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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구혜선의 무한도전, 고도의 ‘세일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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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구혜선의 무한도전, 고도의 ‘세일즈’ 전략?

동아일보입력 2010-06-28 13:24수정 2011-01-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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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이 배우로서 가장 큰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작품 \'꽃보다 남자\'. 구혜선은 현재 본업인 배우보다 화가, 소설가, 영화 감독 등 문화계 팔방미인으로 활발히 활동중이다. 사진제공 KBS.


구혜선은 현재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인물이다. 아니, 한국 대중문화산업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넓게 보자면 미국 등 대중문화 선진국이라 해도 이런 예가 과연 또 있을까 싶다.

당장 포털사이트에서 구혜선이라는 이름으로 뉴스 검색을 해보자. '감독 구혜선, 차기작은 '뱀파이어' 소재 영화!', '구혜선 갈색머리, 음악포털 실시간 차트 상위권 진입', '구혜선, 미술 전시회서 작품 선보인다'….

6월16일부터 23일까지 불과 일주일 동안 터져 나온 기사들이다. 4월까지 넓혀 검색해보면 '구혜선, "드라마 '더 뮤지컬' 출연 논의 중", '구혜선 소설 '탱고', 일주일 만에 3만부 팔려 화제'라는 기사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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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영화감독, 뮤지션, 미술가, 소설가. 그녀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이게 과연 같은 사람이 맞는지조차 헷갈릴 수 있다. 이제 구혜선에게는 특정한 직업을 대는 것보다 '예술계 팔방미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이 더 어울린다.

▶ '인터넷 얼짱'으로 데뷔, 평범한 연기자의 길 걸어

물론 구혜선이라고 처음부터 특별한 런칭 과정을 밟았던 건 아니다. 2003~2004년 경 한 포털사이트 얼짱 카페를 통해 누리꾼들로부터 화제를 모은 뒤 연예계의 러브콜을 받았다. 박한별, 남상미 등과 함께 '인터넷 얼짱' 붐의 최초 수혜자였던 셈이다.

곧바로 신인연예인 등용문이었던 MBC시트콤 '논스톱 5'를 통해 데뷔, SBS '서동요' 조역을 거쳐 KBS1 일일극 '열아홉 순정'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대박을 냈다. 평균시청률 29.4%(AGB닐슨), 최고시청률 43%까지 오른 대히트작이 됐다. 그러나 이후 선택한 두 편의 사극 SBS '왕과 나'와 KBS2 '최강칠우'는 기대이하의 반응을 얻었다. 모두 평균시청률 10%대에 머물렀다. 사극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래서 다시 도전한 현대물이 KBS2 '꽃보다 남자'였다. 평균시청률 25.7%, 근래 반응이 안 좋았던 장르인 청춘 트렌디로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우리 나이 26세에 고등학생 역을 맡은 희한한 캐스팅이었지만 워낙 동안인 탓에 거부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연예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실질적인 스타덤에 오르게 됐다.

여기까지는 한 신인배우의 꽤나 평범한 성공기에 속한다. 새로울 것도 없고, 그만큼 이해하기도 쉽다. 그나마 연기력 면에선 딱히 주목할 성과를 보인 적이 없으니, 일단 커리어 런칭에만 성공한 경우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다. 특화시킬 만한 게 없다.

그러나 '최강칠우'와 '꽃보다 남자' 사이인 2008년 즈음부터 구혜선은 조금씩 특이한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거미의 4집 앨범 'Comfort' 표지를 일러스트해 미술적 재능을 알렸다. 또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를 연출, 몇몇 해외 단편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다.

여기까진 그래도 특이하다 할만한 건 없었다. 가수 조영남도 그림을 그리고, 배우 유지태도 단편영화는 만든다. 그러나 구혜선은 점차 그와 달라졌다. '꽃보다 남자'를 통해 스타덤에 오르자 갑자기 부가 활동을 확대하고, 심지어 이를 자기 커리어의 주(主)로 만들어버렸다.

정작 배우 활동은 쉬면서 소설 '탱고'를 출간하고,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자기 일러스트들을 모은 전시회를 열었다. 그러면서 가수 활동도 시작했다. 직접 작곡한 노래들로 채워진 음반 '구혜선 소품집-숨'을 발표하고 올해에도 자작곡 '갈색머리'를 디지털 음반으로 출시했다. 그러다 마침내 첫 장편영화 '요술'을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헤 7월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 자신의 그림 전시회 '탱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 구혜선.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소설가, 가수, 작곡가… 연기보다 부가 활동에 주력

기괴한 행보다. 일반적으로 부가 활동 부각은 주력 분야 커리어가 일정부분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시도한다. 그래야 주력 분야가 타격받지 않고, 오히려 더 풍부한 위상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남, 유지태는 물론이고, 자기 인지도가 어느 정도 쌓인 뒤 사진집을 발간해 30대 여성 아이콘으로 떠오른 배두나도 좋은 예다.

그러나 구혜선은 아직 배우로서 안정기에 이른 상태가 아니다. 자기 위치를 막 만들어나가는 시점이다. 그런데 막 대표작이 하나 생기자마자 문어발식 활동 확장에 들어간 것이다. 오히려 주력 분야가 소외되는 느낌이다. 이러면 커리어 바탕이 무너지기 쉽다. 주력 분야 자체에 혼동이 오고, 더군다나 부가 활동들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이목을 끌기 힘들어진다. 상식적 커리어 관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구혜선의 이 같은 행보는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단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 의도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물론 구혜선 본인은 할 이야기가 많다.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을 공부하고 여러 미술대회에서 입상했던 사연, 본래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의 만류로 배우가 됐다는 사연 등등.

그런 점에서 '다재다능한 예술인의 꿈의 실현' 정도로 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어발 행보가 아직 구혜선의 스타성이 미약했던 2008년 즈음부터 시작됐다는 점,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데뷔나 장편영화 감독 데뷔 등에 YG엔터테인먼트가 깊숙이 개입돼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 소속사 측 전략 기획이라 보는 게 옳다.

그렇다면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이처럼 기괴한 매니지먼트를 통해 구혜선을 대체 어디로 이끌려는 걸까.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은, 독보적인 컨셉트를 차지하려는 전략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배우로서 구혜선 자체는 사실상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이 불가능하다. 언급했듯 딱히 연기력 측면에서 평가받은 적은 없고, 20대 중반에도 고등학생 역을 맡을 만큼 동안이어서 향후 30대로 진입했을 때 오히려 타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예 불확실한 전문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마감하고 '예술계 팔방미인'이라는 새로운 컨셉트의 1번 타자로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해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존에 성공한 사례는 의외로 많다. 하리수가 대표적이다. 하리수는 딱히 주력 분야랄 게 없는 연예인이다. 배우로서 큰 주목을 못 받았고, 가수로서도 실패했다. 그래도 살아남긴 했다. 여전히 미디어의 이목을 끈다. '트랜스젠더 연예인'이라는 새로운 컨셉트에서 1번 타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독보적 위상을 얻게 됐다.

김태희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출신 여자연예인'이라는 컨셉트는 새로웠고, 이 컨셉트는 '제대로' 홍보됐다. 이 분야의 1번 타자가 된 것이다. 그러니 연기도 잘 안 되고 외모도 점차 식상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살아남을 수는 있게 됐다. 독보성을 얻었다는 뜻이다. 결국 구혜선 측이 노리는 것도 이 같은 생존 전략이 아니냐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구혜선의 장편상업영화 감독 데뷔작 '요술'의 촬영현장이 지난 2월 공개됐다. 연출, 시나리오, 작곡, 출연까지 1인 4역을 소화한 구혜선 감독이 촬영 감독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예술계 팔방미인'으로 독보적 컨셉트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아무리 새로운 컨셉트에 1번 타자 프리미엄이 붙어도 '예술계 팔방미인' 컨셉트라면 적어도 어느 한 분야에서만큼은 두각을 나타내야 독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구혜선은 어느 한 분야에서도 딱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연기 이외에도 그녀의 발라드 곡은 지나치게 진부하다는 평가고, 영화 역시 '구혜선'이라는 이름값만 빼고 나면 입봉했다는 점 자체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소설과 일러스트들에 대한 평가도 대부분 이에 준한다. 적어도 하리수와 김태희는 트랜스젠더고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 하나는 확실했지만 구혜선은 대체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게 뭐냐는 것이다.

이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중심리의 맹점을 치고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실제 성과보다는 '그 사람은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사변격 설명들이 주(主)가 돼 그 자체를 성과로 착각하게 되는 심리를 이용했다.

이에 대한 예는 많다. '디워' 열풍을 일으킨 심형래도 그런 경우다. 구혜선과 유사한 예를 찾는다면,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윤송이 전 SK텔레콤 상무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지난 2005년, 미디어는 온통 윤송이 당시 SK텔레콤 상무에 대한 예찬으로 그득 찼었다. 카이스트 수석과 MIT 최연소 박사학위 취득을 겸한 재원이면서도 눈에 띄는 미모를 지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윤 전 상무가 정작 연예인급 스타로 급부상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미디어에 의해 문어발식 팔방미인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는 화가를 꿈꿨을 정도로 그림에 재능이 있어 카이스트 재학 시절 그림동아리에서 활동했고 피아노, 바이올린 등에도 능할뿐더러 영어 능통은 물론 일본어도 배운지 한 달여 만에 일본어로 쓰인 책을 줄줄 읽을 정도라는 것이다. 거기다 주말에는 영화도 보고, 일주일에 다섯 권 정도의 책을 읽으며 그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퇴근길에 수영장을 찾는다고 알려졌다. 이쯤 되면 사람이 아니라 수퍼우먼이다.

그러나 막상 윤송이 전 상무가 스타로 떠오를 무렵 그녀가 SK텔레콤에서 추진하던 1mm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고 있었다. 본업 자체는 잘 안 풀리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도 미디어와 대중은 그런 것엔 주목조차 하지 않았다. 문어발식 팔방미인 컨셉트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실제 성과 따윈 충분히 압도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1mm 프로젝트는 실패했고 윤 전 상무는 이후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과 결혼한 뒤 엔씨소프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게 '윤송이 신화'의 전부였지만,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 대상으로 남아있다. 컨셉트 하나만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이런 전례가 있기에 결국 YG엔터테인먼트가 구혜선에게서 노리는 것은 어쩌면 '윤송이의 연예인판'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뚜렷한 성과가 없더라도 사변격 잡기들을 실체화시켜 무작정 늘려나가면 그 자체로 위상이 만들어진다는 계산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 계산은 현재로서 아주 틀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6월23일 뚜레주르 신사점 매장 2층에 'Gallery TLJ'를 선보였다. 구혜선의 일러스트 작품들 중 대형 사이즈 7점을 전시하는 갤러리 형태 매장이다. 오픈과 함께 구혜선 감독작 '요술' 개봉을 기념해 '요술빵'도 선보였다. 뚜레쥬르 우석제 마케팅팀장은 "뚜레쥬르의 광고 모델인 구혜선의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활용해 갤러리 매장을 기획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이와 연계해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혜선의 '예술계 팔방미인' 컨셉트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기획이다. 일단 구혜선과 소속사가 구사한 전략이 팔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출연 예정 드라마 '더 뮤지컬' 역시 아직 기획단계임에도 구혜선과 연계된 보도건수가 만만치 않다.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무후무한 '예술계 팔방미인'의 출연작은 남달리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 상업적 효과 거둔 컨셉트, 그 미래는?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다른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과연 구혜선은 '예술계 팔방미인' 컨셉트를 얼마나 지속시킬 수 있을까. 또 그를 통해 대체 무엇을 팔 수 있을까. 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컨셉트가 과연 장기적 시장성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깜짝 이벤트로 끝나고 말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구혜선이 이 컨셉트를 통해 정말로 출연 영화나 드라마를 팔 수 있을지 음반이나 소설 등을 앞으로도 더 팔 수 있을지 조차도 의문이다. 사실상 모험이자 도박이다.

그럼에도 YG엔터테인먼트가 이런 모험을 감행하는 까닭은 의외로 쉽게 이해가 간다. YG엔터테인먼트는 '원래 그런 회사'이기 때문이다. 아직 시장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특수 컨셉트로 밀고 들어가 시장 빈틈을 차지하는 회사다. 몸은 아이돌이되 지향점은 아티스트를 향하는, 이른바 '아티스트형 아이돌'이라는 특수 컨셉트를 만들어 빅뱅, 2NE1 등을 성공시킨 회사다.

외모가 출중하지 못해 메인스트림에서 소외당했다는 전력으로 '비운의 실력파' 특수 컨셉트를 차지, 빅마마를 성공시킨 회사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그런대로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나가던 구혜선마저도 결국 소속사의 이 같은 모험주의 속성에 휘말려 버린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선 구혜선이 안쓰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구혜선 본인도 이에 딱히 손해 봤다고 생각할 것 같진 않다.

어찌됐건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한 연예인이 연기자로 출발해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소설 쓰고 영화감독까지 할 기회를 얻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 아닌가. 그것도 소속사의 전폭적 지원을 얻어가면서까지 말이다. 이전에도 없었지만 이후로도 없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작 피가 마르는 건 소속사 측이고, 구혜선 본인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구혜선은 지금 이 시기를 액면 그대로 만끽하기를 바란다. 연기건 연출이건 노래건 그림이건 소설이건 간에, 일단 본인이 즐거워야 잘 풀리는 법이니까.

YG엔터테인먼트 측에는 이전과 똑같은 답을, 이번에는 저명한 할리우드 영화각본가 윌리엄 골드먼이 대중문화산업 속성에 대해 남긴 멘트를 통해 되뇌어 줄 수밖에 없다.

"그 누구건, 그 무엇도 알 수가 없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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