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美 본사를 가다]“소파 누워 일해도 돼”… 생각의 자유가 ‘1억명 소통공간’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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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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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력은 어디에서?
무슨일을 하는지가 중요 직원 업무방식 간섭 안해

■ 러 대통령도 견학
민주화… 선거… 구호활동… 글로벌리더들 소통 합류

■ 계속되는 혁신-도전
하루 가입자만 30만명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

■ ‘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거꾸로 걸린 액자는 트위터의 상징

‘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하자(Let's make better mistakes tomorrow).’
미국 샌프란시스코 폴섬가에 있는 트위터 본사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잘 보이는 벽에 이 같은 내용이 적힌 액자(사진)가 걸려 있다. 내용도 톡톡 튀지만 걸려 있는 모양새도 특이하다. 벽에 거꾸로 걸려 있다.

본사를 안내해 주던 맷 그레이브 홍보담당자가 액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 액자는 트위터의 본질을 말해줍니다. 남과 다른 생각, 남과 다른 ‘실수’로 태어난 회사인 만큼 그 정신을 잊지 말자는 취지죠. 직원들에게도 자유롭게 생각하라고 독려합니다.”

세계인들의 소통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트위터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탄생했다. 30대의 젊은 설립자들이 우연히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회사 설립의 기초가 됐다. 네 살 된 젊은 회사 트위터는 요즘도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해 창조적인 ‘실수’가 아이디어가 되는 조직문화를 꿈꾼다.

■ 트위터 창립 4년… 세계의 소통방식을 바꾸는 현장

트위터의 창업자 세 사람이 2008년 인터넷 벤처기업 관련 시상식인 ‘크런치 2008’ 행사에서 ‘최고의 창업기업’ 상을 수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잭 돌시, 에번 윌리엄스,비즈 스톤 씨. 사진 제공 스콧 딜·래핑스퀴드
트위터의 창업자 세 사람이 2008년 인터넷 벤처기업 관련 시상식인 ‘크런치 2008’ 행사에서 ‘최고의 창업기업’ 상을 수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잭 돌시, 에번 윌리엄스,
비즈 스톤 씨. 사진 제공 스콧 딜·래핑스퀴드
지난달 23일 오후 2시 반(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폴섬가에 위치한 트위터 본사는 분주했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이 쉬지 않고 회사를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방문한 기자가 대기실에서 기다리기를 10여 분. 잠시 후 트위터를 만든 세 명의 공동설립자 가운데 한 사람인 비즈 스톤 씨(36)가 홍보담당자와 함께 나타났다.

“오늘 오전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왔어요. 한 나라의 정상이 우리 회사를 방문하는 일은 흔치 않죠.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청바지에 검정 재킷을 입은 스톤 씨의 모습은 캐주얼한 복장의 다른 직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즘 트위터에는 방문 신청이 끊이질 않는다. 동부에서 날아온 미 정부 공무원들부터 세계 유수의 기업인들까지 다양하다. 직원 140여 명에 설립한 지 4년밖에 되지 않는 이 회사는 사용자 1억 명에 하루 가입자만 30만 명에 이른다. 세계 곳곳에서 선거 판세를 순식간에 뒤집는가 하면, 지진 등 재난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민주화 운동에 불을 붙이기도 한다. 그 비결은 뭘까.

○ “저 사람도 일하는 거예요”… 자유로운 조직 문화

트위터는 2006년 7월 잭 돌시 씨(34)와 스톤 씨, 에번 윌리엄스 씨(38)가 만들었다. 이들은 2005년 디지털 음성 파일(팟캐스트)을 만들고 검색하는 웹 서비스 개발 회사인 오디오(Odeo)라는 벤처기업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 사업이 신통치 않던 차에 돌시 씨가 대학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꺼내 들었다. “짧은 문자메시지로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인터넷에 올리는 웹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돌시 씨와 스톤 씨는 2주 만에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트위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스톤 씨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돌시 씨는 이사회 의장, 윌리엄스 씨는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커다란 소파에 거의 누워서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한 여직원이 눈에 띄었다. 머리에는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듯 그 직원을 쳐다보자 홍보담당자 맷 그레이브 씨가 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도 일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가 해야 할 일만 하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습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사무실 곳곳에는 노는 듯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당신의 이야기를 여기서 말하세요(Tell your stories here)’라고 쓰인 네온사인 아래에는 큼지막한 소파가 있었다. 직원들의 복장도 자유로웠다. 20, 30대로 보이는 직원들은 청바지에 셔츠 차림이었다.

휴가를 쓰는 방법도 자유롭다.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이란 단서가 붙지만 휴가 기간과 시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막는 어떠한 제약도 두지 않으려는 게 트위터의 회사 운영 철학이다.

○ “소셜미디어 아닌 정보공유업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본사에서 처음으로 트위터에 가입했고, 백악관에 있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트위터로 화답했다. 실제 정상회담에 앞서 ‘사이버 정상회담’이 먼저 이뤄진 셈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가입하자마자 30분 만에 팔로어가 1200명이 붙었다. 이날 오후에는 1만4000명이 됐다.

스톤 씨는 “러시아는 크렘린 궁에서 커다란 빨간 전화를 이용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들도 우리처럼 e메일로 연락이 왔다”며 웃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글로벌 리더들이 트위터에 열광하는 데 대해 “글로벌 리더들이 자신들의 얘기를 직접 전달할 매체가 필요했고, 트위터가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운동에 트위터를 활용해 상당한 지지기반을 확보했다.

트위터는 세계인의 의사소통 방식을 바꿔놓은 혁신적인 매체다. 스톤 씨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트위터가 리더, 기업, 사회단체들이 자신들의 얘기를 직접 주고받는 매체이지 흔히 말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시간 정보 공유업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사람들이 우정을 다질 수 있게 하는 어떤 시스템도 없습니다. 단지 정보를 나눌 뿐이죠.”

트위터는 창립 초기부터 글로벌화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세계 휴대전화 인구는 50억 명이지만 인터넷 인구는 20억 명이 채 안 된다. 더 많은 사람에게 접근하려면 휴대전화 기반이어야 했다. 설립자들은 전 세계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가 140자 안팎이라는 데 주목했다. 스톤 씨는 “오픈 커뮤니케이션이란 화두에 열정을 쏟았다. 우리가 믿었던 ‘소통방식의 민주화’가 실현되고, 긍정적인 글로벌 임팩트를 만들고, 또 그게 비즈니스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트위터가 이룩한 ‘글로벌 임팩트’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란 대선 후 반 정부 운동을 촉발하는 통로가 됐고, 아이티 지진의 처참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 구호활동이 확산됐다. 한국의 6·2지방선거에서는 젊은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수단이 되어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6일 프랑스 시장조사업체 세미오캐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트위터 메시지 발송량은 하루 190만 건으로 세계 7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이다.

스톤 씨는 “글로벌 임팩트라는 목표는 이뤘지만 아직 이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 창조라는 목표는 진행형”이라며 “회사가 성공했다고 하지만 이제 시작 단계고 우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올 4월부터 기업광고를 받으며 수익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유료 광고는 트위터 사이트 검색과정에서 기업들의 광고 트위터 메시지가 등장하는 식이다. 트위터는 그동안 마땅한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못해 고심해 왔다.

샌프란시스코=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소통방식의 혁명을 가져온 트위터 샌프란시스코 본사.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자랑한다. 사진 속 여성 직원은 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하고 있다. 창조적인 ‘실수’를 독려하는 분위기에서 직원들은 개인의 창조성을 극대화한다. 샌프란시스코=김현수 기자
소통방식의 혁명을 가져온 트위터 샌프란시스코 본사.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자랑한다. 사진 속 여성 직원은 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하고 있다. 창조적인 ‘실수’를 독려하는 분위기에서 직원들은 개인의 창조성을 극대화한다. 샌프란시스코=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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