들의 월급 현실화 주장이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병사들의 월급을 40만 원 수준으로 올리자”고 제안하고 있다. 남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월급 현실화로 병사들 스스로 국방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이 커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직업군인의 확대를 통한 튼튼한 안보구조를 확립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군 전력의 효율화는 단계적 감군을 가능케 하며 궁극적으로 군축과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사 월급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면 병사들은 군 복무 기간에 한 해 대학 등록금을 모을 수 있다. 물론 이 정도로 군대가 ‘돈 벌러 가는 곳’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군 입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일 수는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올 5월 기준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연간 약 4878억 원이다. 40만 원으로 월급을 인상하면 추가로 1조7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초중고교 학생 전체에 무상급식을 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연간 2조8500억 원, 올해 4대강 사업에 지출되는 예산은 수자원공사 부담분을 합해 6조2000억 원가량이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 수준에서 사회적 합의만 있으면 연간 1조7000억 원의 추가비용은 부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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