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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사후 100년…지금도 왜 니체에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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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사후 100년…지금도 왜 니체에 열광하는가”

동아일보입력 2010-05-08 03:00수정 2010-05-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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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교수, 니체사상 풀어낸 ‘기행문’ 펴내

평생 두통에 시달린 니체
온전하게 사유한 시간은 잠시
압축된 언어로 담아낸 잠언들
‘철학서’라기보다는 ‘철학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요즘도 독일에서는 철학자 중 인터넷 검색 순위 1위가 니체입니다. 사후 100년이 지난 지금 왜 그의 사상이 젊은이들을 빨아들이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삶의 문제를 극단까지 끌고 가 고민하는 치열한 실험정신이 니체의 매력이 아닐까요.”

알 듯 모를 듯한 잠언으로 젊은이들을 유혹하면서도 난해함으로 많은 이들을 좌절시킨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 저자인 이진우 계명대 철학과 교수(전 총장)는 2008∼2009년 이 논란의 철학자가 살았던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의 도시를 다니며 니체의 흔적을 더듬고 그의 사상을 쉽게 풀어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책세상)로 엮었다. 한국니체학회장을 지낸 그에게 책을 읽고도 풀지 못한 니체에 대한 궁금증과 현재의 의미를 전화로 물었다.

저자는 우선 국내의 니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니체의 사상을 니힐리즘(허무주의)만으로 이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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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니체의 출생지인 독일 뢰켄을 방문한 이진우 계명대 교수. 사진 제공 이진우 교수
“니체는 허무주의를 수동적인 것과 능동적인 것으로 구별했습니다. 수동적 허무주의는 어떤 절대적 가치도 타당하지 않다고 부정하는 것이며, 능동적 허무주의는 절대적 가치가 없으므로 새로운 이념을 정립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능동적 허무주의는 창조의 밑거름이고 니체의 허무주의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이런 점에서 허무주의는 염세주의와도 구별해야 합니다.”

그에게 니체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해 달라고 하자 “니체에겐 일관된 사상이 없다”며 “사상의 여러 측면이 모순적인 것 자체가 특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의 사상보다 사유 방식의 일관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어떤 문제를 밑바닥까지 사유하려는 철저함이 니체 사유의 특징이고, 현재의 순간에 성실하려는 실존적 태도가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스위스의 바젤, 루체른에서 니체의 신체적 고통을 발견한다. 니체는 1897년 바젤대 교수직을 포기하는데, 이는 극심한 두통과 구토 증세 때문이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그의 책이 잠언으로 가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니체는 평생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온전하게 사유한 시간은 잠시뿐이었어요. 시간의 제약 때문에 압축된 언어로 자신의 사상을 담다 보니 잠언이 됐죠. 니체의 책은 철학서라기보다 문학서에 가깝지만 문학서보다는 사상이 많이 담겼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프리드리히 니체
저자는 니체가 자신의 철학을 거의 완성한 이탈리아 토리노를 배경으로 그 사상의 핵심인 ‘초인’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초인은 신을 대체한 개념이라고 말한다.

“니체 이전에 현실을 넘어서는 일은 신의 영역이었죠. 신이 죽었다고 말한 니체가 현실 문제의 실존적인 해결을 위해 고안한 것이 초인입니다. 초인과 대비되는 개념이 ‘마지막 인간(last man)’인데, 이는 현실의 가치에 순응하는 사람입니다. 순응적 인간관을 넘어 자기 인생을 창조하는 삶의 예술가, 세태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잡는 이가 초인입니다.”

저자는 니체의 개념을 이용해 현대 서양의 도시와 한국의 도시들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서양의 도시는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반면 우리의 도시는 거대주의, 성장주의에 빠져 삶과 유리돼 있다”며 “니체의 말처럼 우리의 도시들은 이상 비대증에 빠져 있다. 삶에 뿌리박은 치열한 사유를 전개한 니체 철학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저자는 니체 사상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서는 “니체는 삶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주문했으며 성찰이 사라진 시대에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성찰을 회복하는 것뿐”이라며 “현실적 삶에 거리를 두는 성찰의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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