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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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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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지질학회 추천 名火山들의 생존법칙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페루 아레키파 화산지대. 거대한 분화구가 있는 산이 5822m 높이의 엘미스티 화산이다. 1985년 폭발하며 대량의 화산재와 마그마를 뿜어낸 엘미스티 화산은 지금도 활발히 활동중이다. 사진 제공 NASA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페루 아레키파 화산지대. 거대한 분화구가 있는 산이 5822m 높이의 엘미스티 화산이다. 1985년 폭발하며 대량의 화산재와 마그마를 뿜어낸 엘미스티 화산은 지금도 활발히 활동중이다. 사진 제공 NASA

○ 이탈리아 스트롬볼리 화산섬 - 새 끼 화산들 만들고

○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 화산섬 - 지금도 조금씩 자라

○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 - 끝없는 마그마 분출

○ 멕시코 콜리마 화산 - 거대한 용암돔 형성

화산 하면 붉은 마그마와 화산재가 솟구치는 폭발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지질학자들에게 유명한 화산은 따로 있다. 미국지질학회는 학술 가치가 높은 화산 가운데 일반인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13개를 모아 이달 ‘화산지역의 지질학-당신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화산들’이란 책을 출간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이 책에 소개된 명화산(名火山) 5개를 소개한다. 이곳은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스트롬볼리 화산섬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25km 북쪽에 있는 에올리에 제도의 7개 섬 중 하나다.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에올리에 제도는 2000년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했다. 스트롬볼리 화산을 만든 마그마는 휘발성 기체를 잔뜩 머금고 있어 압력이 높다. 그래서 화산재를 1∼2km 상공으로 뿜어낸다. 이곳의 마그마는 중심에 거대한 화산을 만들고 주변에 생긴 틈새를 뚫고 나와 높이 200∼300m의 작은 화산을 만든다. 이런 현상을 스트롬볼리식 분화라고 한다. 제주도의 한라산과 오름(작은 화산)들이 스트롬볼리식 분화로 만들어진 화산이다. 스트롬볼리 화산은 지난해 4월 폭발했다.

아프리카 서북부에 있는 카나리아 제도는 유명한 휴양지다. 이 중 하나인 테네리페 화산섬은 해수욕장과 화산이 접해 있어 국제 지질학 회의가 자주 열린다. 올해도 ‘화산 위의 도시’가 주관하는 지질학회가 5월 열린다. 윤 교수는 “과학자들이 테네리페 화산섬을 자주 찾는 이유는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화성암이 땅 위에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라며 “1990년 테네리페 화산을 오르며 다양한 색깔의 화성암을 봤다”고 회고했다. 화성암은 함유된 광물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띤다. 광물은 마그마의 온도나 깊이에 따라 생성되는 종류가 달라 이를 분석하면 마그마의 변화 과정을 알 수 있다. 최근 테네리페 화산은 지질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00년 주기의 대규모 폭발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에트나 화산은 쉬지 않고 활동하는 화산으로 유명하다. 이 화산은 2000년부터 거의 매년 화산재나 마그마를 분출하고 있다. 8일에도 산 정상과 동남쪽 분화구에서 화산재를 50m 높이로 뿜어냈다. 에트나 화산은 현지 주민의 관광지 개발 의욕과 화산 폭발을 예측하는 기술이 함께 맞물려 발전한 사례다. 매년 화산의 피해를 보며 어렵게 살던 주민들은 산 정상에 전망대를 세워 시칠리아 섬을 화산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이탈리아 지질조사소는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지진파 분석 등 화산 폭발을 예측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이 화산에는 관광객은 물론 화산활동을 연구하려는 과학자들이 늘 몰린다.

멕시코 서쪽의 콜리마 화산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화산활동으로 유명하다. 분화구 안쪽에는 여드름이 커지듯 반구(半球) 형태의 ‘용암돔’이 자란다. 용암돔은 둥글게 굳은 용암 내부로 마그마가 계속 유입돼 생긴다. 큰 것은 지름이 수백 m에 이른다. 윤 교수는 “어두운 밤에 용암돔을 보면 가끔 표면의 틈새로 마그마의 붉은색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곳의 마그마는 규소를 많이 함유해 점성이 높다. 그래서 분출된 마그마가 흐르지 않고 서로 뭉쳐 용암돔을 만든다.

페루 안데스 산맥에 자리 잡은 아레키파 화산지대는 아직은 관광지로 더 유명하다. 윤 교수는 “안데스 산맥의 화산은 대부분 평소에도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며 “경비행기로 산맥 위를 날며 봉화처럼 띄엄띄엄 올라오는 연기를 구경하는 관광객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곳은 엘미스티 화산이다. 높이가 5822m에 이르는 이 화산은 고고학자나 기후학자가 많이 찾는다. 대규모 화산활동이 고대 잉카 문명을 멸망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아레키파 지역 외에 러시아 캄차카 반도나 북태평양의 알류샨 열도의 화산이 새로운 연구 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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